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의 풍경들 Shadow & Silence

김순규_유미경_이인우_김원섭_임기성_최흥태 사진展   2002_1004 ▶︎ 2002_1017

최흥태_디아스포라_디지털 프린트_11.7×8.7inch_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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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2_1004_금요일_06:00pm

진동선 특강_2002_1012_토요일_03:00pm

A팀_2002_1004 ▶︎ 2002_1010 겨울 그림자_김순규_유미경_이인우

B팀_2002_1011 ▶︎ 2002_1017 침묵의 땅_김원섭_임기성_최흥태

스페이스 사진 서울 중구 충무로 2가 52-10번지 고려빌딩 1층 Tel. 02_2269_2613

다시는 돌이킬 수 없어 아픈 - 부재의 풍경들 ● "사진은 죽음이다." 프랑스의 위대한 기호학자이자 구조주의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사진은 미래에 있어 죽음이라고 했습니다. 한 장의 사진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존재론적 죽음을 내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에는 필연적으로 주체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그리하여 '그때 거기'(과거)에 있었으나 그러나 '지금 여기'(현재)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존재증명이자 동시에 부재증명이라는 주체의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 바르트가 말한 사진의 내재한 존재론적 죽음은 영화 『메멘토』에서 혹은 『봄날은 간다』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메멘토라는 말은 오래 전부터 롤랑 바르트에 의해 말해져 왔습니다. 그는 사진을 이야기할 때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을 썼습니다. 바로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입니다. 영화 『메멘토』와 같은 의미입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기억의 소멸(죽음)에 저항하기 위해 찍어 둔 사진의 역할 그것입니다. 부재한다는 것, 그러니까 '그때 거기'에 존재했던(존재증명) 것인데 '지금 여기'에 사라지고 없다는(부재증명) 것을 가역적으로 사진을 통해 분기시키고 있습니다.

유미경_중계본동_흑백인화_24×34.5cm_2002
김순규_난곡풍경_흑백인화_22.8×33.5cm_2002
이인우_벽으로 둘러싸인 도시_흑백인화_21.2×31.2cm_2002

바르트의 죽음의 의미도 그런 것입니다. 주체가 존재했음으로부터 사라지기 때문에 모든 사진에 내재한 '죽음'을 이해하고, 그리하여 누구든지 사진과 마주하면 그 내재한 숙명적 죽음의 의미를 헤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진이 단 한번밖에 일어나지 않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이라는 사실은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주인공의 할머니가 끝까지 남편의 젊었을 때 사진을 끌어안고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주체는 부재한데 사진은 시간을 동결시킨 채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사진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주체의 죽음이 발생하는데도 사진은 홀로 그때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그러나 진정 사진에서 느끼는 죽음의 본질은 사진에 찍히면 모두 과거가 되기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사진 속에, 그러니까 사진 속의 특정 이미지가 사진을 들여다보는 사람을 아프게 찌르기 때문입니다. ● 바르트는 바로 이것들을 미세한 세부, 즉 특정 이미지가 존재증명, 부재증명을 일깨우는 그 미세한 상처의 찌르기를 '푼크툼(punctum)'이라고 말했습니다. 푼크툼은 그러니까 말 그대로 타이어가 미세한 바늘 촉에 찔려 터지는 것처럼, 사진의 작은 세부, 아주 작은 이미지가 마치 화살처럼 사진 속에서 관객을 향해 날아와 그리하여 관객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 찌름에 의해 상흔을 남기는 모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을 통해 존재론적 죽음을 기억하게 되는 것은 푼크툼의 작용에 의해서입니다. 푼크툼이 있는 사진일 때, 관객은 사진을 통해 죽음(부재)의 의미를 깨닫고,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우리에게 소중한 것인지 알게 하며, 또한 우리에게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죽음이 있기에 한 장의 사진에는 얼마나 작은 고독과 슬픔의 상처들이 모여 있는 가를 알게 합니다.

임기성_부재로부터_흑백인화_23×34cm_2002
김원섭_아버지의 땅_흑백인화_22.5×42cm_2002

이처럼 사진에 관객의 눈을 찌르는 작은 세부가 있을 때 사진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바르트식으로 사진을 읽게 되면 세상에는 나쁜 사진이란 게 없고, 잘못 찍은 사진도 없고, 실패한 사진도 없습니다. 사진의 찍힌 이미지가 하나같이 우리 삶의 작은 상처인데다가 그것이 또한 죽음을 내포하기에 하나 같이 소중한 것으로 자리하게 됩니다. 이런 것들은 영화보다 실재적인 삶에서 더 많이 깨닫게 됩니다. 바르트의 메멘토 모리는 실재적 삶에서 더 많이 느끼게 되는 우리들의 존재론적 죽음의 이야기입니다. 말해질 수 없을 만큼 아주 미세하지만 우리의 소중한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는, 저 삶의 작은 상처로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 진동선

Vol.20021003a | 부재의 풍경들 Shadow & Silence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