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본다. 그리고 나를 본다

박소영 회화展   2002_0612 ▶︎ 2002_0618

박소영_부분의 합_캔버스에 유채_22×16cm×88_2002

한전프라자갤러리 서울 중구 남대문로 2가 5번지 Tel. 02_758_3494

사람은 누구나 다 같은 얼굴로 산다. / 그래서 사람들은 / 다 다른 얼굴로 살아가고 있다_「얼굴」원태연 ● 박소영 작가는 자신이 애정을 쏟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지만 그 얼굴 속에서 여러 가지 삶의 모습을 본다고 했습니다. 눈, 코, 입 모두 다 비슷한 구조를 가진 얼굴이지만 하나도 같은 것이 없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모두 비슷한 듯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개인'들, 또는 전혀 다르게 살고 있는 듯 하지만 결국은 거의 비슷한 삶을 살고있는 '현대인'들 이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보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기에 작가가 그리는 주요 대상은 하나같이 무언가 말할 듯한 표정으로 관객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때론 내가 그림을 보는 것인지 그림 속의 대상이 나를 보는 것인지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그런 경험은 때론 타인의 얼굴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친근감을 주기도 하고 때론 나의 모습에서 타인의 모습이 어리는 듯한 낯선 감정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전시회장 중앙에 있는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관객도 수많은 전시작품 속의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작가는 다 다르게 살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듯 합니다. 서로 미워하거나 시기할 필요도 없고 서로 잘 지내보라고 권하는 듯 합니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들이지만 결국 친구가 될 수 있으니 한번 친해 보라고 작가는 자기가 아는 모든 사람을 관객에게 소개 시켜주려고 합니다.

박소영_類似構造_혼합재료_24×18cm_2002

나는 지금 그대에게 전화를 걸어 / 커피를 마시자고 할 생각입니다_「보고 싶은 얼굴」 원태연 ● 박소영 작가가 작업을 하던 도중 그리던 얼굴의 주인공에게 전화를 걸어 긴 시간 수다(?) 떠는 걸 종종 보았습니다. 통화 내용도 별게 없습니다. 어제 누구를 봤다는 둥, 명성황후가 재밌다는 둥, 그림이 잘 안된다는 둥... 작가는 그저 그만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다시 그 사람의 얼굴을 그리곤 합니다. 전시회 일정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딴짓 할 시간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람들 얼굴을 그리다 보면 그 사람과 마음 속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고 그 사람이 무척 그리워진다고 합니다. 전화를 걸어 목소리라도 들어야 대상에 대한 애정이 증폭되면서 작업도 진도가 잘 나간다고 합니다. 작가의 작품활동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쏟고 그걸 확인하는 작업처럼 보였습니다.

박소영_『너를 본다. 그리고 나를 본다』展 디스플레이 모형_2002

얼굴 하나야 / 손바닥 둘로 / 푹 가리지만 / 보고픈 마음 / 호수만하니 / 눈 감을 밖에_「호수」 정지용 ●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자신이 함께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관객들에게 소개시켜 주려 합니다. 주변 돌아볼 틈 없이 정신 없이 사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모습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알려주려 합니다. 늘 곁에 있었지만 한번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정다운 이웃의 모습을 한번쯤 돌아보길 원합니다. 실험정신이 강한 관객이라면 전시회장 빈 구석에 잠시 웃는 얼굴로 멈춰서 다른 관객을 응시하며 자신도 전시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중앙의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고 작품이 되버린 자신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단지 작가의 작품을 아무 말 없이 보고 가는 전시가 아니라 전시 작품의 일부가 되어 조금은 낯선 자기 자신과 또는 자신의 모습이 어려있는 친근한 타인과 대화한다면 색다른 경험이 될 것입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의 문을 열어 보세요. 작품 속의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여러분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 괜찮아 다 잘 될거야. 힘내" 하는 애정의 말을 건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편만열

Vol.20020622a | 박소영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