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와 몬스터

이불 개인展   2003_0311 ▶︎ 2003_0405

이불_Linger(Yellow) 8/21_합성수지에 안료_38×32×33cm_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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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_2003_0311_화요일_04:00pm

이현 갤러리 대구시 중구 동성로 2가 125번지 프라이비트 4층 Tel. 053_428_2234

조소를 전공하고 80년대 후반 작가로 데뷔한 이불은 그 때까지 한국의 현대미술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페미니즘' 이슈를 퍼포먼스와 설치, 조각작업등을 통하여 강렬하게 표현함으로써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7년, 뉴욕 MOMA Project Gallery에서의 부패하는 생선 시리즈로 세계무대에 진출하게되는데, 한국 여성의 값싼 노동력이나 여성의 희생에 관한 언급이었던 그 작품은 유례가 없는 생선냄새와 인조시퀸의 부조리한 결합의 충격으로 주목을 받아 이듬해 리옹 비엔날레에 재현, 설치되었다. ● 그 이후 사이보그 시리즈를 제작하게 되며 그 소스는 한국과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이다. 즉 폭력적이고 디스토피아적인 면모를 가진 동시에 여성성에 관한 신화적 아이디어를 함께 가진 일본의 사이보그 즉, 슈퍼 파워를 가진 동시에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함께 매우 소녀적인 성격을 가진 사이보그인 것이다.

이불_Vanish(yellow White) 3/5_합성수지에 안료_50×42×30cm_2001
이불_Vanish(Pink White) 3/5_합성수지에 안료_50×42×30cm_2001

형태적으로나 재료적인 측면에서 볼 때, 사이보그는 이전의 작품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나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오거니즘(organism)'의 합성어인 '사이보그(cyborg)'의 어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이보그는 개념적으로는 문화의 경계로서의 신체를 다루던 이전의 작업들과 연결되어 있다. ● 사이보그의 재료로 쓰인 실리콘은 흔히 의학적으로 인체, 특히 여성 신체의 일부를 증대하거나 교체하는데 쓰이는 인공적인 물질이다. 이렇게 신체를 대치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유기체로서의 신체, 기관 없는 신체 또는 수족이 없는 왜형(deform)에 대한 논의를 유도하며, 이러한 논의가 '테크놀로지의 완벽성'이라는 신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 또한 그녀의 사이보그는 서양미술사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여성의 이미지, 예를 들어 '비너스' '올랭피아' 등에서 나타난 이미지의 원형을 따르고 있다. 사이보그에 이러한 초시간적이고 도상학적인 여성 이미지를 부여함으로써, 과연 테크놀러지를 지배하고 사용할 수 있는 힘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러한 힘을 통해 어떤 종류의 이미지와 생산물, 그에 부수되는 이데올로기들이 생산되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과학기술, 컴퓨터, 첨단 테크놀러지 등은 언제나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되어왔다.)

이불_Monster Drawing no.25(#60)_종이에 혼합재료_37×28.5cm_2001

'여성성'의 문제에 주목한 초기의 작업부터 사이보그, 몬스터 조각, 노래방 설치, 비디오 프로젝션 등 보다 다양화된 최근의 작업에 이르기까지 이불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코드는 사회를 지배하는 기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과 대중문화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다. 남성중심 시각에 의해 왜곡된 여성성에 대한 공격, 인간과 기계가 결합한 사이보그 및 인간과 동물이 결합한 몬스터 이미지의 탐구, 그리고 동양이라는 경계 너머 범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노래방 문화가 갖는 대중적, 시대적 의미 읽기 등을 통해 타자로서의 여성의 몸과 이와 공통적 맥락을 이루는 동시대의 다양한 문화적 확장체들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이현 갤러리

Vol.20030311a | 이불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