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재/단

김상숙展   2002_0126 ▶︎ 2002_0217

김상숙_아산재단 서울중앙병원_양탄자 접착_2002_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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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재단 서울중앙병원 갤러리와 건축물 내부 서울 송파구 풍남동 388-1번지 Tel. 02_3010_3058

구축된 또는 연출된 호흡하는 색면공간 ●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의 한쪽이 색면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색면은 어떤 형상으로 도려내어진다. 도려내어진 색면형상은 뒤집어져 공간의 다른쪽 면에 달라붙는다. 이제 낯익었던 공간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전혀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 바닥 또는 벽면에 서식하고 있는 김상숙의 색면은 마치 담쟁이의 넝쿨이나 곰팡이처럼 탁월한 공간 잠식능력을 지니고 있다. 마치, 이상한 나라 앨리스가 경험했던 이상한 나라에서처럼 생소한 경험을 관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김상숙의 작업은 전시공간이라는 거대한 환경으로 구축되어있기 때문에 건축과 유사한 형식을 지니고 있다.

김상숙_아산재단 서울중앙병원_양탄자 접착_2002_변형

그리고 노년의 마티스가 휠체어에 앉아 색종이를 가위질하던 것에 비하면 김상숙의 색면공간 연출은 매우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연출된 환경의 크기가 지니는 효과는 김상숙의 색면공간 도려내기에 또 다른 힘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오브제화 되어버린 따블로의 느낌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관조의 세계가 김상숙의 색면공간 연출에서 엿보인다. 누군가 그랬다. '부동산 업자가 보는 땅과 순수한 관광객이 느끼는 땅'은 다르다고, 부동산 업자의 눈에 보이는 땅은 곧바로 싯가로 환산되어 투자 가능성을 따지게 된다. 그러나 순수한 관람객이 느끼는 평야는 다르다. 시원한 바람과 탁트인 환경에서 자유 또는 경외의 감상에 젖게 되기 때문이다. 김상숙의 색면공간 연출은 아마도 후자에 더 가까울 것이다. 곱게 색이 칠해진 오브제화 된 따블로에서 경험할 수 없던 공기의 흐름과 색면공간의 느낌이 몸으로 느껴지는 까닭이다.

김상숙_공간재단_양탄자 접착_금산갤러리_1999_변형

김상숙의 색면공간 연출을 좀더 섬세하게 따져보면 이는 공간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아니라 공간을 다시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일단 그 색면이 벽면으로부터 시작되었건 바닥으로부터 출발하였건 상관없이 김상숙의 색면공간 연출작품에 발을 딛는 순간 중력을 느끼게 된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걸림은 색면공간에 분명 위아래가 존재한다는 것과 전후좌우로 펼쳐지는 공간에서 자신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각인시킨다. 그래서 환경이고 그래서 건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부유하고 있는 색면현상들도 있다. 그러나 그 부유하는 색면현상에도 중력이 작용하고 그 하중을 엄격히 따져 구축된 건축물처럼 붙여져 있다. ● 주어진 공간에서 탈출구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욕심이 담겨져 있다는 것은 색면이 지닌 색채만큼이나 무척 찐하고 건강한 생각을 지니게 한다. 장소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출발하는 머무름의 집착은 생태적 환경이 지니는 습성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래서 그런지 김상숙의 색면공간 연출에서 하늘이 위치하는 천정은 모두 비워져 있다. 막혀진 공간이 아니라 열려진 공간으로서 색면형상의 호흡을 돕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 최금수·이미지올로기연구소 소장

Vol.20020209a | 김상숙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