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es from the people

김대수展 / KIMDAESOO / 金大洙 / photography   2003_0120 ▶︎ 2003_0129

김대수_quiet light, suryom-dong, mt. seolak_흑백인화_20×16"_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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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120_월요일_05:00pm

금산갤러리 서울 종로구 소격동 66번지 Tel. 02_735_6317

사람에서 숲으로 혹은 거꾸로 ● 이번 개인전에서 김대수는 숲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김대수의 자연에 대한 관심이 한동안 개별적인 나무들에 머물렀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숲을 피사체로 선택한 이번의 사진전은 나무에서 시작된 관심이 자연스럽게 연장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무에서 숲으로 이어지는 관심이 단순히 소재의 확장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대나무를 소재로 하는 기존의 사진들에 한국선비의 정신성을 보여주고자 한 그의 의도가 담겨 있었듯 이번 사진전이 조망하는 숲의 여러 얼굴들 안에는 사람 사는 일의 복합성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작가의식이 담겨 있다. 따라서 이번 사진전은 소재적 관심의 연장이라기 보다 테마적 관심의 심화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숲을 포착하는 김대수의 시선은 멀고 가깝다. 먼 시선으로 숲이 포착될 때 그는 외부자의 시선을 취한다. 이 외부자의 응시 아래서 숲은 계절의 변화를 담지 하면서 산수화적 풍경을 보여준다. 하늘의 배경을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얻어지는 풍경의 조감도적 이미지는 그가 미적 거리를 지키며 회화적으로 숲을 관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숲을 대하는 김대수의 시선은 그러나 외부자적 응시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한 걸음씩 숲의 내부로 침투하면서 그는 회화적인 관조의 시선을 버리고 예리하고 냉정한 해부학자(vivisektor)의 시선을 취한다. 녹음의 볼륨을 통해서 숲의 풍요함을 전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대신 이번에는 숲 내부의 디테일들이 렌즈에 포착된다. 카메라의 밀착시선 아래에서 숲은 회화적 시선의 그물로는 잡히지 않았던 내부의 은밀한 구조를 들킨다.

김대수_trees from the poeple, numada, kunma-ken_흑백인화_16×20"_2002
김대수_trees with morning light, suryeom-dong, mt. seolak_흑백인화_16×20"_2000

숲의 몸 안으로 침투하는 그의 밀착시선이 포착하는 대상은 우선 숲의 동맥이라고 할 수 있는 곧고 강건한 침엽수의 몸체들이다. 직립한 나무들의 수직적 단호함은 이미 그가 대나무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선비정신의 이미지를 다시 기억케 한다. 사진공간을 과감하게 횡단하면서 곧게 뻗어 오르는 굵고 강인한 수목의 몸체는 숲이 단순히 정태적인 풍경이 아니라 그 수목들의 동맥으로부터 부단히 생명의 에너지를 공급받으며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임을 감지하게 만든다. 그러나 해부학자의 시선은 숲의 동맥을 확인하는데서 멈추지 않고 더 깊이 안으로 들어가 이번에는 숲의 정맥들을 포착한다. 그때 드러나는 것은 굵고 단단한 침엽수들의 몸체가 아니라 그 몸체에서 파생하여 다시 자기분열을 거듭하면서 펼친 손가락처럼 허공으로 뻗어나가는 나무 가지들의 파상적인 모습들이다. 질 들뢰즈가 '리좀(Rhizom)'이라고 명명했던 바 생명확장의 모세혈관과 신경조직들을 김대수의 밀착시선은 그 첨단까지 필름 위에 각인시킨다. ● 해부학자의 시선을 취할 때 디테일에의 과도한 집중력 때문에 김대수의 카메라는 얼핏 과학주의자의 공격성을 드러내는 듯 여겨진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실증과학자의 시선이 아니라 예술가의 시선이다. 과학주의자의 카메라가 삶의 비밀을 해체하고자 한다면 예술가의 매혹 당한 카메라는 오히려 그 비밀을 껴안으려고 한다. 그렇게 비밀을 옹호하고 보존하려는 미적 시선에게 숲은 스스로 그 존재의 비밀을 온전히 드러낸다. 그것은 온몸에 양광을 흡수하여 현란한 발광체로 변해버린 여름 숲의 녹엽 들이기도 하고 흰눈의 세례를 받고 눈꽃으로 부활한 겨울 숲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대수가 궁극적으로 인식하는 숲의 비밀은 일견 혼돈스럽게만 보이지만 정연한 질서를 지니는 생명현상의 엄중한 자연법칙이다. 굵은 나무등걸을 나사처럼 감으며 타오르는 덩굴줄기들, 그 덩굴줄기들과 착종된 잡풀들, 그 잡풀들과 다시 몸을 섞은 음지식물들...김대수의 사진들은 거대한 유기체인 숲의 법칙이 다름 아닌 기생과 공존의 법칙임을 이미지로 확인 시켜 준다. 그리고 그 섬세한 이미지들 속에서 우리는 기생이 자신만을 살찌우는 이기와 다른 것이며 생존! 이란 독존이 아니라 공존임을 새롭게 깨닫는다.

김대수_trees in snow, mt. odae, kangwon_흑백인화_16×20"_2001
김대수_spring light, kumano, nara-ken_흑백인화_16×20"_2002

'사람에서 숲으로(Trees from the people)' - 그 동안 김대수는 잠시 사람 사는 세상을 등지고 숲 속으로 숨어들었던 것 같다. 고향의 산 속으로 또 바다 건너 일본의 산 속으로 카메라를 들고 떠났던 그의 행보 뒤에 난장 같은 세상에 대한 실망이 그림자처럼 뒤따르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돌아오지 않기 위해서 떠나는 길은 삶 속에 없다. 떠나는 건 지금 이곳에서 가뭇 실종되어 버린 길을 다시 찾기 위해서일 뿐이다. 때문에 사람으로부터 숲으로 향했던 길은 그 숲을 횡단하여 다시 사람에게로 회귀하는 길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대수는 이번 사진전에서 보는 이들에게 하나의 길을 제시한다. 김대수의 사진전을 둘러보는 일은 그 숲길을 산책하는 일이겠지만 산책자인 우리들은 때로 걸음을 멈추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을 떠나 숲으로 들었다가 다시 사람에게로 돌아서는 그 사진 속의 숲길은 오랜 응시와 성찰을 통해서만 찾아지는 안 보이는 길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 길이 지름길이듯 안 보이는 길이 가장 또렷한 길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 김진영

Vol.20030123a | 김대수展 / KIMDAESOO / 金大洙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