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적 이미지의 공유

김정연 조각展   2002_0327 ▶︎ 2002_0402

김정연_충주대리석_40×120×250cm_2002

초대일시_2002_0327_수요일_05:00pm

공평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공평동 5-1번지 Tel. 02_723_9512

자궁과 질의 여성성, 모성적 이미지의 공유: 삶과 예술의 유토피아 ● 여자는 사람의 삶을 지탱해주는 대지의 풍요로운 생산과 온갖 문화 창조의 표상으로 '생명'의 동의어라고 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_김지하 ● 김정연은 삶과 예술의 유토피아를 꿈꾼다. 그녀는 여성이며 두 아이의 엄마이고 동시에 한남자의 부인이며, 교사이며 조각가인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김정연은 가장 자신에게 근접한 서재로부터 작업한다. 자궁과 질...작가는 그 모든 정체성을 내포한 여성적이면서 모성적인 작업을 통하여 타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작가가 추구하는 모성적 여성성은 절망과 아픔을 감싸안고 희망을 가지며 건강하게 새로운 생명과 세계를 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 여성성은 젠더로서나 섹슈얼리티로서의 성이 아니라 자연적이며 원초적 이미지로서 이해되어지길 원한다. 김정연은 지금까지 미술사에서 암시적으로만 제시된 여성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함으로 여성의 육체는 더욱 탈 외설화되고, 탈 식민지화된다. 작가는 여성으로서만이 경험할 수 있는 임신과 출산이 금기가 아닌 당당한 표현임을 알린다. 그녀의 이미지들은 대상화되거나 상품화되지 않고 건강한 감각으로 표현되었다. 이것은 욕망의 신체 쾌락으로서의 육체, 억압적 관계로서의 여성성으로 등장되는 페미니즘적 시각이 아니라 딸아이를 키우며 그 아이의 질을 닦아주면서 모성적 여성관을 깨닫게 되는 김정연의 일상적 삶의 정체성을 말한다.

김정연_충주대리석_50×145×200cm_2002

자궁과 질은 주로 가장 은밀한 깊숙한 곳으로 드러내거나 보여지기 터부시된 것들이나 김정연은 당당히 자궁과 질을 드러내며 보여준다. 자궁이란 생명을 잉태하고 양육하는 곳이며 질은 타자의 세계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생명잉태의 진입로의 역활을 한다. 김정연은 돌기와 축축함, 주름으로 된 그러나 총체적으로 부드러운 질감의 촉각적 느낌의 질을 무겁고 딱딱하지만 동시에 부드럽게 표현될 수 있는 대리석이라는 재료를 사용해 표현한다. 작가는 돌의 질감을 이해하고 2, 3톤의 무게를 지닌 돌의 거친 외관 안에 숨겨진 부드러운 내면을 들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며 잠재된 생명력의 속성을 내보낸다. 그것은 돌과 작가의 일체감을 말하며 작가의 지각과 느낌과 표현이 돌이라는 자연적 사물에 전달되고 공유되어 이미지라는 또 다른 생명체가 탄생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조각가들은 어떤 형태로 만들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돌을 고르는데 김정연은 돌의 내면적 속성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충주대리석이라는 재료를 선택하고 작업을 진행하면서 돌과 작가가 일관성과 일체감을 가지며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작가와 자연의 물질인 돌 사이에는 진정한일관성이 존재하며 그들의 합일에서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통해 발견하는 것이다. 돌과 작가의 상호소통은 모든 사물과 인간들이 다른 다양한 차이를 통해 파편화 된 부분이 아니라 전체 가운데 일체 됨이라는 속성과 성질을 일깨워준다

김정연_충주대리석, 동선_50×47×250cm_2002

넓이 250cm, 120cm의 분홍색 대리석의 질 이미지는 자연석이 반으로 잘려져 옆부분은 그대로 두고 위에서부터 자르고 다듬어져 만들어졌다. 이 질은 잎맥처럼 묘사되어 주름잡혀있고 돌출된 융기의 부분들은 섬세한 점으로 묘사되었다. 거칠게 돌을 파고 부드럽게 깍아내 수많은 수작업의 사포질과 정질을 거쳐 완성한 질은 조각가와 돌이 함께 한 공동생명체의 결과로 강하고, 거칠고, 부드럽고, 온화한 에너지들이 조화롭게 교류된 것이다. ● 분홍색 질은 더욱 은밀하고 부드럽고 부서질 것 같은 처녀성이 암시되기도 하나 워낙 당당한 이미지로 전환되어 비밀스럽다는 느낌보다는 근원적 힘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그것은 인간이미지를 뛰어 넘는 자연의 우주의 근원적 세계로 연결 강한 모성적 느낌으로 다가와 작품안으로 들어가 눕고싶은 충동마저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수많은 점으로 이루어진 질의 촉각적 질감은 태아보다 더 이전의 존재, 먼 세계 미지의 세계, 막연하고 부드러운 생명체 이전의 어떤 것을 가르킨다.

김정연_오석_62×70×100cm/30×100×100cm_2002

흰색의 충주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자궁은 야외에 설치되어 햇빛과 함께 당당하게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자궁의 질의 형태보다 조금 더 넓고 완만하게 표현되어 분홍빛 어린 질에서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주름 역시 더욱 깊고 부드럽게 처리되어 중앙에 놓인 둥근 태아를 풍요롭게 감싸고있다. 주름의 융기는 햇빛으로 그 모습 하나 하나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중앙의 둥근 형태로 된 태아는 빛을 발하고있어 작품은 자연의 생명만 암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작품의 일체 됨인 영혼의 빛과 같은 내면적 의미를 품어내고 있다. 주름의 유기적 형태는 드러나는 세계 숨어있는 세계와의 경계를 말하며 유동적으로 움직여 다른 밖의 세계나 위험으로부터 생명을 응축하기도 하며 보호한다.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뿐 아니라 내면의 감정으로도 주름은 변하며 반응을 보인다. 미워하거나 증오하면 수축하고 굳어지며 외부세계의 강력한 경계를 표시하고 친절하거나 사랑받는 것을 느낄 때 주름은 느슨해지며 원만하고 부드럽게 변한다. 식물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자궁의 주름은 생명체처럼 살아있어 인간 생명잉태를 뛰어넘어 생성과 소멸이라는 총체적 유동세계를 암시한다. 김정연의 주름은 자궁과 질뿐만 아니라 작품 전반적인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 세계와 저 세계의 인간과 우주 무생물의 세계와 생명의 세계를 연결하는 우주의 전체가 어느 부분 요소와도 연결된다는 프렉털처럼 구체적인 소재를 감싸며 전체를 환기시킨다.

김정연_충주대리석_100×60×205cm_2002

주름은 자궁, 질, 눈, 유방, 서랍, 집이라는 인간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요소와 연결되어 부분을 전체로의 연결로 유도한다. 이 요소들은 주름의 틈 사이로 구상적으로나 기하학적인 형태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차갑고 딱딱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는 구상적 형태는 주름의 구멍과 틈을 통해 외부와 소통된다. 그것은 지금까지 존재된 관습 관념의 실체로 명백하게 드러난 형체의 자립만큼이나. 독립된 부분으로서의 존재됨을 말한다. 근대이후를 지배한 기계의 존립방식과 같이 외부에 의해 강요된 집합조직으로서 암시된 구체적 형태는 스스로 움직여 관계 맺는 생명의 질서와는 거리가 멀다. 김정연의 구상적이며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부분 개체들은 주름의 틈을 통해 내부와 외부의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 주름은 더욱 최대한 바깥과의 많은 접촉과 완전한 관계소통을 위해 울퉁불퉁한 구조와 무수한 숨구멍으로 표현되었다. ● 김정연의 작업은 유기체적 생명체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본질과 다른 세계가 소통하여 희망적으로 변화되는 세계를 말한다. 여성의 가장 구체적인 아이덴티티의 부분을 통해 거대한 우주와 자연관과 맥을 같게 하여 우리세계는 하나의 유기체로 굴러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성의 질이 상징하는 부드러움, 섬세함, 따뜻함의 모성적 본능은 거칠고 험난한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삭막한 세상을 여행하며 관계를 맺음으로 결국 여성적, 모성적 본능과 더불어 승화된 삶을 지향하고자 하는 것이다. ■ 김미진

Vol.20020330a | 김정연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