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의 한.글.상.상

2002_0525 ▶︎ 2002_0721 / 월요일 휴관

안상수_문자도:마를셀에의 경의_haircut.by.gum.nuri,.photo.rhee.jae-yong_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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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_2002_0531_금요일_02:00pm

로댕갤러리 서울 중구 태평로 2가 150번지 삼성생명빌딩 1층 Tel. 02_2259_7781

안상수는 1980년대 초반부터 한글 서체 개발과 한글 타이포그래픽 디자인을 이끌어온 디자이너이다. 안상수체를 비롯하여 그가 개발한 서체들은 디자인과 서체 개발에 있어 한글의 태생적 제약으로 일컬어지는 네모틀을 탈피하여 기존의 서체들에 비해 시각적으로 매우 파격적이었다. 그의 서체들에 대하여 가독성과 관련한 비판적 시각이 제기되기도 하였으나, 최근 들어 각종 매체에서 탈네모틀 서체들이 적잖이 활용되는 것을 볼 때 분명 그의 선구적인 실험이 우리 문자 환경의 다양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깬 것은 네모틀만이 아니라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경직성 자체였던 것이다.

안상수_자화상:글자얼굴_1998

한글 타이포그래퍼 안상수 ●백성을 가르치는 올바른 소리, 즉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창제된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탄생의 기원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글자로, 선조들의 지혜가 집약된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문화 유산이다. 한자 문화권이지만 중국과 다른 말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글자와 말이 서로 맞지 않았던 상황에서 한글의 창제는 우리가 남(중국)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주체적인 길을 모색한 첫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안상수는 한글을 '당돌'한 글자라고 표현하며 스스로를 한글을 부리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 그가 말하는 "부리다"는 바로 타이포그래피를 의미한다. 타이포그래피란 텍스트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시각적 효과들을 적용하여 텍스트의 시각성을 높이는 일이며 나아가 글자에 감성과 정서까지 담아내는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한글은 아직 그 기반이 취약한 상황이었다. 당시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이러한 한계를 절감한 안상수는 스스로 한글 서체 개발에 나서 '마당체'를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1985년 공식적인 첫 서체인 안상수체를 발표하였다. 안상수체를 비롯하여 이후 그의 서체들은 이제까지의 서체들에 비할 때 무척 실험적이고 파격적이다. 그러나 이 파격은 그가 훈민정음 해례본에 담긴 한글의 제자(製字) 원리를 충실히 연구하고 완벽히 이해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 파격적인 새로운 서체로 안상수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자유로운 글자의 운용이었다. 편집디자인과 포스터 디자인에서 발휘된 그의 개성 강한 타이포그라피는 이제까지 감춰졌던 한글의 조형적 가치를 일깨워 단조롭던 우리 한글 타이포그패픽 디자인에 변화를 가져왔고 새로운 서체 개발의 물꼬를 터주었다.

안상수_실험적 예술문화 무크지 『보고서\보고서』15호_1998
안상수_실험적 예술문화 무크지 『보고서\보고서』17호_2000
안상수_비무장지대.예술문화운동.작업전을.위한."해변의.폭탄고기".포스 터_192×130cm_1991

한글, 늘 새로운 상상력으로... ● 디자인의 근본을 한글에 두고 있는 안상수에게 한글 타이포그래피는 일이자 공부이며 동시에 유희이다. 자연스럽게 그가 한글에 대해 갖는 관심은 글자의 기능과 시각성에 머물지 않고 다방면으로 확대되어, 문학과 예술과 우리의 전통문화까지 아우르고 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집 대문을 한글로 디자인하고 넥타이와 셔츠에 한글 무늬도 도안하였고, 때로는 거꾸로, 주변에서 발견한 사물들을 탁본하여 사물 속에 숨은 한글을 찾아내면서 인쇄물을 탈피한 생활 속 한글, 환경 속의 타이포그래피를 실현하고 있다. 자신과 주변 친구들, 시인 이상의 초상을 각자의 한글이름으로 그리는 이른바 '글자얼굴(typo-portrait)'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뒷머리에 자신의 이름 첫 글자들을 이발해서 새겨넣는 등 한글과 관련된 흥미진진한 그의 행적과 작업들은 한글에 대한 그의 샘솟는 애정을 확인시켜준다. 안상수의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모든 활동 중에 발휘되는 그의 예술적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안상수_문자도_93.9×63.6cm_1996
안상수_문자도_93.9×63.6cm_1996
안상수_문자도_93.9×63.6cm_1996
안상수_문자도_93.9×63.6cm_1996

한글로 할 수 있는 모든 것, 한글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상상하며 실험해보는 그의 열정은 다분히 예술가적이다. 한글에 대한 거침없는 상상에서 비롯된 자유로운 발상들이 적용된 그의 포스터들은 전달되는 정보와 시각 이미지가 통상적인 포스터의 설명적인 대응을 벗어나며, 창의적 해석과 표현으로 매우 실험적이고 개성적이다. 이는 디자이너로서 그의 감성이 이 순수예술과 커뮤니케이션 사이에서 교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위 '작가주의적' 성향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도 있을 수 있으나, 역사적으로 현대 디자인이 당대 미술과의 긴밀한 유대를 통해 진보적 발전의 자양분을 얻어왔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역으로, 고갈되지 않는 예술적 상상력을 스스로 발휘하는 안상수는 오히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지속적인 생산성 또는 생식능력을 기대하게 한다.

안상수_한글.문_196×201cm_2001

존경하는 인물로 오로지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창조의 모범으로서)과 시인 이상李箱(글자 운용의 선배로서)을 꼽을 만큼 디자이너로서 한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안상수의 이번 개인전은 한글 타이포그래 피의 특성이 잘 나타난 포스터 36점과 개성있는 편집 디자인이 돋보이는 도서들, 한글 대문, 탁본, 벽 작업, 자료사진 등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안상수의 디자인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서체 개발과 디자인의 차원을 넘어 한글에 대한 안상수의 폭넓은 디자인 의식과 다양한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가 한글 전용專用에 대한 반론과 영어의 일상화 등 세계화의 기치 속에서 끊임없이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한글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 태현선

Vol.20020609b | 안상수의 한.글.상.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