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Work-Works

김연태展   2002_1115 ▶︎ 2002_1203

김연태_Wall Work-Works_혼합재료_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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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아티누스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4-26번지 Tel. 02_326_2326

탈공간 속의 유기체 ●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거기에 여러 논리적인 변형을 가하여 새로운 개념 혹은 형상을 도출해 낸다. 이는 현대미술이 지금껏 진화해 오는 동안 거쳐왔던 정도(定道)이다. 그런데 여기에 작가만의 위트와 즉흥적인 본능이 더해졌을 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김연태의 『Wall Work - Works』展은 바로 이 즉흥성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작가의 순발력 넘치는 즉흥성은 전시 공간이라는 제도적 카테고리의 틀과 이항 대립적인 논리를 깨고 새로운 공간개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액자와 액자가 서로 유기체적으로 맞물려 있고 거기에서 튀어나온 생명체들이 전시장 벽을 타고 구석구석 뻗어 나간다. ● 김연태에게 있어서 전시 공간은 작품을 걸어야 하는 외적인 공간이 아닌 그의 붓이 지나가고 그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한 폭의 화면이다. 그래서 더 이상 액자와 전시 공간이라는 구분이 모호해지고, 그 모호함의 틈 사이를 타고 유기체의 세포들이 포도줄기처럼 번식해 나가기 시작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가 기존 제도권의 모더니즘적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주된 이유는 그가 주요 모티브로 사용하고 있는 무정형의 유기체 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형체를 규정할 수 없기에 일체의 규범과 규격화의 시도를 거부한다. 여성 생식기의 단면도와도 같고 남성 생식기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유기체들이 아메바와 같이 제각각 울퉁불퉁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이름을 알 수 없는 생명체들은 전시장 벽면에 착상되어 또 다른 형상을 잉태한다. 각각의 유기체들이 미세한 점들과 가는 선으로 연결되어 서로의 유전 정보를 나누고 있기에 그의 작품은 작은 세포 하나 하나가 엉켜져 이루어낸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와도 같다. 이 모든 생명의 흔적들은 작품을 설치하면서 하루 이틀의 시간의 경과와 함께 작가가 현장에서 받은 즉흥적인 영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연태_Wall Work-Works_혼합재료_2002
김연태_Wall Work-Works_혼합재료_2002

일찍이 요셉 보이스의 『The Void』展과 『The Full』展이 공간을 완전히 비우는가 하면 공간을 완전히 가득 차게 만들어 버려 전시 공간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흔들어 놓은 적이 있었지만, 완전한 비움과 완전한 가득 참 사이의 긴장감을 하나의 공간에서 보여주지는 못했다. 반면 김연태의 이번 전시는 적절한 여백과 채우기가 교차하고 있다. 이는 유기체가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만드는 채우기와 그 유기체가 앞으로 성장해 나아가야 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비우기의 반복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텅 비었다고 여겨지던 공간이 어느 한 순간 가득 차 있음을 느낀다. 전시장 벽면 코너에서부터 피어나고 있는 유기체의 넝쿨이 연기처럼 퍼져나가고 있음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김연태_Wall Work-Works_혼합재료 벽면설치_2002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김연태의 『Wall Work-Works』는 마치 세포가 분열하듯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복제해 가며 전시장을 채워가고 있지만 정작 어느 것 하나 똑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작지만 조금씩 다른 각각의 개성…어쩌면 이러한 차이(差異)가 유기체의 본질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자신의 즉흥화법을 통해 그러한 차이의 간극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차이는 다이나믹한 생명력의 원천이 된다. 세포 하나 하나 조직 하나 하나가 모두 중요하고 깨어있는 상태가 바로 김연태가 기원하고 있는 메마르지 않는 세상의 단면일 것이다. 김연태의 붓끝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형상과 그의 상상력의 폭에 기초해 보았을 때, 작가의 내면세계의 광대함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는 세상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과 애착의 결과이다. 인간의 상상력을 소우주라고 말한다면 그가 만들어가고 있는 소우주는 그 누구의 것보다 변화무쌍하다. 지금 그 변화무쌍함이 눈앞에서 벌어진다. ■ 이대형

Vol.20021125a | 김연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