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정원

지성배 사진展   2002_0319 ▶︎ 2002_0324

지성배_어둠의 정원_흑백인화_20×24inch_1999~200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10419a 지성배 사진전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2_0319_화요일_05:00pm

영광갤러리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1동 397-55번지 영광도서 4층 T. 051_816_9500

지성배가 인식한 모던 스페이스, 지성배가 바라본 공장이라는 공간은, 초기의 공장사진에서부터 「어둠의 정원」이나 「인간정제소」에 이르기까지 줄곧 정사각형의 프레임으로 일관되어 있다. 그가 바라본 공장의 이미지는 직사각형이나 파노라마 프레임을 거부하고 오로지 핫셀블라드 정사각형의 굳건한 틀에 갇혀있다. 모든 시각 예술에서 프레임이란 현실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머문 흔적이며, 세계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걸러진 공간이다. 따라서 정사각형 프레임이 갖는 시각적 긴장감은, 실은 그가 인식한 현실이나 그가 해석한 세계가 낳은 긴장감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것은 이근삼이 쓴 부조리극 「원고지」에서, 등장인물인 교수의 옷이나 소도구인 벽, 가구 등이 모두 정사각형의 원고지 무늬로 과장되어 있는 것을 떠오르게 한다. 구획된 원고지의 정사각형 프레임은 기계적인 삶과 구속, 단절 의식이나 소외 의식, 연대감 상실이나 파편화 등 현대인의 정신적 상황을 풍자하고 있다.

지성배_어둠의 정원_흑백인화_20×24inch_1999~2000

지성배는 자신의 노동 현장인 공장을, 자신이 피땀 흘려 일구고 가꾼 어둠 속의 정원을, 망루에 오른 파수꾼이 되어 전지적(全知的) 눈길로 조감하고 있다. 어둠 속 우람한 저유(貯油) 탱크는 기품 있고 튼실한 정원수, 종횡무진 교직하는 파이프는 오일이 흐르듯 수액이 흐르는 얽히고설킨 나뭇가지, 여기저기 작열하는 불빛은 불시에 화들짝 만개한 야화. 그는 자신의 정원에 가득한 그 밤꽃송이들이 뿜어내는 향기에 취해 나르시스적 도취 증세의 몸짓을 드러낸다.

지성배_어둠의 정원_흑백인화_20×24inch_1999~2000

그러나 「어둠의 정원」 속의 그는 거대한 장치에 비하면 너무나 왜소하다. 발광하는 불빛의 명도에 채여, 사실 그의 존재는 셀프 포트레이트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 미미하다. 그런데도 그의 제복과 헬멧과 그의 두 손이 꼭꼭 끼고 있는 흰 장갑은, 그의 가슴에 달린 명찰과 더불어 「어둠의 정원」 곳곳에서 훈장처럼 빛난다. 그는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처럼, 노동으로 점철된 괴로운 자신의 육신을 쇠십자가에 꽂고, 문명의 꽃등불, 자본의 꽃등불을 후광으로 삼고 홀로 서서 당당하다. 이 자아 도취적 제스처, 이 땅의 한 노동자의 초상이 지성배의 「어둠의 정원」이다. ■ 김혜원

Vol.20020318a | 지성배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