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구조 : 꽃과 욕망의 공간

박민정 회화展   2002_1023 ▶︎ 2002_1029

박민정_밑에는_광목에 직물 페인팅_400×290cm_2002

초대일시_2002_1023_수요일_05:00pm

갤러리 창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Tel. 02_736_2500

사람들의 내면 안에 욕망과 전시장의 꽃, 점, 혹은 추상적 형태들은 모두 하나이다. 유기체 이미지인 꽃은 '그 내면이 정열적이고 끊임없는 욕망이 내재하는 즉, 내재적 욕망'을 상징한다. ● 사람의 마음에는 거꾸로 선 풀과 나무들이 자란다. 이 상징적 유기체들은 인간의 마음, 내면세계의 의식들을 자양분으로 삼아 생성사멸의 순환을 거듭한다. 꽃과 풀은 생명에너지와 그 에너지의 발현을 나타낸다. 꽃과 풀은 생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적(奇績)과 현상을 상징한다. ● 내재적 욕망을 상징하는 이미지로서의 꽃은 그 꽃의 상태와 모습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의미를 지닌다. 욕망의 성취와 성취 정도, 잠재, 은둔 등등.

박민정_구조_광목에 직물 페인팅_290×1,000cm_2002
박민정_은둔_광목에 직물 페인팅_290×600cm_2002

꽃은 추상화되어 점들이 되는데, 이 점들은 미래의 생명을 품은 씨앗으로 보여진다. 그 씨앗은 사람의 어둡고 깊은 마음 속에서 자라난다. 씨앗을 품은 마음은 어린 생명이 자라기에 적합한 빛과 습도와 온도를 제공한다. 점은 최초의 조형요소이자 형태의 원형상이다. 점으로부터 꽃과 잎으로 확장하거나 다시 점으로 환원한다. 여기서 점은 끈끈하고 축축한 추상이 된다. ● 사람들은 내면으로 들어온다. 자신도 내면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다시 내면세계로 들어오는 것이다. 사람들의 내면과 전시장은 동일하다. ● 전시공간은 생명으로 충만한 백색의 동굴로 구성되어 있다. 밝은 백색의 동굴은 역설적으로 어둡고 축축하고 푹신푹신한 대지의 동굴을 떠올리게 한다. 백색은 어둠과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생명의 시간들을 품는다. 무수한 갈래의 생명의 시간들은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박민정_은둔_광목에 직물 페인팅_290×600cm_2002_부분
박민정_복합적인_광목에 직물 페인팅_53×62cm_2002

욕망은 생명에너지의 상징이다. 욕망은 그것이 무엇으로 불리건 애매하고 혼돈스런 시간들이 가득한 공간에서 생성하고 거주하며 이 공간은 백색의 동굴로 나타나고 전시장은 바로 그 동굴의 은유가 된다. 백색동굴의 은유. 백색은 무에서 유를 낳은 빛이 없는 카오스의 표피이다. 백색의 표면에는 꽃들과 꽃잎을 암시하는 점들이 생명의 에너지가 약동하는 공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내면에 자리하는 또 다른 백색의 공간들과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이러한 상호작용 또한 더욱 복잡하고 그러기에 상징성이 점점 커지는 은유의 빛 속에서 가능해 진다. ● 욕망이 새벽이슬처럼 이미지로 맺히는 꽃의 심상. 그 꽃잎에는 흐릿하고 축축하고 짙은 회색의 어두운 그림자들이 어린다. 내 앞에도 해가 뜨면 곧 말라버린 몇 가지 영상들이 스쳐지나간다. 벽들과 벽들, 길들과 길들, 섬들과 섬들, 이미지들과 이미지들. 사람의 마음속에 또는 머릿속에 무수한 차원의 지평선들이 겹치며 끝없이 방사하며 퍼져있는, 확장해가는 것들. 꿈을 꾸지 않거나 전혀 꾸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인공의 장소. 텍스타일과 겹겹이 그물코를 이루며 구성된 공간. 허무맹랑한 형이상학적 꿈이거나 요설(饒舌)의 궁전. 욕망이란 이름을 둘러싼 영상들은 개인이라는 주체의 견고한 구조의 그림자. 나노(nano)시간-공간을 사방으로 요동치는 힘들. 빛의 속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엄청난 속도들과 힘들. 내재(內在)하는 욕망을 어떻게 현상할 것인가? ● 박민정은 인간 내부에 자리한 욕망의 문제를 다룬다. 유기체로서의 꽃과 기하학적 구조형태를 중심으로 설치형식을 빌어 표현하는데 전체적으로 기하학 형태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부드러운 구조형태로 나타난다. 인공건축물의 구조가 아닌 유기체를 이루는 부드러운 구조이다. 전시공간은 부드럽고 섬세한 구조로 구성되며 은유의 끈들로 엮여진다. 이 끈들은 점층적 구조를 만들고 마치 생명수를 담고 있는 세포막처럼 은유의 삼투작용을 가능하게 하는데, 전시공간에서 관객은 이러한 상징과 은유의 삼투현상에 참여한다. 박민정의 전시에서 이러한 일련의 자기탐사 또는 내면으로의 여행을 상상해 본다. ■ 김기용

Vol.20021019a | 박민정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