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조롱하지 마라

소윤경 회화展   2002_0424 ▶︎ 2002_0430

소윤경_기후 적응력_천에 콘테_116.7×97cm_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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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2_0424_수요일_05:00pm

갤러리 창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Tel. 02_736_2500

페인팅_부활 ● 히틀러, 레닌, 모택동, 스탈린, 김일성, 박정희, 김구, 체게바라, 존레논, 밥말리, 빅토르최, 앤디워홀.. ● 지난 20세기를 주도해 왔고 우리에게 삶의 방향성에 있어 커다란 영향력을 제시하는 우상적 존재로서 그들의 삶은 현재의 시간 속에서도 유효하다. 아직도 우리는 그들의 부활을 꿈꾸는 추종자들이다. 우리는 그들의 얼굴 위로 얼마나 많은 희망과 절망, 그리고 자유의 슬로건을 내걸었던가! 그들은 지난 광분의 세기에 우리가 만들어낸 영웅들이며 원한다면 현재와 미래에도 충분히 창출될 수 있는 상징적 존재들이다. ● 그러나 강력한 헤게모니의 중심으로서의 그들 역시 나약하고 유한한 인간으로서의 생을 마쳤고 이제 지상에 남은 것은 그들에 대한 신화와 평가, 향수 등이다.

소윤경_부활, 아돌프 히틀러, 레닌, 앤디워홀, 체 게바라_캔버스에 유채_각 65.2×50cm_2001~2

그들은 과연 편히 잠들었을까? 우리는 깃발 없는 세계에 남아 가버린 그들을 목놓아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물학적으로는 이미 소멸된 그들을 상징적 우상으로 다시 불러 들이고자하는 끊임없는 갈망들, 인간의 미래지향적 삶을 위한 우상의 필요성, 생물학적 죽음을 통해 본 욕망과 이상이 단절된 한 개인으로서 삶의 유한성과 격정과 구호가 없는 파편화된 일상의 소시민적 권태 속에서 지난 세기 우리가 그토록 갈구했던 삶의 지향점을 다시금 생각해 보고자한다. ● 인물 선정에 있어 보편적으로 익히 알려진 인물들로 상징적 우상으로서 함축적 의미를 지닌 독재자, 사상가, 예술가, 대중가수 등 각계의 헤게모니를 지닌, 권력의 핵심으로서, 새로운 정신의 주도자로서, 젊음과 자유의 우상으로 대변되는 20세기의 인물들이며 그들은 사후인 21세기를 맞이한 현재까지도 상당한 지지세력과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 ● 상황설정_각각의 인물들은 사후의 대지에서 21세기 현재로부터 수신을 받는다. 그것은 현시점에서 추종자들로부터 받은 모종의 소식들로 상황보고일 수도 있고 일그러진 진실일 수도 있다. 동시에 과거 그들이 존재 할 수 있었던 시대상황과 현시점의 개연성아래 상징적 존재로서 끝나지 않은 부활을 예고하는 부름일 것이다. ● 그들이 인간으로서의 생을 마친 지금, 평생에 걸쳐 이루려했던 이상의 변질과 현재의 평가, 삶에 대한 회한 등 그들의 얼굴 위에는 인간적인 사고의 표정들이 깃들어 있다. ● 과연 이들은 21세기로부터의 소식들을 받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에 대한 상상은 관객의 몫이다.

소윤경_지하철의 자화상_캔버스에 유채_72.7×60cm_1996
소윤경_편두통_캔버스에 유채_72.7×60cm_1996

드로잉_습한 방 ● 떠도는 자의 생의 풍경은 여러 시절 자신의 몸을 뉘이고 쉬게 했던 다양한 모습의 방들과 흡사하다. 그 방에 누워 생각했을 그 시절의 고민과 희망, 그 방을 방문했던 사람들, 그 방으로 돌아오는 길의 풍경 등등..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는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방을 지나 이곳, 이방에 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 이번에 전시될 일련의 드로잉 작업은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을 꾸려가던 지난 몇 년간의 내적 기록들이다. 생활의 잡다한 가제도구와 책들, 침대와 책상, 그 모든 삶의 구차한 물건들이 함께 뒹구는 소외된 방에 가득한 습기 찬 희망과 공상과 악몽들을 드로잉 하였다. ● 다음은 드로잉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들에 관한 설명이다.

소윤경_육식성_종이에 연필, 수채_50×75cm_1998

가학(加虐)과 피학(被虐)의 구도 ● 이 복합적 심리는 우리들의 유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기에는 약자로서의 피학적인 공포와 생존을 위한 교활함, 그리고 약한 존재에 대한 가학적 본능이 뒤엉켜 있다. 사회적 교육에 의해 통제되는 이러한 심리적 본능은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인 양상을 가지고 표출되며 우리의 내면은 상황의 변수에 의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 결국, 생존을 위한 공격성 뒤에는 상해(傷害)되어지는 존재에 대한 연민과 자기 동일시에서 오는 자아 분열적 상황이 내포되어 있다.

소윤경_나를 조롱하지마라_종이에 콘테, 콜라쥬_76×105cm_1999

잘린 머리와 손 ● 분리된 머리는 초현실주의자들에 의해 종종 노스탤지어, 잃어버린 희망, 이성으로 일컬어지는 육체 즉, 동물적 욕구로부터의 탈출을 표현하는 소재 등으로 등장했다. 머리의 상실 ,혹은 몸의 상실은 일상 생활 속에서 문득 생경하게 느끼는 상실의 감각이다. 그것이 일상적 감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주어진 상황에 대한 극단적 몰입에서 기인한다. 손의 표현은 다양하고 복잡한 심리적 상황을 묘사한다. 손은 얼굴의 표정보다 풍부한 기호적이고, 감성적인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

소윤경_당나귀같은 사랑_천에 콘테_117×158cm_2000
소윤경_사랑_종이에 펜, 콜라쥬_30×25cm_2001

인간적 동물형상 ●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면 동물의 신체는 화려하고 격렬한 표현의 도구이다. 언어 체계와 사고력이 없는 만큼 직설적 신체의 언어는 순수한 감정들과 포지션을 표현한다. 감정과 기초적 욕구를 가진 점, 그리고 서열이 구분된다는 점에서 인간은 그들과 동일하다. 어떠한 사회 계층적 상하와 관계없이 한 인간을 순수하게 바라보는 방법은 그들을 닮은꼴의 동물로 보는 것이다. 나에게 동물 신체의 낯설음과 친근감, 기괴함 등은 형태적으로 매우 호감 가는 포즈와 비례를 느끼게 한다. 인체의 정서적 표현의 다양성과 동물 신체의 직설적 기괴함이 조화를 이루어낸 형상들은 나의 작업에서 인간 신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함축하고 있다. 그것은 나 자신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파악해 가는 오버랩 된 형상들이다. ■ 소윤경

Vol.20020430a | 소윤경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