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결혼해요

용해숙展   2002_1106 ▶︎ 2002_1112

용해숙_몰라_석고붕대, 실_가변크기_2001

오프닝 퍼포먼스_2002_1106_수요일_06:00pm

퍼포먼스_김지영_「아자~」

성보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14번지 2층 Tel. 02_730_8478

초등학교 동창 모임 추진 중, 20여년 만에 한 동창에게 전화를 걸었다. 긴 시간을 뛰어넘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건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어렵사리 시작한 대화는 서로의 옛모습을 더듬으면서 우스개 소리도 하고, 다른 친구들의 안부도 물어가면서 조금씩 농익어 갔다. 나의 미혼이라는 말에 그 친구는 다소의 호들갑을 곁들이며, "난 작년에 딱지 떼었어…" 라며 답했다. 개학을 앞두고 미뤄둔 방학숙제를 밤새워 끝낸 학생처럼, 겨울에 들어서면 김장을 해놓아야 안심하는 엄마처럼 결혼도 해치워야 할 그것인가 보다... ● 콘돔이 선배 언니의 가방에서 발견되면서 남편은 언니에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귀기 시작한 지 이미 몇 개월이 지난 후였다. 두 아이의 엄마가 어찌 불륜을 저지를 수 있느냐며 시부모를 앞에 두고 연일 싸움이 이어졌다. 남편은 분에 못 이겨 맨주먹으로 유리창을 깨는가 하면, 같이 죽자고 자동차를 가로수에 받기도 했다. 이미 남편과 정 떨어진지 오래된 언니는 이혼을 요구했으나, 남편은 묵묵부답으로 짜증을 내거나 언니를 감시했다. 남편은 이혼이 커가는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부모님께 어떻게 말할 수 있느냐며 이혼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언니는 습관처럼 아이들을 키우고 시부모를 모시고 있다고 했다. 남편과는 필요한 말만하며 산다고 했다. 언니는 3년째 그렇게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 박현정_아직 혼자

용해숙_저 결혼해요_거즈, 실, 면사포, 바늘_가변크기_2002
용해숙_기록_팬티, 석고_2002
용해숙_양말_양말, 실_2002
용해숙_어디있께?_식탁, 실_2002
용해숙_왠일_천에 실_가변크기_2002
용해숙_다 빨게_천에 실_2002

결혼? 언뜻 그건 사랑의 절정 혹은 목적지라는 이상적(idealistic) 발상이 떠오른다. 이 시대 사랑의 테마 결혼은 해피엔딩이란 사탕발림으로 유혹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현실적 결혼은 이 사회구조의 전형(norm)이요 보편적 행위이며, 한 개인의 필수적 과제로, '해야한다'는 압력에 가까울 수 있다. 결혼할 때가 되어도 하지 않고 있다면 그건 사회적 무능력이요 심지어는 비정상적인 행위로 치부되기도 한다. 결혼을 '한다' '아니한다'의 선택의 여지는 미소하다. 또, 이러한 결혼은 사회적으로 유일회성의 치명적 성격을 띠고 있어, 한마디로 '엎질러진 물'과 다를 바 없다. 처음 단 한번의 시도로 결혼에 성공하지 않음을 사회는 쉽게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여성에게 있어서 결혼은 존재 역할의 현저한 전환이 되며 경우에 따라 자본주의 계급의 변화를 뜻하기도 한다. 삼종지도나 칠거지악으로 길들여진 이 사회의 여성은 자신의 정체를 결혼과 맞바꾸도록 조장하는 집단적 사고에 순순히 복종한다. ●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혼의 조건은 상품의 레테르와 별 다를 바 없다. '누구와 결혼하느냐?'와 '얼마짜리가 되느냐?'가 일맥상통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가사노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부부간의 계급과 차별로 자연스럽게 자리 매김을 한다. 결혼을 전후로 자아와 사회 전형의 끝없는 갈등은 정체를 갉아먹는 좀이 되어 서서히 실존의 자아를 잠식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반향 되는 내면의 갈등을 간과할 수는 없다. 결혼은 만져지는 현존의 행위로, 막상 결혼한 자아는 정체성을 잃어 가는 껍데기로 변동하는 이 모순의 환경에서, 결혼의 본질을 파헤치는 모색이 절실하다. ■ 전소영_1997년에 결혼

● 작업에 참여해 주신 전소영, 조수예, 안현숙, 용혜승, 김지희, 김보애, 정선주, 이유정, 이경옥, 김송은, 이은실, 김은정, 유성아, 박현정, 김미경, 김주경, 김지영, 민해영, 권혜선, 주유나, 임은정, 엄경주, 박찬분, 민선영님께 감사드립니다.

Vol.20021102a | 용해숙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