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우다

이예승_이지선展   2002_1113 ▶︎ 2002_1119

이예승·이지선_…드리우다_2002

초대일시_2002_1113_수요일_06:00pm

관훈갤러리 본관 1층 서울 종로구 관훈동 151-8번지 Tel. 02_733_6469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대상에 대한 사색을 한다. 같은 길을 지나오면서도 길을 따라 늘어선 구조들이 빛에 반사되면서 생기는 이미지에 매료되는가 하면 누군가는 그 빛을 받아 흔들리는 잎의 미세한 속삭임에 취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 두 사람은 각자의 시선으로 삶을 터전을 구석구석 살피고 있다. ● 언뜻 보면 우리의 작업은 각자의 미적 언어로 관심 대상을 표현하였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이질적인 상이함 속에서 어우러져 공존하듯이 우리의 작업도 서로를 등지고 선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드리워져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 『...드리우다』전은 거대한 구조적 공간 속에서 순간순간 스치는 시각적인 이미지들과 미세한 존재에서 얻어지는 감흥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 간에 소통의 의미를 상기해보고자 한 것이다.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수묵의 날카로운 선들이 벽면을 타고 퍼지고 스쳐, 연약하고 섬세한 꽃잎의 끝자락과 맞닿고 가끔은 생명을 다해 빛바랜 잎사귀의 한 언저리를 살며시 부여잡고 있다. ● 길을 걸어간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바라본다. 웅장한 빌딩 숲의 유리면들은 빛을 받아 부서지고 그 속에 아른아른 하늘과 나무가 비친다. 거대한 구조가 있고, 그 구조 속에서 숨쉬고 흩날리는 잎새가 있다. ● 다시 시선을 돌려 길을 걷는다. ■ 2002

이예승_97분간 걷다_순지에 수묵_각 270×73cm_2002_부분
이예승_97분간 걷다_순지에 수묵_각 270×73cm_2002

97분간 걷다. ● 누구나 한번쯤은 어린시절 아니 재미 삼아 신문 한 귀퉁이에 작게 실린 '숨은 그림 찾기'를 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 작은 화면 속, 나무 한 귀퉁이에서 새가 날아다니고 그림 속 벽 모퉁이가 돛단배로 변해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그 시절 나에게는 그 작은 화면 속, 그림의 일부가 또 다른 상상의 무언가가 된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하늘 높이 솟은 빌딩의 유리구조에 구석구석 숨어있는 이야기를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한컷씩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도심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차디찬 구조 속에 비쳐진 한컷 한컷의 허상은 나의 내면의 공허함을 대변하듯 의미를 잃고, 표류하고 있었다. 나의 직업은 이렇게 실제를 잃고 머릿속에서 부유하는 이미지의 조각들을 나만의 '숨은 그림 찾기'판에 숨기고 있는 것이다. ● 지금도 나는 습관처럼 도심을 헤맨다. ■ 이예승

이지선_ 沿-따라가다_장지에 채색_112×145cm_2002
이지선_ 沿-따라가다_장지에 채색_58×68cm_2002

무엇인가를 통해 다른 무엇을 본다는 것은 일상에서 수없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일이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 처음으로 잎을 무심히 바라보던 날. 나는 그 선들을 따라가면서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하나로 모이기도 하고 여러 갈래로 갈라지기도 하는 무수히 많은 선들... 그것들을 바라볼 때 왜 내가 숨을 멈추게 되는지 그 까닭은 나도 잘 모른다. 다만, 그 속에서 그들을 따라 돌아다니다 보면 길을 걷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 그들을 통해 나는 그때마다 다른 생각들-지나간 기억들에 대한 회상과 앞으로 다가올 날들에 대한 동경에 사로잡힌다. ■ 이지선

Vol.20021114a | 이예승_이지선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