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김정한 설치영상展   설치 / 2002_0611 ▶︎ 2002_0618 전시 / 2002_0619 ▶︎ 2002_0630

김정한_고공·고공타워 크레인기사 전승철님의 삶, 이야기_단채널 영상_2002

갤러리 아츠윌 서울 종로구 관훈동 55-1번지 Tel. 02_735_5135 www.artswill.com

도시의 하늘을 덮고 있는 높은 고층 건물들을 보면 작가는 인간에 대한 공포감이 느낀다. 타인과 조화되지 못하고 자신의 세계에만 고립되어 쌓여 가는 현대인들의 욕망의 기념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고층 건물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공사현장을 지나다 보면 인간이 참으로 대단한 편집증적 동물이라는 생각을 한다. 현대인들은 모두 자신만의 고층 건물을 쌓고 있다. 그 건물 꼭대기가 있는 고공에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매우 현기증 나는 과정이라 작가는 생각한다. ● 이런 생각 때문인지, 타인과 관계를 위한 행위와 말을 할 때, 작가 개인적으로 두려움과 어지러움을 느낀다. 말 그대로 아주 높은 곳에 올라와 있는 느낌일 것이다. 더구나 개인적으로 작업을 함에 있어 무언가에 대해 또는 누군가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것은 항상 죄책감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 죄책감이 현대인이 타인과 관계할 때 느끼는 현기증의 한 형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해 보았고, 작업을 통해 작가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경계에서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재현해 보고싶었을 것이다. ■ 갤러리 아츠윌

김정한_고공·고공타워 크레인기사 전승철님의 삶, 이야기_단채널 영상_2002

타인의 삶이거나 자신의 삶이거나 나는 한사람의 여행자일 뿐이다. 하룻밤 지친 몸을 의탁하는 낡은 여관방에서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한 남자의 삶에 대해 느낀 인상을 되새겨 보는 과정을 드러냄으로써 우선 타인의 인생에 단지 관람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다. 갤러리의 입구에 들어서면 조그만 여관방에 TV가 켜져 있고, 아마도 월드컵 축구 중계 방송이 나오고 있을 것이다. 방문자는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간다. 타인의 삶에 개입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식이라고나 할까? 누군가 방에 있다 잠시 자리를 비운 듯한 흔적이 여기 저기에 있다. 그리고 이 방이 마치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연출된 세트임을 알 수 있는 부분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김정한_개인전『고공』디스플레이 드로잉_2002

여관방의 창을 통해 타인의 삶의 단편적인 모습들이 비춰진다. 타인에 대한 인상은 매우 단편적이고 분산되어 있다. 무언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들이 아니다. 그냥 나에게 쏟아진 것들이다. 그 자료는 매우 방대하다. 타인에 대한 직접적인 자료가 방대한 것이 아니라 그 자료를 끼워 넣을 범주의 자료가 방대하다. 타인에 대한 인상은 아주 신속하게 나를 중심으로 범주화된다. 제공된 자료가 변수 값이 되는 하나의 범주 함수에 입력됨으로써 타인은 나에게 하나의 완결된 인간 유형으로 자리잡고 잠시 겪었던 현기증에서 벗어난다.

김정한_개인전『고공』디스플레이 드로잉_2002

이러한 과정은 내 자신을 비롯한 현대인들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실체 없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 아닐까? 본 작업을 통해 한 개인에 대한 매우 구체적이고 단편적인 자료들과 상황들을 제시함으로써 이러한 본인의 생각에 대한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전시를 위한 이러한 형식적인 글도 이러한 작업의 의도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전시장은 무어라 개념 지울 수 없는 삶의 한 맥락이 복사되어 붙여진 장소일 뿐이다. ■ 김정한

Vol.20020621a | 김정한 설치영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