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계 속의 리얼리즘 창작

『art in culture』 초청 왕두 오픈포럼   2002_1108_금요일_05:00pm

왕두_팔레스타인 군인/설표범/로케트 휴대전화/다이어트 식품들/설표범_석고에 채색_2001 로댕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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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일시_2002_1108_금요일_05:00pm

주제_미디어 세계 속의 리얼리즘 창작 발표_왕두 / 진행_이영철 토론_이태호_홍성담_강성원_최진욱_이인범 등

인사아트센터 6층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02_736_1020

오랜만에 작가, 큐레이터, 비평가가 모여 대화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갖고자 합니다. 월간 미술전문지 art in culture가 중국 현대 미술가 왕두를 초청하여 오픈 포럼을 개최합니다. 왕두는 천안문 사건으로 구금되었다가 프랑스로 이주하여 10여년 간 파리에 머물며 작업해온 작가들 중의 한 사람으로 지난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 참가를 계기로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에서 제도화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배운 후에 서방 세계에서 새로운 변화를 겪게된 그의 작가적 배경, 현재의 그의 관심, 그리고 첨단 미디어의 시대에 전통적인 조각 의 제작 방식, 신체적 노동의 강인함으로 오히려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그의 미술 개념과 예술적 실천 행위에 대해 자유 토론을 기대합니다. 비디오와 슬라이드 상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작가, 미술비평가, 큐레이터 그리고 일반 관객들의 많은 참여를 희망합니다.

왕두_설표범/오토바이/부기 신발/나디아/인도네시아 시위자_석고에 채색_2001 로댕갤러리

예상 토의내용 ● 1_ 천안문 사건 이전과 이후의 자신의 삶과 미술의 변화에 관하여. ● 2_ 생활의 측면에서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무엇인가? ● 3_ 본인의 작업이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어떻게 다르거나 혹은 같은가? 재현적 창작 방식과 개념주의 사이에서 균형점을 어떻게 찾고 있는가? ● 4_ 90년대 중국 현대 작가들의 등장이 가능했던 이유?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중국 작가들의 대거 참가에 대한 견해는? 중국적 아방가르드 미술에 대한 견해는? 현재의 젊은 세대 작가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 5_ 전지구적인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은? 아트페어나 국제 비엔날레 참가에 대해 가지는 개인적 견해는? 상업화랑에 작품을 파는 행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 6_ 미디어 사회에 대한 팝아트성의 냉소적 공격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을 생각하며 작업하는가? ● 7_ 작가로서 큐레이터들에 대한 좀더 솔직한 생각, 개인적 경험은 무엇인가? ● 8_ 작가로서 좀더 나은 태도가 있다고 보는가? 등

왕두_사이버 섹스/아이들의 게임_석고에 채색_2001 로댕갤러리

지구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사회에 대한 온도 측정 ● 왕두는 생김새에서부터 이질적인 두 대륙을 연결하는 인디언처럼 강인하며 야생적인 인상을 풍긴다. 그의 작업은 표현·개념·노동·힘·전략이 교차하여 기묘하고도 강렬한 안정성을 느끼게 한다. 서구 보편주의 미학의 붕괴와 함께 작품의 가치와 질에 대한 판정 기준이 더욱 상대화되었지만 그것은 아시아 출신 작가들의 목소리를 언표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증가시켰다. 현대 중국 작가들이 아방가르드 게릴라처럼 '포장'해서 소개되었던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전시관에서 왕두 작품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중국이라는 대륙의 역사와 문화가 선입견으로 작용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은 바이블인 반면 한국과 일본은 보통의 책"이라는 하랄드 제만의 말은 위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상을 '궁극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성서가 아니다. 그것은 거리에 홍수처럼 범람하는 쓰레기 정보들이다. 그 안에 시대 변화의 맥박이 뛰고 있다. 왕두는 키스하는 연인, 생 빅트와르 산, 정치적 사건을 미술 이미지로 가공해내는 방법과 내용의 정확도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신문·잡지·인공위성이 쏟아내는 정보에서 권력의 기하학을 발견한 뒤 자신의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공간적 다이어그램을 발전시킨다. 그는 정치·전쟁·상품·동물, 자연의 이미지가 미디어에 의해 선별, 조작, 변조되는 방식을 재차용한다. 왕두는 우리가 신뢰하고 즐기고 기대하는 세상은 일회용 현실이 그때 그때 만들어내는 연극적인 가설 무대라는 점을 시원스럽고 유머러스하게 드러낸다. 제시 방식에 있어서도 그는 대중 사회의 일회용 이미지들을 모아 정치적 작가인 양, 비판을 과시하지 않으며 일회용 속에서 좀더 견고한 것을 붙잡으려고 고민하지도 않는다. 현대 사회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텍스트 사본들을 이용하여 지도를 어떻게 만들것이냐? 중앙 통제적 자동장치에서 사회를 구제하는 것은 결국 지도이다.

왕두_쓰레기 더미 안에 구겨진 이미지들을 복제한 조각들_2001 리용비엔날레

그의 작업은 단순히 오브제를 지향하는 작품이 아니라 아날로그적 물질성을 잃지 않으면서 사본들을 퍼포머티의 기능을 갖게 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감상자가 아니라 일종의 게임에 끼여든 참여자의 경험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가 정치·경제·사회·스포츠·레저·패션 등에서 선택한 정보들은 현대에 속한 부서지고 변질되기 쉬운 임시 소재들이다. 그 소재들은 천안문 사건에 연루되어 체포, 구금된 경력이 있다고 해서 단지 사회 정치적 비판의 목적으로 중심화하지 않는다. 그것들의 배치는 미디어 권력이 조장하는 욕망 생산과 내적인 좌절에 대한 풍자가 아니라 외부적이고 생산적인 발아 위해서 서식한다. 화상 통신으로 자신의 몸을 파는 여성, 유방을 절단한 나디아의 과장된 자신감, 장쩌민과 시락 대통령이 만나는 장면, 세계 도시들을 장악한 통통한 햄버거, 인도네시아에서의 권력의 탄압 장면은 등질적이며 결국 유한한 삶의 순간 지속이 주는 아름다움에 차등 없이 기부된다.

왕두_왕두 매거진_2001 리용비엔날레

왕두는 조각으로 보이는 이미지 덩어리들의 배열·무게·높낮이·온도·혼잡함의 정도·빛의 양·내부와 바깥의 삼투 관계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면서 둔중한 재료를 다시 비물질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잡지와 신문, 광고는 문화적인 까닭에 필연적으로 사본이다. 그것은 이미 자기 자신의 사본이며 아무리 차이가 나더라도 다른 것들의 사본이며 공인된 개념과 단어와 이미지들의 끝없는 전사이며 현재·과거·미래에 대한 전사이다. 사본의 구조화가 아니라 횡적 운동을 통해 반문화적 지도를 그리고자 하는 그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와 현재의 중국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오히려 '능동적인 망각', 역사보다는 생성에의 헌신이며 그 힘은 현재형으로서 대중 분석에 바쳐진다. 관객들이 사본의 건초 위를 밟고 지나가며 보게되는 것은 허공에 매단 일회용 현실이다. 2001년 리용 비엔날레의 개인전에서는 두 개의 터진 방에 온갖 사본들의 쓰레기 더미를 길게 쌓아 올렸고 그 안에서 우연히 선택된 몇 개의 이미지를 그대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베끼고 인쇄하여 구겨진 덩어리로 바닥에 내던져 놓았다. 오늘날 예술가들은 정보의 현대식 전쟁 속도를 더 가속화하거나 더 늦추는 작업들을 한다. 왕두는 '느림'을 가시화하는 작가로 보인다. 느림의 감각은 가장 대중적 형식으로 살덩어리의 무기적인 고형물로 보여지고 있으나 그것은 온도가 있는 '살'이다. 현 시대에 대한 무의식적 구제 행위들은 오늘날 살을 드러내는 작업들의 전지구적 확산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 살을 통해 우리는 지구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사회에 대한 온도를 측정해볼 수 있는 것이다. ■ 이영철

Vol.20021103a | 『art in culture』 초청 왕두 오픈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