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폭로된 정체-진실의 시뮬라크르

책임기획_진동선   2002_1002 ▶︎ 2002_1015

임선영_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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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_2002_1012_토요일_02:00pm

세미나주제_시뮬라크르 시대-사진의 정체성 / 대안공간 풀

참여작가 갤러리 룩스 / 강옥희_구성연_박형근_진용현_김정 대안공간 풀 / 심혜정_임선영_정윤선_최재경_목나정

갤러리 룩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3층 Tel. 02_720_8488

대안공간 루프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3-3번지 B1 Tel. 02_3141_1377 www.galleryloop.com

『사진, 폭로된 정체-진실의 시뮬라크르』는 오늘날 사진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해 가고 있는가를 현재적 좌표에서 이야기하는 전시이다. 사진은 아주 오래 전부터 변함 없이 견지했던 그 무엇이 있었는바, 그것은 바로 사진은 진실이며 사실 그 자체라는 믿음과 확신이었다. 이는 사진이 여느 매체와 달리 삶의 한 가운데서, 현실 앞에서 포착되고 찍혀진다는 재현의 진정성 때문으로 보여지며, 또한 사진의 객관적 묘사성과 사진이 담지하는 삶의 자국과 존재론적 증거로서 인덱스적인 요소 때문으로 보여진다. ● 그러나 그러한 재현의 진정성, 객관적 묘사성, 삶의 실재성에 기댔던 진실과 사실의 불문율은 급변한 사회 환경과 하이 테크놀로지 앞에서 무력화되기에 이르렀다. 하루가 다르게 새롭게 펼쳐지는 전자문화 시대의 삶은 더 이상 우리로 하여금 '사진은 곧 진실'이라는 가치판단을 유보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눈에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는 오랜 과학적 실증주의까지도 회의하게 이르렀다. 보드리야르를 비롯한 수많은 문화 비평가들이 이야기한 가상의 시대, 모조의 시대, 사이버 시대에 대한 아카데미적인 언술은 이제 언술로 그치는 것이 삶의 전반에서, 우리 주변 구석구석에서 참의 대용, 현실의 모조인 '시뮬라크르(simulacre)'로서 경험되고 인식된다. 사람의 얼굴과 마주하는 시간보다도 TV브라운관, 컴퓨터 모니터, 휴대폰의 전자 창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의 질료들과 놀이를 즐기는 것보다도 디지털 게임과 애니메이션 프로그램들과 놀이를 즐기는 시간이 많아지는 삶의 조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박형근_2002
목나정_2002

이렇듯 한 순간 흘러가고 마는 순간적인 것, 일회적인 것, 가짜 의미의 시뮬라크르가 진실의 자리를 차지하는 세상, 시뮬라크르를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여기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모조를 진짜로 착각하는 세상에서는, 시뮬라크르 앞에서 더 이상 당황하거나 혼란스러워 하지 않는 세상에서는 이제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던 실증주의적 시각 체계는 사라진다. 자동 응답기에 낯설어 했던 때가 엊그제인데 이제 우리는 너무도 태연히 가상의 실체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남긴다. 실체가 사라지고, 실체를 기대하지 않으며, 실체 없이도 살아가는 세상을 보드리야르는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이라고 했다. 실체가 없이 모든 것이 시뮬라크르로 뒤덮인 오늘의 현실에서, 그렇다면 이제 사진의 정체는 무엇인가, 사진의 진정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는 첨예한 인식론적 문제를 야기한다. 실재의 이중화, 실재의 환각화, 실재의 모조화는 더 이상 사진으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고, 사실을 증거하고, 사진은 진실이라는 가치 체계의 붕괴를 이끈다. 매체로서 사진은 자신을 파괴하며 스스로를 부정한다. 사진은 더 이상 재현의 대상을 찾지 않고 황홀한 환각을 찾으며, 실재의 대용 모조에서 카타르시스를 구한다.

김정_2002
구성연_2002

『사진, 폭로된 정체-진실의 시뮬라크르』는 이것들을 찾아 나선 보고서이다. 가상에 의한 현실 파괴의 공간에서, 실재가 가짜의 알레고리로서 살아가는 공간에서, 모조가 실재를 능가한 권능의 공간에서, 가상이 더 이상 꿈과 환상이 아닌 공간에서, 실재가 오히려 가상의 환각적인 닮음으로 변질된 공간에서 도대체 진짜 실재란 무엇이고, 그렇다면 이제껏 사진의 진실성이란 '순수한 시선의 객관성'이었는가를 자문하는 보고서이다. 10명의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참과 거짓, 실재와 모조, 진실과 환영의 경계를 오르내리면서 대상에 대한 탐색과 그 흩어진 진실의 파편들을 주워 모았다. 그들의 사진은 진실을 말하지 않으며, 또한 사실을 말하지도 않는다. 뿐만 아니라 현실의 자국과 존재의 증거로서 어제의 인덱스마저 포기한다. 참여 작가들은 자신의 컨셉트에 부응하고 이미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 포토샵 등 자유롭게 첨단 매체를 이용하거나 원래의 이미지에 조작을 가한다. 그들 스스로 현실에서 가상을, 가상에서 현실을 오고가는 '하이퍼리얼' 속에서 살아본 것이다.

정윤선_2002

시뮬라크르 세계는 재현을 재현함으로써 비정상이 되었다. 실재란 이제 "등가(等價) 의 재현"으로 남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시대 사진의 책무는 무엇일까. 시뮬라크르의 실재처럼 등가의 재현, 제공으로 끝나고 마는가. 사진이 재현의 중심이 아니라 등가의 중개자로 전락한 오늘의 사진, 중개자로 전락한 사진의 이미지가 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진실의 등가로서 시뮬라크르일 수밖에 없는지를 묻는 것이 이번 전시의 취지이다. ■ 진동선

Vol.20021011b | 사진, 폭로된 정체-진실의 시뮬라크르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