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하는 이미지展

1부_평면 / 2001_1114 ▶︎ 2001_1124 2부_입체 / 2001_1128 ▶︎ 2001_1208

김지원_비슷한 벽. 똑같은 벽 similar wall, same wall 시리즈_19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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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1_1114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곽남신_김용익_김지원_김춘수_문범_오경환 오수환_윤명로_한만영_홍승혜_홍정희_황주리 강용면_김인겸_박석원_심문섭_안규철_원인종 윤동구_이형우_정현_조성묵_홍명섭

갤러리 피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28번지 백상빌딩 1층 Tel. 02_730_3280

한국현대미술의 산책 ● 횡단하는 이미지전의 성격과 작품은 통일된 주제가 아닌 개개의 독자적 표현 방법으로 매우 다양한 양상을 갖는다. 특히 이번 전시의 전반적 경향은 한국 현대미술에 있어서 가장 강조되었던 모더니즘 미술로 소위 추상표현주의 회화와 추상조각을 중심으로 전시되고 있다. 즉, 한국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윤명로와 추상조각의 박석원 등을 비롯하여 최근 신표현주의 경향으로 주목받는 황주리까지 그 다양성과 함께 한국 모더니즘 미술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본 전시는 이처럼 특정 미술사조에 맞춘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독자적 성격을 중시하는 초대전이다. 개관기념으로 무거운 주제보다 개성이 뚜렷한 다양한 표현으로 우리의 현대미술을 접근하려는 기획전이다. ● 먼저 회화 부분에 참여한 작가로 추상표현주의 경향의 윤명로(1936- )와 오수환(1946- ), 홍정희(1949- ) 등이 있다. 원로작가인 윤명로를 비롯하여 오수환, 홍정희 등은 대표적 추상표현주의 작가로 주목받아 왔다. 오수환의 흰색 캔버스 바탕에 무질서한 듯 보여지는 자유로운 선과 터치는 이성과 감성의 중간 지대를 상징하는 추상표현이며, 윤명로의 사색적인 무채색과 행위성의 강조로 드러나는 인간의 감성 표현은 전통미와 다른 현대적 심미성을 말하게 된다. 이에 반해 홍정희의 추상표현은 무채색이 아닌 적색 중심과 황색, 청색 등 강렬한 원색으로 행위성보다 생명의 생성과 움직임을 상징하며, 원초적 감성 표현이 돋보인다. 강렬한 색면추상은 인간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문범_slow same #20001, #20005_캔버스에 오일스틱_152×310×15cm×2_1999-2000

또한 내면세계의 새로운 형상과 추상표현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로는 오경환(1940- )과 문 범(1955- ), 김춘수(1957- )를 언급하게 된다. 오경환의 개념적 추상은 시각언어라기보다 개념적 이미지 언어로 특성을 가지며, 문범과 김춘수의 미묘한 모노크롬 추상화는 개념적이면서 시각의 독자적 조형성이 돋보인다. 지문 하나 없는 문범의 은회색이나 청동색 모노크롬 추상화와 반대되는 김춘수의 작품은 손가락에 의한 작은 터치가 수없이 겹쳐지면서 만들어지는 코발트 모노크롬 추상이다. 이들 작품은 그려진다기보다 마치 건축물이 세워지듯 구축되고 있는 느낌이다. 청동색과 코발트색의 미묘한 변화는 신비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물성과 삶의 순간적 표정을 잘 담아내고 있다. 혼돈 속에 질서의 미를 보여주는 이들의 작업은 개성이 뚜렷한 모노크롬 추상화로 인간의 내면에 접근하는 새로운 표현방법으로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 김용익(1947- )과 곽남신(1953- ), 홍승혜(1959- )의 경우는 평면에 잘 보이지 않는 균열을 만들거나 작은 오브제의 콜라주 작업, 그리고 기하학적 형태의 창문이나 집 모양의 부조 작품을 제작한다. 이들은 이미지를 그리기보다 만들어진 사물들을 통해 자기 자신의 개념을 담는다. 개인적 삶의 추억과 시대적 상황을 함축한 내용을 은유와 패러디로 작업을 하는 독특한 화가이며, 판화가이고, 입체 조형작가들이다. 이들은 필요하다면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자유로운 조형적 실험을 하고 있다. 보이는 것을 확인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것과 친근감을 주는 현실 풍경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시간의 흐름과 현실을 담는 평면에서 오브제 작업은 추상표현 이후 새롭게 등장한 조형언어로 주목된다.

안규철_나무의 집_느티나무, 시멘트 벽돌_1999

한만영(1946- )과 안규철(1955- ), 김지원(1961- )은 신비롭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평면과 입체 작품을 제작한다. 위트와 시적인 이미지를 갖춘 이미지가 그려진 오브제 작품들은 현실과 현실이 아닌 또 다른 세계를 넘나들고 있다. 개인적 이야기를 구체화시키기도 하는 이들 작품은 재미있다. 한만영은 꿈을 그리듯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회화적 오브제들을 구성한다면, 안규철의 경우 시적이고 개념적인 입체작품들이 주목된다. 김지원 역시 정물 아닌 정물을 그리면서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는 이야기가 있는 작품에 몰두하고 있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감상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들은 한국 현대미술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황주리_삶은 어딘가 다른곳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43×225cm_1999

황주리(1957- )의 신표현주의 회화는 일기장처럼 그려진 것으로 개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방인으로 외국에서의 생활과 여성으로 솔직한 자기 자신의 이야기가 가감 없이 그려지고 표현된다. 삽화와 같은 작은 조각그림을 보면서 우리는 타인의 삶을 엿보는 구경꾼이 된다. 동시에 우리의 일상과 내면의 관찰을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강용면_온고지신_브론즈, 목조에 채색_144×133×133cm_2000

한국 현대조각은 오랫동안 추상과 개념적 작업에 몰두하여 왔다. 박석원(1942- )을 비롯하여 심문섭(1942- )과 김인겸(1945- ), 원인종(1956- ), 이형우(1955- ) 등이 그 대표적 작가들이다. 초기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로 박석원과 심문섭은 비정형의 추상적 조형성 탐구에 몰두하다가, 점차 돌이나 나무가 갖는 본질적 물성과 미니멀리즘과 같은 단순한 형태의 추상조각으로 변모한다. 한국 추상조각에 있어서 이들의 영향은 매우 컸다. 이후 추상조각의 흐름에서 극소의 표현으로 대상이 갖는 절제된 미와 질서의 미를 추구하는 개념작업을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이다. ● 절제된 단순 형태의「묵시공간」을 만들어 내었던 김인겸이나 유기적 추상 형태로 원시성이 강하게 나타난 원인종의 추상 조각과 이형우의 설치작업이 지속성을 갖고 현대조각의 흐름을 주도하게 된다. 이들은 사각형의 입방체와 구체, 원 등 기하학적 형태의 단순성으로 사물의 근원성과 사색하는 공간을 만들었으며, 가장 원시적 재료와 형태로 조형성, 그 자체에 몰두하기도 한다. 볼륨을 강조한 견고함과 때로 매스가 아닌 평면의 구조물 설치 등으로 한국 현대조각의 새로운 유형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조성묵_communication_식용국수_300×400×100cm_1999

조성묵(1939- )과 홍명섭(1948- ), 윤동구(1952- )의 경우는 전통 조각에 반기를 들면서 새로운 개념과 구상적 형태의 조각과 설치미술의 선구적 역할을 하였다. 오랫동안 제작되었던 조성묵의「의자」와 홍명섭의 「발」, 윤동구의 주술적 오브제 설치 등은 재현적 조각에서 벗어나 인간과 삶을 그려내는 새로운 탐구였다. 이들 작품은 자연과 인간, 또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표현하면서, 일상을 뛰어넘는 볼륨이 있는 구성체로 공간에 놓여지면서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 아울러 인간 형상을 어린아이같이, 또는 원초성이 강조된 표현조각으로 강용면(1957- )과 정현(1956- )의 인체 조각을 언급하게 된다. 이들 조각은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인체 형상으로 구체적 묘사가 이루어지고 주제가 등장한다.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거나 형상을 단순화시킨 인체조각은 신표현주의 경향으로 주술성과 삶의 현실을 느끼게 된다. 기찻길 침목으로 조각한 정현의 인간상이나 강용면의「온고지신」연작들은 소박한 원시성으로 현실이 엿보인다. 이는 힘들고 어려운 현실의 단순한 기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밝은 소망을 꿈꾸는 소박한 표현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유재길

Vol.20011110a | 횡단하는 이미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