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 새로운 시간의 표식

성신조각회 30주년展   2003_0602 ▶ 2003_0608

참여작가 박선희_허란숙_김명선_정교원_이재신_이명숙 오영숙_이성옥_이윤숙_박성희_박원주_김수경 변숙경_박진경_조영숙_전정원_김필래_최은미 손미경_김선_김한나_전미영_손지희_임영경 주민선_김경민_최주순_장욱희_이은경_장은진 이정경_나수정_이승아_박혜정_정성희 이미영_장지형_이정주_오제훈_인민영 채미지_장연옥_신선미_장국택_이계정

초대교수 / 노재승_장식_민성래_김정희_김성복

성신여자대학교 수정관 대전시실 SUNGSHIN WOMEN'S UNIVERSITY SUJUNGKWAN GALLERY 서울 성북구 보문로34다길 2(동선동 3가 249-1번지) Tel. +82.2.920.7259 www.sungshin.ac.kr

미술에 대한 장르구분이 시대착오이거나 불필요한 시도로 인식되는 오늘날, 많은 작가들은 작품활동에 있어서 모든 재료와 제작방식에 대해 대부분 열린 시각을 갖는다. 즉 현대미술은 이러한 폭 넓은 재료적 경험과 고민들, 다양한 미학적 근원들 속에서 새로운 출발이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 이번에 선보이는 제30회 『성신조각회』展의 작업들은 이러한 생각과 조각이라는 전통적 장르가 어떤 모습으로 21세기를 맞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성신조각회 30주년展_2003

의도, 새로운 시간의 표식, 그리고 역사를 이루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항구성 ● 새로운 예술작품을 만들 때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예술을 정의하곤 한다. 예술가는 하나의 목적을, 취지를 가진다. "바로 이것이 예술이다"라는 중얼거림, 바로 그것이 예술가의 창작작업의 목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스쳐가는 중얼거림이 아닌, 확실하고 명확한 외침이다. 작업 속에서 예술가는 창작과정 자체를 드러내려는 욕망을 품게 되며, 시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창작이란 일상적이고 꾸준한 작업이며 고요함/ 조심스러움과 끊임없이 연관되어지는 행동에 대한 현재의 고찰이고 그리고 미묘함이다. ● 창작 속에서 예술가들은 작업재료를 느끼고 그 재료와 행동에 대해 고찰한다. 재료는 각기 다른 형식과 개념으로 형상들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미 전에 행해진 것과 비슷한 현재의 행동, 제스처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것이다. 결코 전에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텍스트의 강독은 매번 새롭다. 조각의 경험도, 우리 스스로가 겪게 되는 경험도 매 순간, 매 장소마다 각각 새롭다. 인생은 덧없는 현실이 계속 지속되는 꿈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생을 항상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신조각회 30주년展_2003

현대성에 대한 신화, 후기 현대성에 대한 신화, 상황의 단편들이 엮어내는 만남, 그리고 역사.단절, 문화-그 곳에서 우리는 왔고 그것에 대해 우리는 말한다. ●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에 따르면 환상주의의 배격은 의식, 지각이라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것을 뜻하며 더 나아가 '사적인 자아'의 모든 의전상의 언어를 배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경험 이전에 존재하는 공간, 그리고 채워지기만을 소극적으로 기다리는 장소를 부인하고 자아가 외부세계와 접촉하고 있다는 심리학적 모델을 거부하는 것이다.

성신조각회 30주년展_2003

우리는 공간, 시간, 더 나아가 자유, 사랑이라는 개념이 '이미 형성된' 혹은 '무언가를 형성하는' 문화 속에서만 인지되어진다고 추론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되어지고 있는' '이미 거기 있는' 혹은 '미지'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문화 속에서만 인지되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우리가 겪고 있는 공간, 시간의 경험은 한편으로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있으며 개개인 고유의 문화, 의식적인 혹은 무의식적인 의도, 고유의 가정과 계획은 복잡한 변증법적 관계를 지닌 세상 속으로 녹아들어 간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Braque가 말한 바와 같이 작품의 무언, 비밀스런 사물은 비장하지도, 극적이지도, 대단하지도 않다. 여기서의 침묵은 유익하다는 생각이 든다. 의미 없는 메시지와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이 우리의 생활공간을 침범하는 시대, 쓸데없는 말들이 일반화된 시대, 전화가 과도하게 사용되는 시대, 미세한 논쟁이 오가는 시대, 사소한 루머와 광고가 범람하는 시대, 대중컴퓨터가 일반화된 시대에 조각은 다시금 위세를 찾아 무게를 더하며 평형추의 역할을 한다. 현시대의 놀라운 기술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는 웅성거림 속에서 조각은 침묵의 무게를 더한다.

성신조각회 30주년展_2003

이렇듯 조각은 각각의 재료, 각각의 물체, 각각의 존재, 각각의 지속성, 각각의 리듬, 각각의 시간성. 이들은 내가 일률적으로 침묵 혹은 시간(또는 시간의 신)이라고 명하는 것들과 관련을 갖는다. 이 '시간'이나 '침묵'은 질 들뢰즈의 철학에서 '만물'이 하는 역할, 혹은 앙리 베르그송의 철학에서 '지속성'이 하는 역할과 동일한 역할을 할 것이다. ■ 박소희

Vol.20030605b | 의도, 새로운 시간의 표식-성신조각회 30주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