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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_2003_0121_화요일_05:00pm
쌈지스페이스 갤러리 서울 마포구 창전동 5-129번지 Tel. 02_3142_1693
쌈지스페이스에서는 2003년의 첫 번째 전시회로 "Emerging IV: 미나와 44"전을 준비하였습니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하는 연례기획 이머징전은 문자그대로 떠오르는 신진작가의 발표장으로서 이번에 박미나와 사사가 펼치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입니다. ● 박미나는 일상의 사고 패턴을 드러내는 문화적 기호로서 이미 전형화된 삽화적 이미지나 통용되고 있는 아이콘들을 활용하는 작가입니다. 단순화되고 양식화된 구름과 집의 이미지, 도식화된 스마일 도상, 즐거운 만화 캐릭터 등을 비관습적으로 재구성하면서 그녀는 관객으로 하여금 관습과 기성가치에 대해 의문하도록 촉구합니다. 한편 사사는 사진과, 비디오,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자신의 과거를 회상시키는 순간적, 단편적 장면들을 조형화합니다. 작가의 과거 기억을 회상시키는 이 사적 이미지들은 동시에 사회문화적 기표로서 희화적, 은유적 차원에서 비평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 3층 갤러리에서 사사는 'When you make something that is good and happens to be successful, you can bet someone will come along and copy it. The Freitag bag is no exception' 라는 영어 문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뭔가 좋은 물건을 만들어 성공한다면 어느 누군가가 그것을 그대로 복제할 것이다. 프라이탁 가방도 예외는 아니다 라는 이 문장은 명품 프라이탁 가방회사가 자사의 디자인을 도용한 타 회사를 고소하여 승소한 내용을 담은 프라이탁 사의 홍보용 책자의 한 구절입니다. 국내회사가 복제, 판매 했던 프라모델과 만화책, 표절시비가 붙었던 뮤직비디오, 대중 음악과 함께 제시되는 이 작업을 통해 작가는 외국의 유명 메이커 제품들 뿐 아니라 심지어는 언어(이 경우 영어) 까지 순식간에 복제되고 모방되는 현실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하는 한편, 오리지날이 재현과 재생산의 구조를 통해 재창조되는 역설을 보여주려 합니다. 이러한 역설을 하하하 웃음으로 넘겨버리는 사사의 해학 박미나의 작품「HA HA HA HA...」로 요약, 강조됩니다. 스마일 마크에서 입을 없애버린 노란 동그라미 스티커를 벽면 가득히 붙이는 이 작업을 이를 통해 박미나는 웃지만 제대로 웃을 수 없는 스마일의 억압적 의미를 노출하고자 합니다. 작가는 또한 색깔만을 작품의 유일한 선정 기준으로 내세웠던 어느 큐레이터를 풍자하기 위해 유머러스한 「오렌지 페인팅」을 제작, 전시합니다.
갤러리 2층은 사사의 블라이스 인형 사진과 박미나의 글자와 숫자 스티커 드로잉이 쌍을 이루는 공동 연작으로 구성됩니다. 블라이스는 12인치 정도의 프라스틱 인형으로 머리 뒤에 달린 끈을 당기면 그 커다란 눈의 색깔이 4가지로 바뀌는 환상적이고도 주술적인 인형입니다. 70년대 초에 잠시 시판되었다 사라진 이 인형은 사진 작가 지나 게런(Gina Garan)의 사진 앨범 This is Blythe 와 함께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부활하게 되는데, 이 미니어쳐 인형의 주물적이고도 사이보그적인 면모가 신세대를 매혹시키며 지금은 상당 수의 매니아를 갖고 있습니다. 사사는 블라이스가 생명력이 있다고 믿으며 일련의 사진작업을 통해 블라이스를 재생시키고 있습니다. 길거리와 같은 발견된 장소나 연출된 셋팅 속에서 포즈를 취하는 블라이스의 사진적 퍼포먼스를 통해 작가는 자신의 어린시절 추억과 생산과 재생산의 순환적 고리를 이루며 축적되는 문화적 지층의 단면들을 교차시키고 있습니다.
사사의 블라이스 사진과 짝을 이루는 박미나의 그림은 읽을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기호들로 구성됩니다. 블라이스의 오묘한 이미지와 함께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작품에서 박미나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문자 스티커로서 통상 기호와 색조 체계의 기본 단위를 표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자와 숫자의 혼돈적 배열 속에 박미나는 자신의 사적인 코드를 녹여내며 그것의 해독을 요구합니다. 수수께끼와 같은 박미나의 문자이미지는 주술적인 사사의 사진이미지와 함께 보는 이의 연상작용을 촉발시키며 관객과의 인터액션을 조장합니다. 더구나 천정에 닿도록 높게 설치하는 새로운 전시 연출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을 훔쳐보는 듯한 관음증적인 시각을 경험케 합니다.● 갤러리 1층의 설치작품 「No Signal」는 어느 비오는 날 TV 중계가 2시간 동안이나 정지되었던 실제 상황을 모티프로 디지털 중계방식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사사의 작업입니다. 작은 비에도 방송이 정지되는 잦은 방송 사고의 한 예증을 통해 작가는 디지털 문화 발전의 정당성과 적법성에 물음을 던지는 한편, 인간적인 접촉이나 노동의 필요를 축소시키는 디지털 기술과 그것에 의존하는 현대 테크노 문화를 비판적 시각에서 다시 바라봅니다. ● 정보의 홍수시대에 더 많은 정보를 캐내려는 현대인의 정보욕구를 충족시키듯, 이 두 작가는 신비스러우면서도 혼돈스러운 이미지로 관객의 지각을 일깨우며 그들을 정보의 세계에 몰입시킵니다.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인터액션을 활성화, 증폭시키는 이들의 쿨 미디어 적 작업을 통해 문화적 코드로서의 예술,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하게 됩니다. ■ 김홍희
Vol.20030124a | Emerging IV: 미나와 44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