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란의 그림자

성능경展   2001_1109 ▶︎ 2001_1125

성능경_착란의 그림자_포퍼먼스_2001_(사진_이강우)

초대일시_2001_1109_금요일_05:00pm

퍼포먼스_2001_1109_금요일_05:00pm_2001_1117_토요일_02:00pm_2001_1124_토요일_04:00pm 심포지엄_2001_1124_토요일_01:00pm_성능경 작업의 심층 분석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30번지 Tel. 02_760_4608

작가 성능경(成能慶)은 1970년대이래 예술권위주의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권위를 해체하는 작업을 지속해온, 이른바, 비주류의 비주류 작가이다. 그는 일찍이 개념미술에 눈을 뜨고 이를 미디어와 일상, 그리고 사진매체와 관련하여 근 30년 간 일관되게 작업해왔다. 그는 1974년 발표했던 「신문:1974. 6. 1 이후」를 시작으로 언론권력을 무화(無化)시키고 미디어를 패러디 하는 신문관련 작업을 1989년까지 지속했으며, 사진의 속성에 대한 의문과 영역확대를 시도한 「망친 사진」 시리즈와 「S씨의 반평생」시리즈 같이 작가의 일상을 전시장이라는 공적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이미 70년대에 시도하였다. 그는 해외미술사조가 편향된 형태로 밀려들어와 앵포르멜을 거쳐 단색화로 통합되던 화단의 대세를 거부하고, 비주류 탈평면 그룹이었던 ST에 가담하여 그의 대표적 작업 가운데 하나인 "신문" 시리즈 뿐 아니라 「사진첩」 「여기」 「자」 「거울」 「위치」 「끽연」 「손」 「검지」 등 자기-지시적, 논리적 개념작업 등을 발표하였는데, 토톨로지적인 개념을 활용한 이러한 초창기 개념사진은 이후 현실과 일상을 반영한 「신문」작업과 「S씨의 반평생」 등으로 발전하게 된다. 신문과 사진을 동시에 활용한 작품으로 「현장」시리즈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신문에 난 사건사진의 지시기호를 모방한 점선, 화살표 등을 신문사진 위에 그려 넣고 이를 접사 촬영한 후 11x14" 인화지로 뽑아낸 천 오백 여장의 사진들로 이루어진 설치작업이다. 신문 오리기 작업을 통해 유신시대의 유일신적 권력으로부터 나오는 단일한 언술 코드에 저항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는 신문사진 위에 작가 나름의 지시기호를 그려 넣음으로써 독자의 의식과 사고를 지배하려 하는 언론권력의 의도를 해체하려 했고, 또 사진으로 이루어진 150여년 현대사의 파노라마를 사진의 형태로 재편집해 보여주고자 했다. ● 한편, 그의 신문작업과 사진작업들은 대개 퍼포먼스의 결과로서 존재하게 되는데, 그의 퍼포먼스는 초창기 논리적, 자기-지시적 시기를 거쳐 점차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하게 된다. 그의 최근 퍼포먼스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언저리에서 사용되는 각종 단어와 구문들을 일정한 문맥 없이 말하고 관중들로 하여금 이를 따라하게 하기도 하는 등 그 단어들이 함축하는 다양한 의미들을 환기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는 개념미술을 다다와 플럭서스로 이어지는 비정형예술 안에서 받아들인 측면이 있는데, 이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모든 권위와 경계와 정착을 거부하는 이념성향을 지니게 된다. 여타 작업들에서와 마찬가지로 그의 퍼포먼스에는 권력에 대한 저항, 신체의 회복, 일상에의 주목 등이 녹아있다.

성능경_착란의그림자_컬러인화_2001

이번에 출품하는 「착란의 그림자」 는 망친 사진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자신의 낡은 집에 스며있는 지루한 일상, 그리고 그 뒤편에 숨겨져 있는 착란의 그림자를 포착하기 위해, 그는 카메라를 B셔터로 고정하고 스트로버를 피사체 앞에서 이동하며 터트리는 기이한 촬영 퍼포먼스를 행한다. 카메라가 눈을 뜨고 빛을 감지하는 동안 거실 앞 방문은 열렸다가 닫히기도 하고 작가의 몸이 잽싸게 지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망친 사진의 원리를 이용하여 제작된 이 작품의 영상들을 보면, 그의 작업이 이제껏 그가 행해왔던 작업들과 전혀 다른 궤도로 접어들었음을 감지하게 된다. 지시적이고 직접적인 언술 대신에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가, 거친 망점의 흑백사진 대신에 고도로 섬세한 대형 칼라화면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이와 별도로, 섬세하고 고도의 해상도를 지닌 사진작업으로, 성능경이 사진작가 이강우의 사진모델이 되어 출연한 작품이 또 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성능경이지만 작가는 이강우인 셈이다. 성능경은 이 사진을 전시장에 걸어놓고 그 앞에서 동일한 퍼포먼스를 행하게 된다. 「이강우展 미술(家)&문화·신체풍경」이라는 제목의 이 사진작업은 두 사람의 개별 작가가 각각 다른 맥락으로 하나의 작품에 관여하는 독특한 관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협동작업은 신세대 작가 박용석이 비디오로 찍고 편집한 「S씨의 하루」에서 다시 한 번 실현된다. 이 작품은 예술가가 아닌 자연인으로서의 작가가 보내는 지극히 단순하고 반복적인 보통의 하루를 비디오로 기록한 일종의 다큐멘트이다. 30년 연상의 선배작가가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식사하고, 설거지하고, 목욕하고, 운동하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출근하여 학생들을 지도하고, 다시 버스나 지하철로 귀가하여 밤에 자리에 드는 과정을 후배작가가 신세대의 감수성으로 섬세하게 기록한 이 작업은 작가간 및 세대간을 연결하는 소통의 몸짓이자 대화의 공간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편 슬라이드 영사와 설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S씨의 공간」은 15년을 살아오고 있는 은평구 갈현동의 30년 묵은 집 거실과 방들을 전시장 안에 가상으로 실현한 작업이다. 15년 동안 집적되어온 갖가지 흔적들, 곧 낙서, 흠집, 메모지, 마른 꽃, 광고스터커 등이 귀중한 유품처럼 고이 간직되고 보존되어온 성능경의 집은 그 자체로서 역사이며 예술작품이다. 여기에는 성능경 자신의 삶에 대한 명상, 가족과 관련한 추억, 그 외 자잘한 일상의 내러티브들이 세월의 풍화 속에 깃들어있다. ■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

Vol.20011107a | 성능경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