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에서

송문익 수묵담채展   2001_1121 ▶︎ 2001_1127

송문익_이월의 우포_한지에 수묵담채_89×93cm_2000

경인미술관 서울 종로구 관훈동 30-1번지 Tel. 02_733_4448

송문익은 최근 몇 년간 우포(牛浦)늪지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우포늪은 경남 창녕군에 있는 국내 최대의 자연 늪으로 천여 종의 수생식물과 곤충, 새들이 서식하고 있는 "생명의 고문서" 혹은 "살아있는 생태 박불관"이라 일컬어지고 있는 곳이다. 거기에는 온갖 동식물들이 태고적부터 생태계의 법칙에 따라 균형을 이루고 살며 인간에게 셀수없이 많은 혜택을 주고 철따라 변화하는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 그가 이곳을 그리게 된 동기는 한 환경단체의 일원으로 가게 되면서부터라고 하는데, 그때 그는 환경운동가로서보다는 환경에 관심을 가진 화가로서 이 습지를 보존하고 자연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했을 것이고, 그 일은 곧 이 늪의 뭇 생명들과 아름다움을 그리는 작업이라고 작심했던 것 같다. ● 송문익은 대학을 마치고 상경하면서 민족미술협의회에 참가하면서 민중미술가로서 한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가 90년대 들어 이 단체가 침체기를 맞자 스스로의 기량을 연마하기 위해 중국에 건너가 3년간 고된 수련기를 보냈다. 그 과정에서 그는 훌륭한 교수 밑에서 기량을 닸았을 뿐 아니라 오늘의 중국화가들이 자연을 그리는 것은 은둔사상에서라기보다는 제 나라를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는데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 그가 우포늪을 그리는 것은 우리의 자연을 지키는 일,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일이며 더 적극적으로는 개발의 논리와 자본의 횡포에 저항하는 일이다. 그것은 생명에 대한 외경과 나라사랑이란 굳은 신념 없이는 결코 지속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그는 우포늪에 가서 생명들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기도하며 관찰과 사생을 반복하여 우포의 4계절을 그리고 있다.

송문익_늪의 언덕_한지에 수묵담채_71×62cm_1999

현대는 사진영상의 시대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천연색 사진이면 족할 것을 왜 우둔하리만큼 그렇게 그리고 또 그리고 있는가하고 반문할 지 모르겠다. 사실 우포늪을 촬영한 사진첩을 보면 그 풍경의 아름다움과 다양함에 놀랄 것이다. 그러나 사진은 그 한번으로 끝난다. 화가의 작업은 그 끝난 지점에서 시작된다. 왜냐하면 한 미술사가가 말했다시피 풍경화는 "인간과 자연과의 영적 교섭"이기 때문이다. ● 송문익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얼마나 사물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사생(寫生)을 되풀이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생을 바탕으로 강하고 여린 붓질로 수초와 덤불과 나무들을 그리고 사이사이에 농담을 입혔는데, 짧고 강하고 때로는 어지러운 붓질이 마치 늪에 사는 뭇 생명이 요동치고 변전하는 느낌을 실감케한다. 그의 그림이 그저 보기 좋은 그림, 보는 이에게 위안과 휴식을 주는 "한폭의 한국화"에 머물지 않고 고요 속의 움직임, 그 어떤 치열함을 주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한다. ● 이번 작품전에는 우포늪 그림 외에도 산과 바위, 강변 풍경을 그린 작품들도 볼 수 있는데 어느 작품에서나 이 화가의 솜씨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내가 이 화가를 주목하는 것은 그가 지난날 민중미술에 몸담았대서가 아니라 그가 그 정신을 배반하지 않고 늘 생각을 가다듬고 기량을 연마하여 새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 김윤수

● 2001_1130 ▶︎ 2001_1206 부산 타워갤러리에서 전시가 이어집니다. Tel. 051_464_3929

Vol.20011118a | 송문익 수묵담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