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넓은 색, '백색 단색화'의 세계

이동엽 회화展   2002_0601 ▶︎ 2002_0703

이동엽_사이_명상 20008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90.9cm_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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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2_0601_토요일_05:00pm 작가와의 만남_2002_0601_토요일_04:00pm

강연_우리나라 회화의 모더니즘:백색 단색화의 위장을 중심으로_윤익영 2002_0615_토요일_02:00pm_대구 MBC 7층 회의실

대구MBC Gallery M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1번지 대구문화방송 1층 Tel. 053_745_4244

아무런 형상도 그려져 있지 않은 텅 빈 화면. 그것은 회화가 시작되는 제로(0) 지점과 그 한 징후로서의 평면(성)에 주목한 모더니즘 회화의 산물인가, 혹은 삶의 질료적인 성질(형상의 장)을 상징하거나 암시하거나 축약한 추상과 명상의 결과인가. ● 작가 이동엽의 화면을 대면하면서 갖게되는 이러한 의문에 대해 작가 자신은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수면(水面)과 대기로 눈을 돌려볼 것을 권유한다. 수면과 대기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넓이와 깊이로 인해 정상적인 시지각의 범주를 넘어선다. 여기서 '알 수 없음'은 엄밀하게는 '지각할 수 없음'에 다름 아니다.

이동엽_사이_명상 2000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120.7cm_2000

지각할 수 없는 넓이가 삶의 질료적인 지평을 양적으로 증폭시킨 것이라면, 그 깊이는 질적인 성질과 관련되며 질료적인 공간을 정신적이고 관념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작가의 화면은 이러한 질료적인 공간과 형상을 넘어 정신적인 공간을 열어 보여주는 '경계'에 머물러 있다. 가없는 수면과 대기의 형상이 관념적인 공간과 접해 있는 경계를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화면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빛의 지대가 이러한 '경계'의 의미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경계'는 '사이'와 다름없으며, 또한 삶의 질료적인 지층과 정신적인 지층을, 회화의 형상적인 지층과 추상적인 지층을, 사물의 지각과 비지각을 가름하는 '틈'이고 '문'이다. 외관상 모든 형상을 지우는 순백(純白)의 광휘가 이렇듯이 형상과 관념을 가름하는 경계로 도입돼 있는 것이다.

이동엽_사이_명상 20008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90.9cm_2000

빛의 프리즘으로부터 원색을 걷어낸 무채색의 지대와 텅 빈 화면은 색(色)의 원인인 무색(無色)의, 욕(慾)의 근원인 무욕(無慾)의, 인위(人爲)가 기원한 무위(無爲)의 정체를 대변하는 것이며, 이로써 작가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회화를 부정하는 역설적인 방법과 과정을 통해 유(有)를 함축한 무(無)의 전통적 관념을 견인해내고 있다. ■ 고충환

Vol.20020609a | 이동엽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