Good Romance

김송미 설치영상展   2001_0915 ▶ 2001_0930

김송미_Good Romance_손가락 과자, 이미테이션 보석_2001

세상, 그 흔해빠진 사랑들 속에서 점으로도 보이지 않을 작은사랑 하나가 내게는 유별스러운 것은 무엇인가?

장흥 토탈미술관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일영리 10-2번지 Tel. 031_840_5791

Good Romance는 끝나버린 사랑에 관한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은 연희동 한 옌네의 부서(夫壻)로 돌아서 가버린 그를 나의 님으로 가슴에 담았던 지난 3년 3개월 동안의 단편적인 이야기들이다. 한 때 스물 일곱해의 인생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던 그는 '토마스'로 오더니 '뫼르소'를 지칭했고, '뫼르소'인줄 알았더니 평범한 한국의 한 남정네로 돌아서 갔다. 항상 내게 존재는 했으나 보이지 않으니 보여줄 수 없었던 그를, 이제는 끝내 돌아서 버렸으니 절망의 순간이었더라도 그 순간들의 온기가 조금이라도 더 남아있을 때 그 형태 되어짐을 담아내기라도 할 터이다, 싶었다. '기다림'이란 단어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그 끝이 '온다'는 결과로 끝을 맺어야 비로소 아름다운 기다림이란 단어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Good Romance는 그러니까 역설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랬다. 내게 기다림이란 실낱같은 약간의 희망도 용인되지 않았던 나락으로의 떨어져 있음을 한번 더 각인 시켜주는 절망의 시간들이었다. 집착하지 않으면 만났어도 만난 것이 아닐 것이며, 헤어져도 헤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겠지만, 내게 무서운 것은 그래, 한사코 애착을 하는 것이다…. 나는 확실히, 하나의 발악으로써, '멍청'하게 나의 현실에 대들었다가 도망치고, 도망쳤다간 돌아와 주저 앉아버리고 마는 것이다.

김송미_Good RomanceⅡ_손가락 과자, 이미테이션 보석_2001

지금은 잊었으나 그 순간 순간들이 그들에게도 한때는 이쁘고 소중했을 사랑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쉬이 그 빛을 잃고 잘게 부서질 줄이야 알았겠나…

김송미_멈춘 흐름_유리병, 레드와인, 물고기뼈, 빛_2001

27번의 행위 속에 나는 점점이 더 침잠되어 갔으며 / 목구멍은 꼴록꼴록 물고기가시가 걸린 것처럼 비릿하고 싸하기만 했다.

김송미_희망이 없으면…_샤알레, 3년3개월 동안의 손톱, 봉숭아 꽃물_2001

손톱마다 봉숭아 매어주던 곱디고운 그 님은 / 별 사이로 맑은 달 구름 거쳐 나타나듯 돌아올 줄 알았더니, / 그 봉숭아가 다하고 첫눈이 3번 거쳐가는 동안에도 돌아올 줄 몰랐다.

김송미_사비나 되기2_샤알레, 27년의 머리카락, 무씨, 햇살조금, 물약간_2001

의심 없는 온전함으로 이해하기 위해 내 오랜 사고로 똘똘 뭉쳐진 머리카락을 잘랐다. / 그럼에도 채 정리되지 않고 남아있는 많은 생각들 때문에 / (정리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나머지의 생각들도 지속적으로 쌓이는 것들, / 일순의 정리는 이론이거나 또 다른 틀이겠지) 늘 어수선했다.

김송미_Oblivion syrup_파인애플통조림, 전화벨소리, 센서_2001

난 장쯔이를 닮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우린 미쳤어"라고 절규하던 정우성을 닮았던 것도 아니었으며, 미치도록 슬픈 사랑을 나눈 것도 아니다. 그러니 그녀가 미친년처럼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자동차에서 뛰어 내려 연희동 거리를 헤매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파인애플 통조림은 상실이라는 것에서 오는 어떤 허기적인 부분들을 채워주는 보완의 의미에서는 2%를 넘어 98%의 효과를 가지고 왔다. 해서인지, 그에 오는 그, 참을 수 없는 허기가 몸을 쥐어틀 때면 가까운 슈퍼로 달려가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오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열심히 깡통을 열어서는 미친 듯이 비워버리는 행위, 투명 빛이 느껴지는 그 달디단 노란 원반들을 해치우고 나면 그제야 그를 기다리는 전화벨의 환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김송미

Vol.20010929a | 김송미 설치영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