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현대미술 5인전

왕 광의_유에 민쥔_쩡 판즈_쩡 하오_쩌우 춘야   2001_1128 ▶︎ 2001_1211

쩡 판즈_무제_캔버스에 유채_180×150cm_2001_부분

초대일시_2001_1128_수요일_05:00pm

세미나_중국 현대 미술의 현장_2001_1128_수요일_10:00am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시청각실_발표·쩌우 춘야 외

갤러리 아트사이드 서울 종로구 관훈동 170번지 Tel. 02_725_1020

1945년의 중국 공산당 출범과 뒤이은 냉전은 수 천년간 밀접하게 지속된 한중 양국의 교류를 완벽하게 차단시켰다. 중국은 1970년대 말까지 줄곧 외부와 단절되어 있었고, 한국 역시 반공이 국시인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접근로가 모두 차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문화적으로는 가장 밀접한 중국이 지금에 와서는 서구보다도 오히려 낯설게 다가온다. 1945년부터 외교관계가 복원된 1992년까지 50여 년의 단절은 수 천년에 걸친 양국의 교류사에 비춰볼 때 극히 미미한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양국의 역사 어느 시점에서도 이처럼 철저하게 봉인된 시기는 없었다는 점이다. 양국 교류사에 일대 전환점이 된 1992년의 외교 정상화가 지난 50여 년의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것도 이 때문이다.

쩡 판즈_가면 No.10_캔버스에 유채_220×145cm_2001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다섯 명의 작가들은 양국 관계가 정상화된 1992년부터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작가들이다. 이들 다섯 작가들의 작품만으로 중국 현대 미술 전반을 가늠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중국 현대 미술, 특히 회화에 한정하여 종적을 추적했을 때 가장 주요한 경향들을 대표하는 작가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시기를 최근 10년으로 한정한 것도 양국 관계 정상화의 상징적 의의와 최근의 회화적 경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 외에는 없다. 그리고 여기에서 사용하고 있는 '중국 현대 미술'의 시간적 범위는, 소련에서 들여온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모델에서 탈피하기 시작한 1980년대 중국 아방가르드 운동에서부터 지금까지 최근 20여 년을 지칭한다.

왕 광의_대비판_캔버스에 유채_150×120cm_2001
왕 광의_대비판_캔버스에 유채_150×150cm_2001

현대 중국회화는 중국 내부의 사회 문화적 격변이 가져온 다양한 변화와 복잡한 문제를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미술계와 관련된 사회적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중국 현대 미술의 세 단계와 대체로 일치한다. 그 첫 단계가 1979년 중국의 정치적 대외 개방과 문화 미술계의 해빙으로 인한 외국 사조의 유입과, 이를 통한 80년대의 급진적 아방가르드 운동의 확산이다. 이때부터 중국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강령이나 '정치를 위한 미술'이라는 구호가 약해지고 회화언어는 상대적으로 개방되고 표현의 폭도 넓어졌다. '85 신조류'로 대표되는 이 시기는 중국 전역에 걸쳐 수많은 미술단체의 성립과 빈번한 전시회, 미술 잡지들의 창간 붐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유에 민쥔_무제1_캔버스에 유채_140×110cm_2000
유에 민쥔_무제4_캔버스에 유채_140×110cm_2000

두 번째 시기는 1989년 천안문(Tian an men) 사태이후부터 1996년까지이다. 1989년에 세계는 동양과 서양에서 두 가지 놀랄 만한 사건을 경험하였다. 하나는 동구 사회주의의 몰락이라는 대변혁이었고, 또 하나는 중국의 천안문 사태이다. 중국의 지식인들이 경험한 이 두 사건은 중국의 이후 사회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순수한 격정과 이상주의로 물들었던 초기 아방가르드 운동이 사라지고 사회와 인간관계는 급속히 냉각되었다. 냉소와 허무만이 그들의 언어가 되었다. 삶이란 그들에게 한바탕의 악몽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가치체계를 세워 사회와 문화를 구제하려는 노력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 술과 도박으로 소일하며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한 초현실주의로 경도 되거나, 팝아트나 표현주의 양식을 차용하여 자신의 통속성을 거칠게 파헤치고 있다. 이 시기의 이러한 경향들을 미술평론가 리 시엔 팅은 '냉소적 사실주의'와 '정치적 팝'으로 묶어내고 있다.

쩡 하오_5월 8일 오후 4시_캔버스에 유채_175×200cm_1998_부분
쩡 하오_8월 29일_캔버스에 유채_175×190cm_1998_부분

마지막으로 1996년이 중국 현대 미술에 있어 또 하나의 분수령이 아닌가 한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반체제 지식인들이 모여 살던 원명원(yuan ming yuan)이 중국 정부에 의해 강제 해산된 1996년 6월은 중국 내부 자유주의자에 대한 공산당의 승리와도 같은 것이며, 역설적이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 현대 미술의 승리이기도 했다. 작가들은 뿔뿔이 흩어져 상대적 고립속에서 작업에 몰두하였다. 이에 따라 다양하고 다원화된 형식과 장르가 고르게 발전하기 시작한다. 설치나 영상, 사진 작업이 속속 자리잡는 것도 이 시기이다. 중국 현대 미술이 진정 국경을 넘어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조명 받기 시작하는 것도 이때부터이다. 또한 이 시기는 중국 경제가 탄력을 받아 안정적인 고도성장으로 진입하는 시기이기도하다.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자신감이 전 시기의 경험들과 어우러져 각각의 개성으로 발현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지금 시기의 중국 현대 미술의 양태는 지난 두 시기와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다채로우며 다양하다.

쩌우 춘야_초록개 18_캔버스에 유채_220×320cm_2001
쩌우 춘야_초록개 10_캔버스에 유채_250×200cm_2001_부분

이번 전시에 참가한 작가들은 주로 1989년 이후 주도적으로 중국 현대 미술계를 견인하고 있는 작가군 들이며, 이미 국제 미술계의 주요한 일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 왕광의는 90년대 초에 차이나 아방가르드의 대표적 조류인 '정치적 팝'을 이끈 가장 중요한 작가이다. 그는 '대비판', 'Visa' 시리즈 등에 중국 문화 혁명기의 정치적 슬로건과 서구 명품 브랜드를 병치시킴으로써, 사회주의 정치노선과 자본주의적 소비욕구가 공존하는 중국의 현실을 시니컬하게 그려내고 있다. ● 유에민쥔은 1989년 이후 발전한 '냉소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한없이 웃고 있거나 우스꽝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인물들로 꽉 차있다. 그의 웃음 속에는 많은 의미들이 농축되어 있다. 실없음과 냉소, 허무 등등 중국 현실 문명과 인간에 그의 조롱은 천안문 사태이후 중국의 상실감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쩌우춘야와 쩡판즈는 독일 표현주의적 방법론을 일정 정도 차용하여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다. 그러나 그 두 작가 모두 중국의 수묵화처럼 유화 물감을 쓴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은 중국화의 일획처럼 속도감 있고 물감이 툭툭 화면에 튀겨져 있다. 쩌우춘야의 최근작들은 음부가 붉게 물들어 있는 녹색 개가 주요 소재이다. 그의 "Green Dog"시리즈는 생리적 욕구처럼 몸에 베어있는 자본주의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 1994년부터 시작된 쩡판즈의 '가면' 시리즈는 역시 일련의 사회적 격변을 겪으면서 제기된 사회와 개인, 개인과 개인, 자아와 욕망에 대한 고찰이다. 이번에 출품된 최근작에서 가면을 벗겨 버린 인물의 등장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 쩡하오의 최근작은 고도 경제 성장기에 들어선 중국 내부 풍경을 생경한 눈으로 관찰한 작품들이다. 미니어쳐처럼 축소된 빌딩과 일상 기물들이 드문드문 화면에 자리하고 있고, 그 속에 그가 있고 그의 일상 생활이 있다. 텅 빈 화면 속에 점점이 박힌 기물들과 인물들에게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양자 모두에게서 소외된 자아가 아픔으로 다가온다. ■ 윤재갑

Vol.20011127a | 중국 현대미술 5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