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사람들

윤진숙 수묵담채展   2002_1204 ▶︎ 2002_1214

윤진숙_휴식II_화선지에 수묵담채_161×133cm_2002

초대일시_2002_1204_수요일_05:00pm

갤러리정 서울 종로구 내수동 110-36번지 Tel. 02_733_1911

길 위의 사람들 ● 매일 아침 집을 나선다. 집을 나서면 나와 같은 또 다른 사람들이 집을 나와서 어디론가 가고 있다. 다들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저마다 목표와 갈 곳, 할 일은 다르지만 무언가를 향해서 살아가는 매일 매일의 삶이라는 점에서는 다 같다고 볼 수 있다. 매일의 삶이 일어나는 일상의 공간은 평범한 이야기를 가진 작은 공간에 불과하지만 그것은 큰 우주의 한 부분이며 또 바로 우주 자체인 것을 생각할 때, 대문이 있고 담이 있고 크고 작은 나무들이 있는 작은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아침이면 길을 나서고 저녁이면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작지만 소중한 진리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윤진숙_길을 나서는I_화선지에 수묵담채_173×112cm_2001

문-이상향 ● 사람들이 추구하고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향을 나의 그림에서는 '문'으로 표현하였다. 어디를 향해 가건 결국 밤이면 돌아가는 곳은 집이다. 그리고 그 집은 문을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나의 그림에서 '문'은 도달하여야 하는 곳, 안주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또한 '문'을 지나면 그 곳에는 다른 차원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된다. 그래서 길 위의 사람들은 문 뒤에 있을 그 무언가를 위하여 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윤진숙_걸어가는 봄_화선지에 수묵담채_161.5×130cm_2001

화면-자유 공간 ● 고정된 시각을 벗어 던지기가 쉽지 않다. 아래는 땅이고 위는 하늘이며 나무 아래는 보도블럭이 깔려있고 사람은 그 위를 걸어가야 하며 문은 수직으로 서있어야 한다. 내가 그리고자 하는 것들이 내 마음에 차있고 그것이 화면에 자연스럽게 옮겨지기만 하면 될텐데 정확지도 않은 시선을 놓고 싶어하지 않는다. 화면에서 자유롭게 놀고 싶다. 무심하게 있는 대상들, 그것들을 내가 화면에서 질서지우는 것은 억지이다. 어느 쪽에서 바라보느냐,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사물의 관계는 변하게 되어 있다. 사물의 위치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물의 형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잘 그려도 사람, 못 그려도 또 사람인 것이다.

윤진숙_집으로_화선지에 수묵담채_70×132cm_2002

여백-시간의 흔적 ● 보통 동양화에서의 여백은 그리지 않은 부분을 의미한다. 그러나 나의 작품에서 여백은 이와 반대로 적극적으로 그려진 여백이다. 오래된 비석 같은 것을 탁본해보면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 깨지고 닳은 모습으로 드러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돌이 마모되어 그 위에 새겨진 것들이 지워지듯이 그려진 그림을 지워가며 만들어내는 여백은 화면에 숨쉴 구멍을 만들어줄 뿐 아니라 시간의 흔적을 느끼게 해준다. ■ 윤진숙

Vol.20021202a | 윤진숙 수묵담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