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Y & ILLUSION

김학민 회화展   2002_0403 ▶︎ 2002_0409

김학민_강지혜-마이(카논)_무반사 유리에 유채/배경 디지털 이미지_180×90cm_200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김학민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2_0403_수요일_06:00pm

갤러리 창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Tel. 02_736_2500

참조시스템(reference system)을 적용한 무(無)개념적 예술형태 계발 ● 그동안 김학민은 사실적인 기법의 인체를 오브제로 설정하여 리얼리티한 공간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그의 작업에서 인체는 공간현상학적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관조를 위한 대상이 아닌 현상으로서의 예술을 성립시키기 위한 요소로 작용해 왔다. ● 그러나 이번 전시는 만화나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의상을 제작 착용하는 코스프레(costume play의 일본식 약자)를 예술적 참조시스템으로 적용하여 무개념적 예술형태를 계발하고 있다.

김학민_강지혜-미제트(블랙 매트릭스)_무반사 유리에 유채/배경 디지털 이미지_180×90cm_2001

코스프레는 1950년대~60년대 미국의 SF소설과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 모습을 분장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이들 동호인들은 수백 또는 수천명씩 모여 자신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분장하고 마치 가장무도회와 같은 축제를 즐겼다. 그러나 오늘날은 자신이 그린 만화를 보여주기 위한 아마추어 서클이 중심이 되어 코믹마켓을 형성하게 되는데 일본의 경우 40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코믹마켓산업은 코스프레 의상제작이라든가 동호인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사업, 동인지 발행과 판매등 여기서 유통되는 금액만 해도 연간 약 40억엔(400억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 이러한 코스프레 현상을 예술적 참조시스템으로 적용하기 위해 김학민은 코스튬플레이어이자 웹디자이너인 강지혜(24세. 여)와 연계하여 작업을 진행해 왔다. 다시말해서 강지혜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을 해서 제작한 여러가지 캐릭터 의상을 입고 김학민의 평면작업을 위한 모델 역할을 했으며 이러한 이미지들로 전시공간을 축조하게 된다.

김학민_강지혜-메이드(키즈아토)_무반사 유리에 유채/배경 디지털 이미지_180×90cm_2001

전시장에 들어서면 입구에 흑백에서 칼라로 옷을 바꿔입는 4컷의 인물상이 눈에 띈다. 여기서 그는 오브제로써 실제 옷과 연계된 프로세스를 통해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에 대한 시각적 차이점을 극복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코스프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된 놀이적 차원의 관객참여공간으로 게임기와 홈페이지 그리고 애니메이션등이 3대의 모니터와 함께 설치되어있다. 그리고 전시장 안쪽에는 12개의 투명 아크릴 판에 그려진 만화나 게임케릭텅의 코스튬을 강지혜가 직접제작하여 입고 모델 역할을 한 이미지들을 공간에 설치하고 여기에 스모그와 점멸조명을 사용하여 마치 코스프레 무대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

김학민_강지혜-노리코(배틀 로얄)_무반사 유리에 유채/배경 디지털 이미지_180×90cm_2001

어찌보면 위와 같은 김학민의 작업은 코스튬플레이 그 자체로 환원되어 특정상황을 연출하는 데로 예술가적 역할이 주어졌기 때문에 전통적 개념에서 보면 매우 생소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특히 코스튬 디자이너이자 모델을 신화나 영웅적인 존재로 설정하고 자신의 창조성은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나 도구처럼 사용함으로써 유사주의(simulationism)나 상황주의(situationism)적 참조시스템(reference system)에 도달했고, 그결과 그의 작품은 전통적 시각에서 볼때 작품성이 없는 이른바 예술적 무(無)개념 에 이르게 된다. ● 이렇게 김학민의 작품 세계는 미술과 그 영역 밖에 있는 또 다른 영역과의 절충주의적 형태이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있어서도 상의 하달적 또는 일방통행적 소통방식에서 벗어나 인터렉티브한 소통방식으로 나타난다. 이런 경우 작품 속에서 개인적 창조성이 드러나지 않고 소통을 촉발하기 위한 방법처럼 사용되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 예술가의 역할이 감소되거나 축소된 것처럼 보이나 그의 작품은 관객과 공간을 하나로 통합하여 탈(脫)-물질화 현상을 띠게 된다. 특히 관객이 직접 조작하면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3대의 모니터는 관객을 수동적인 감상자로서가 아니라 관객을 작품에 참여시켜 이들의 행위가 예술적 효과를 연출하는 대로 관객이 초대되는 참여미학으로 여기서 예술가는 창조자라기보다 연출자 또는 중재자에 더 가깝다.

김학민_강지혜-환상과 환영_무반사 유리에 유채_각 180×90cm_2001

이상과 같은 관점에서 볼 때 김학민의 이번 작품은 (그린다)라는 전통적 기법의 작업을 새로운 개념과 방법을 적용해 가장 진취적인 경향의 현대미술로 승화시킨 케이스에 속한다. 특히 참조시스템을 적용한 그의 무개념적 예술형태의 계발은 미술이 이제 형태분석이라는 본래의 제도에서 벗어나 주변 학문이나 문화와 교감함으로써 학제(學際)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 바, 김학민의 이번 전시작품이 이점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어 그의 창조적 가치가 높이 평가된다. ■ 김재권

Vol.20020409a | 김학민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