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t of the Yellow Sea

책임기획_윤재갑   2002_1207 ▶ 2002_1229

노상균_Twin Jesus_합성수지에 스퀸_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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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김종구_김창겸_노상균_문봉선_배병우 이동기_이종목_임영균_전광영

이 전시와 관련하여 황해출판사에서 단행본 도록이 발행되었습니다. 문의 Tel. 02_3141_3965

ddm warehouse 중국 상해 20080 동대명로 713호 3층 Tel. 021_3501_3212

아마도 나에게 가장 행복했고 의미 있었던 시간들은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와 유럽을 떠돌던 지난 6년간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나는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여러 가지 직업을 두루 가졌었고, 무엇보다도 하늘의 별만큼이나 다양한 local beer를 맛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와 책은 일정정도 이러한 여행이 가져다준 인연으로 인해 가능했다. 내가 중국을 떠난 후 아시아와 인도, 유럽을 돌아 다시 상하이에 도착하기까지는 꼬박 6년이 걸렸다. 몰라볼 정도로 변해버린 상하이의 술집에서 Wang Zhi wei는 이번 전시를 제안했다. 애초에 그의 제안은 전쟁으로 중국과의 모든 교류가 단절된 인도 현대미술을 포함한 아시아 미술을 전반을 조망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해 달라는 것이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이 지금은 문화,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면에서 통합으로 나아가고 있는 반면, 아시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수많은 분쟁과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21세기 아시아의 새로운 문화적 교류와 연대를 실현해 보자는 제안이었다. 문화적 교류와 상호 이해는 정치 군사적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피로 얼룩진 아시아의 현실을 재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우리 둘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자본과 시간의 제약으로 우리는 그 첫 기획을 한국 현대미술을 중국에 소개하는 것으로 제한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것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 수 있는 방법으로 출판기획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번 기획에서는 우리의 생각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위안을 삼는다.

이동기_Atomaus-Crucifixio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200cm_2000
김창겸_편지, 2000.12.31_단채널 비디오_영상설치_00:06:00_2000
김종구_쇠가루와 폐쇄회로 카메라 설치영상_가변크기_2002

사상사적으로 볼 때 20세기는 서양의 문명과, 그것을 떠받치는 서양적 사유가 전 지구적으로 지배력을 획득한 시대라고 볼 수 있다. 서양문명이라는 유기적 생명체가 그 성장의 잠재력을 극단적으로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축적된 자본과 과학기술 때문이었다. 더구나 디지털 미디어가 한 축을 이루는 현대미술은 엄청난 속도로 순환되는 세계 자본과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전제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시아가 형식적으로 식민주의를 벗어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이다. 하지만 자본과 기술의 서구 종속이 여전하고, 전후 세대 아시아 지식인의 대부분이 서양에서 공부한 점을 놓고 본다면 아시아는 여전히 식민적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동양의 서구종속과 함께 아시아 내부에서 작동되고 있는 미시적 차원의 문화정치(cultural politics) 역시 21세기 아시아가 직면한 과제들이다. 서구에 의한 동양의 종속만큼이나 심각한 갈등이 아시아 제 국가 사이에 존재한다. 인도의 힌두이즘과 불교, 근동 아랍의 이슬람,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남아시아 그리고 한.중.일 극동 3국의 유교 자본주의 등이 모두 아시아 문화지리의 구성요소이다. 이러한 광범위한 문화정치적 스펙트럼으로 인해 지난 20세기의 아시아는 민족주의와 국가주의가 상호 대립하는 갈등의 시대였다. ● 이러한 동양내부의 갈등과 서구문화의 영향이 한국 현대 미술에 뚜렷이 각인되어 있다. 한국문화의 심층이 유교(중국)-불교(인도)-기독교(서양)로 구성되어 있듯이, 한국 현대미술은 중국과 인도, 서양과의 관계 속에 있다. 이로 인해 한국 현대미술에는 동양과 서양 모두에서 들어온 갖가지 이미지와 아이콘으로 가득하다. 예수와 부처가 겹쳐지고, 그리스 신화와 한국 무속이 공존한다. 나와 한국의 몇몇 작가들은 이토록 다채로운 문화적 아이콘과 이미지들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것들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이거나 우리들 머리 위에 떠 있는 오색 무지개이다. 그 어떤 원형이나 원작과의 연관관계도 끊어진 이미지들은 압도적인 생경함과 강렬함으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순환하기 시작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도상과 의미의 무한 변조가 가능해지고, 상이하고 이질적 가치들 사이의 동거가 시작된다.

전광영_AGGREGATION 001-MA051_한지와 혼합재료_256×212cm_2001
이종목_Stork Shoal_종이에 아크릴채색_149×105cm_2000
문봉선_바다 바람_한지에 먹_43×54cm_2002

Yellow Sea 라는 바다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폐쇄적 영토성에서 한 발짝 벗어난 중립적 공간이자, 모든 이미지와 의미들이 부유하며 무한 변조되는 자유의 공간이다. 황해에 부유하는 이미지(Floating Images over the Yellow Sea)들은 원작으로 소급될 수 없는 수평적 전이의 과정이지 수직적 상하가 아니다. 그곳에서는 원작과 복제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이 부재한다. 황해는 국가주의 문화론의 우월적 자기중심주의에 저항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기능한다. 이를 통해 국가, 영토, 민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황해라는 중립적 공간에서 각각의 도상과 이미지들은 어떻게 전이되고 상호 습합되는가가 우리의 주요 관심사이다.

임영균_우리시대의 초상_흑백인화_각 130×100cm_1996
배병우_바위_흑백인화_160×76cm_2002

2002년은 한-중 수교 1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남북 분단과 중국의 공산화는 수 천년간 지속된 양국간의 교류를 단절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외교관계가 복원된 지난 10여 년 동안 양국간의 인적 물적 교류가 급속도로 확대되었고, 이제는 그 가시적인 효과가 정치 경제 외교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확인되고 있는 시점이다. 극동 아시아가 겪은 근현대사의 복잡한 질곡을 생각할 때 21세기 초반의 이러한 화해와 교류는 미래를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먼나라 이웃나라" 일 수 밖에 없었던 두 나라가 이제는 "가까운 이웃나라"로 마주앉아 있는 것이다. 2002년 한중수교 10주년에 개최되는 이번전시는,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문화적으로 가장 밀접했던 양국의 수천년에 걸친 문화교류를 복원하고, 양국 현대 미술의 공통분모와 독자적 발전을 가늠해 보고자 기획되었다. 비록 한국과 중국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상반된 이데올로기 속에서 20세기 후반을 보냈지만, 80년대 이후의 20여년은 양국 모두 개혁 개방을 통한 억압적 이데올로기로부터의 탈피와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개성과 현 주소를 균형감각 있게 바라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중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한국 현대미술을 통해 양국간의 상호 교류와 이해가 한층 증진될 것을 기대한다. ■ 윤재갑

Vol.20030105a | 황해의 동쪽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