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그림/도자기

이수경展   2002_0312 ▶︎ 2002_0420

이수경_too early too late_쌈지스페이스 메인 갤러리 설치_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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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지스페이스 갤러리 301 201 101 서울 마포구 창전동 5-129번지 Tel. 02_3142_1695

이번 전시는 작가 이수경이 1997년 『가내 양장점』이라는 제목으로 금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한 이후 국내에서는 5년 만에 갖는 개인전입니다. ● 전시는 꽃/그림/항아리라는 세 개의 주제를 가지고 쌈지스페이스 갤러리 3개 공간에 나누어 진행됩니다. 오늘날 미술에서 이미 진부한 소재가 된 꽃, 그림, 항아리는 기존에 미적인 대상이었으며 미적인 기호로 교환되고 소통되었지만 점점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해 온 생명 없는 코드입니다. 작가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하지만 결국 낡았거나 이미 시든 것이 되어버리는 오늘날의 미술과 미술시스템을 꽃/그림/도자기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 국제화, 세계화의 기치아래 급속도로 변모한 1990년대 이후의 한국 미술계에 대한 작가 나름의 전략과 철학이 배어 있는 이번 작품들은 이수경 특유의 비꼬기, 농담, 재치가 어우러져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시키면서도 작금의 미술현실과 미술언어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갖게 합니다. ● 메인갤러리의 꽃꽂이 작품과 프로젝트갤러리의 항아리 만들기가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선보인 것이라면 프로젝트갤러리의 벽면에 설치된 사진작품과 텍스트, 차고갤러리의 순간이동연습용그림은 이미 일본이나 이탈리아 등 해외전시에서 선보였던 작품입니다. ● 해외에서의 활발한 활동에 비해 국내에서 그의 작품을 자주 접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이번 이수경전은 국내 미술관계자와 관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

이수경_too early too late_쌈지스페이스 메인 갤러리 설치_2002

꽃_메인 갤러리 ● 메인갤러리는 크리스마스 트리, 결혼식, 장례식을 위한 꽃, 각종 축하 화환을 비롯 특정 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되는 꽃들로 채워진다. 전시기간 내내 전시장을 싱싱한 꽃으로 채우기 위해 작가는 꽃꽂이 회사 크리스찬 토루투의 협찬을 받았다. ● 작가에 의하면 장식 꽃들은 대부분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은 것에 해당된다. 예를 들면 크리스마스 트리는 새 봄인 지금 보기에 철이 지난 것이지만 해마다 크리스마스는 다시 오기에 동시에 너무 이른 것이다. ● 일반적으로 꽃은 국제화된 감성의 기표로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품종개발을 거듭하여 사시사철 전 세계 어디에서나 길러지고 팔려나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꽃꽂이는 이미 보편화 된 형식을 따르게 되는데 꽃의 상징적 의미, 꽃의 종류, 색깔과 쓰임새의 관계 등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의미와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 그러나 꽃은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찬란했던 의미는 사라져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전시장에 설치된 꽃들은 현기증 나는 유행의 속도를 타는 지금의 '작가'를 은유하며 비평가나 큐레이터는 그 꽃들을 꽃꽂이하는 사람이 된다. ■

이수경_번역된 도자기_쌈지스페이스 프로젝트갤러리 설치_2002

도자기 _프로젝트갤러리 ● 작가는 프로젝트갤러리의 벽면에 조선의 백자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이탈리아의 도공에게 상상으로 조선백자를 만들게 하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박물관에서 전시하는 방식으로 설치한다. 그리고 중앙에는 명품의 기준에서 밀려난 도자기 파편을 작가 나름대로 이어 붙여 만든 도자기를 함께 전시한다. ● 이탈리아 도공이 상상으로 만든 조선백자는 작가가 2001년 봄 이탈리아에서 전시했던 것이다. 작가는 시인 김상옥이 지은 「백자부」라는 시를 한글→영어→이태리어의 순서로 컴퓨터 번역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번역한 것을 이탈리아 도공에게 보여준 후 도공이 상상한 조선백자를 만들게 하였다. 김상옥의 서정적인 시는 두 단계의 번역을 거치면서 오역과 오해에 의해 왜곡되고 과장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탈리아 도공이 제작한 조선백자 총 12점은 실제적인 것과 상상적인 것, 지역 간의 문화차이, 기법의 차이 등이 교차되어 뒤섞인 잡종 도자기이다. ● 이탈리아 전시의 연장선상에서 작가는 한국에서 조선 도자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도공의 공방에서 깨져 나온 실패작의 파편을 모아 작가 나름대로 항아리를 만든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도자기 명품들은 문화에 대한 향수이자 지역의 고유성, 민족적 상징물로 고양되면서 보편적 가치로 보존된다. 그러나 부서진 파편으로 작가가 제작한 도자기(항아리)는 도자기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애매한 물건일 뿐이다. ■

이수경_순간이동연습용그림_쌈지스페이스 차고갤러리 설치_2002

그림_차고갤러리 ● 작가는 1970-80년대에 건설된 대형아파트의 실내 벽에 걸렸던 키치 그림을 반으로 쪼개 그 사이를 그림 속에 있는 색들의 줄무늬로 길게 늘여 5미터에서 7미터 정도의 크기로 그리고 이를 벽에 이어 붙인다. 이 그림의 오른쪽 액자 밑에는 손잡이가 있어 그림의 가로길이를 공간에 맞게 조정할 수 있게 하였다. 즉, 현대인의 보편적 주거 형태가 된 아파트가 주로 평수의 개념으로 차별화 되면서 그 안에 걸리게 될 그림 역시 평수에 따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 이 작품은 작가가 매직아이라는 어린이용 그림책에서 착안한 것으로 눈의 착시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즉, 양쪽으로 갈라진 그림을 보고 있으면 좌우가 하나로 합치되어 관객은 어느 순간 그림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되는 현상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의 제목은 "순간이동연습용 그림"이다. ■ 쌈지스페이스 갤러리

Vol.20020329a | 이수경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