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Eyes[snδu]

그룹 17M 기획展   2002_1225 ▶︎ 2002_1231

김형표_「눈은 참 예쁠 것 같아요」를 위한 에스키스

초대일시_2002_1225_수요일_06:00pm

책임기획_VAVA   참여작가 김창영_김형표_김희정_박성호_박은옥_박진범_서동진_이규연 이석영_이창걸_이학주_정찬부_조수선_조윤희_최홍구

갤러리 창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Tel. 02_736_2500

일상에 지쳐 잠시 졸았던 것 같은데, 눈뜨고 나니 한해가 저물어 간다. 매일 걷던 이 도시의 공기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밤이면 꼬마 전구들이 여기서 반짝 저기서 반짝. 마음은 괜스레 따뜻해지는데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아, 크리스마스다. ● 크리스마스는 그 실제 의미와 유래를 깊이 떠올려보지 않는다 해도 누구에게나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시간이다. 지상의 어딘가에서는 스키장에서나 쓰이던 제설기가 홈쇼핑 서비스로 등장하여 눈이 오지 않는 크리스마스에 하얀 눈을 선물하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자정이 되면 십대들이 물결처럼 쏟아져 나와, 마치 폭주족처럼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거리를 활보하다가 새벽 미사를 드리기 위해 교회로 향하는 무리들도 있다고 한다. ● 2002년 12월 25일. 공상과학영화의 배경이라도 될 법한 이 낯선 시간에, 여기 17명의 신진 작가들이 한동안 머리를 맞대고 준비해온 크리스마스 작전을 실행에 옮기려 한다.

김희정_「나는 여기 없습니다. (나는 목매달았습니다.)」를 위한 에스키스
박성호_「SNOW-EYE」을 위한 에스키스

17M은 각기 다른 언어와 시선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쳐온 17명의 작가들로서, 현대미술의 무거운 외피를 한 꺼풀 벗어 던지고 관람객과의 정겹고 따뜻한 만남을 시도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멀고 먼 옛날, 별을 연구하던 동방박사들은 밤하늘에 유난히 빛나던 이상한 큰 별을 발견하고, 별빛이 인도하는 곳까지 수천리를 걸어와 예수탄생을 축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들은 먼 옛날의 동방박사들처럼 섬세한 직관과 순수한 열정을 품고 자신이 발견한 큰 별빛을 따라 끝없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설레임과 외로움이 교묘히 공존하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하면서, 잠시 분주했던 걸음을 멈추고 여기 열일곱 개의 에피소드에 동참해보자.

이창걸_「Gaus-warm」을 위한 에스키스
김창영_「소녀」를 위한 에스키스

작가들은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로 잘 알려진 로맹 가리의 단편소설 「지상의 주민들」중 임의의 한 씬을 읽고, 그것을 각기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내어 열일곱 가지의 크리스마스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실험하였다. 소설가에게 있어 내면의 언어는 글자에 투영되지만, 미술작가에 있어서 내면의 언어는 이미지로 형상화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로맹 가리의 원작이 내포하는 본래의 메시지와는 관계없이 앞뒤 문맥이 자유로이 개방되어 있는 임의의 한 단락을 통해, 작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내고 재현해 낼 것인지 그 다양한 시선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의 피로가 저마다의 육체와 정신에 엄습해오는 한해의 끄트머리에 서있는 당신에게, 두꺼운 외투쯤 잠시 벗어 던지고 17M이 들려주는 열일곱 가지의 따뜻한 크리스마스 풍경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권유해본다. ■ VAVA

Vol.20021225b | White Eye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