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이와 작가

박태규 회화展   2002_1028 ▶︎ 2002_1106

박태규_꽃잎_에나맬 페인트_182×182cm_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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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2_1028_월요일_06:00pm

온라인 전시 미술행동 www.artmov.com

롯데갤러리 광주점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 7-1번지 롯데백화점 8층 Tel. 062_221_1808

박태규는 극장간판을 그린다. 이 말은 박태규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담고 있는 표현이다. '간판' 이라는 말이 관념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쟁이'라는 수식은 '작가'라는 개념이 가지고 있는 고급스러움과 분명히 대치하고 있다. 제도교육의 습관적 프로필 개념으로 따지자면 그는 서양화를 전공했고 몇 차례의 전시를 진행한 이른바 작가임에 틀림없다. ● 우리가 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작가이기 때문 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명함인 '극장간판쟁이' 라는 프로필의 비제도적 인상이 풍기는 불량기에 주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품위와 제도라는 비교적 공고한 관념이 제공하는 합법적인 사업영역인 화단을 벗어나 저자거리에 난전을 터 버린 것이다. ● 그의 이런 전향은 일반적 정서와 비교할 때 분명 불량스럽다. 불량스러움의 매력은 저항이라는 계획적이고 구체적인 행동방식 보다는 가벼운 '반항'이라는 일탈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박태규의 작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의 이런 일탈에 의한 비제도적 불량기가 풍기는 불온함에 동조하는 것이다. 그가 2002년 광주비엔나레 특별전에 초대된 이유 또한 동일한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 간판쟁이의 길로 들어 선 박태규는 어쩔 수 없이 품위와 고급스러움을 다시 부여받게 되었다.

박태규_에나멜 페인트_가변크기 설치_2002

그가 가진 가능성은 바로 이 지점이다. 즉, 간판이라는 '싸구려' 이미지를 품위를 기반으로 한 진영에서는 적절한 상품성과 개성으로 파악하고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가 차용했던 간판그림 형식과 현실비판적 내용의 만남은 의외로 충돌하지 않고 융합했으며, 우리는 그의 작업에서 마치 이미 본 듯한 느낌의 이미지를 읽어낸다. 그의 가능성은 이런 친숙함에 기반한 조형적 설득력에 있으며 스스로 관념적 품위를 포기한 부담없는 게임이라는 사실에 있다. 그는 무게잡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참 편한 것이다. 무게는 이미 진행된 바와 같이 비평가들이 입혀주는 의상으로 충분할 것이다. ● 내가 느끼는, 또는 예단하는 그의 한계도 동일한 범주 속에 있다. 그 스스로 간판쟁이라는 의식으로 안주하려는 경향이 그 첫번째 함정이다. 그곳은 나비넥타이와 턱시도 없이도 파티에 참석할 수 있는 초대권을 부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우려는 그가 뒤샹처럼 영악한 계획에 의해 스스로를 만들어 가는 작가가 아니라는 지점에 있다. 그는 좀 더 영악할 필요가 있다. 합법시장이든 암거래 시장이든 마지노선은 '이윤'에 있는데 박태규 스스로 쟁이와 작가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게 될 때 그 마지노선은 붕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어느 한쪽으로 핸들을 꺽었다.

박태규_에나멜 페인트_가변크기 설치_2002

그는 아직 길 위에 있다. 앞선 나의 우려는 사실 그가 어느 한 길모퉁이에 잠시 차를 세워놓고 있는 pause 상태이기에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이미 요구했듯이 그가 영악해지기를 바라며, 더구나 뻔뻔해 지기를 바란다. 나는 아직 동네 비디오대여점에서 요란한 제목의 국산포르노물 앞에서 진지한 선택의 고민을 하지 못한다. 참으로 난감한 것은 그것들이 대부분의 비디오대여점에서 신작프로그램과 홍콩영화 사이에 배치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들은 항상 나의 시선 내에 존재하지만 나의 몸통이 그것들을 향한 상태에서 시선을 던지지 못한다. 눈요기로 만족하다가 적당한 액션물이나 그것도 아니면 뭔 작가주의 스타일의 영화에 손길이 들락거릴 때, 느닷없이 확신에 찬 손길이 옆에서 쭉 뻗어나와 '채팅방에서 만난 오빠'를 뽑아가면 계산대에서 나는 그를 존경의 눈빛으로 훔쳐본다. 나는 박태규가 바로 그 사람이기를 기대한다. ■ 권산

Vol.20021025a | 박태규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