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to Face

김학균 개인展   2003_0610 ▶ 2003_0701

김학균_Face to Face_파라핀, 밀납, 왁스, 알루미늄판, 석고, 락카페인트_각 34×22cm_2003_부분

초대일시_2003_0610_화요일_05:00pm

아트포럼 뉴게이트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1-38번지 내자빌딩 1층 Tel. 02_737_9011

자신과의 대면 ● 우리는 평소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남들의 얼굴을 보며 살아간다. 정작 자신의 얼굴은 타인들에게만 보인다. 거울에 비치는 얼굴은 좌우가 도치되었고 사진은 어느 한 순간의 동결된 이미지다. 김학균은 자신의 얼굴을 캐스팅하여 그 얼굴의 복제 모형, 즉 마스크를 가지고 작업한다. 익명성과 보편성을 지니며 한데 군집한 마스크는 김학균의 이전 개인전에서는 가면의 개념으로 제시되었고, 이번 전시에서는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현대인을 대변한다. 미소짓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로테스크한 표정이기도 하다. 이들은 현대인의 내면 초상이다. 이들 마스크 하나하나에서 일즉다(一卽多), 다즉일(多卽一)의 깨달음을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다. 김학균의 얼굴은 곧 일상에서 발견하는 우리 자신의 얼굴로 치환된다.

김학균_Face to Face_파라핀, 밀납, 왁스, 알루미늄판, 석고, 락카페인트_각 34×22cm_2003_부분
김학균_Face to Face_파라핀, 밀납, 왁스, 알루미늄판, 석고, 락카페인트_각 34×22cm_2003_부분

밀납으로 얼굴을 성형하는 김학균의 마스크 연작은 실물크기, 삼차원으로 복제된 형태로 인간의 얼굴을 대면하는 충격을 준다. 본을 떴기 때문에 눈은 감긴 채다. 데드마스크가 연상되어 섬뜻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작가의 얼굴을 기초로, 틀니 모형으로 조절하여 다양한 얼굴 형태와 표정이 읽혀진다. 얼굴 모형은 다시 검은 MDF 박스 안에 담겨 줄지어 늘어서고 층층이 쌓여 사람 키와 같은 높이까지 올라간다. 검은 목재 박스는 개체로서의 인간 존재를 강력히 시사해주고 관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 독립된, 자기만의 작은 세계에 갇힌 인간의 존재들, 그들이 쌓여 만드는 이 탑은 우리네 사는 세상을 은유한다. 타원형의 탑은 기원과 모뉴멘트로서의 이중적 역할을 감당한다. 예로부터 탑은 기원의 대상이었고 기도라는 행위의 구체적 표현이었다.

김학균_Face to Face_파라핀, 밀납, 왁스, 알루미늄판, 석고, 락카페인트_각 34×22cm_2003_부분
김학균_Face to Face_파라핀, 밀납, 왁스, 알루미늄판, 석고, 락카페인트_각 34×22cm_2003_부분

이 구조물 주위 사방에 작품 제작 과정을 기록한 동영상이 비치고, 전시장 한쪽 벽에는 현대 인간사의 단면, 즉 도시와 전쟁과 사회상의 이미지가 영상으로 비친다. 최근 우리는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의 비참함을 목격했다. 고통, 고독, 희열, 자족 등을 겪어내는 인간 개개인의 내면 초상을 김학균은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제시한다. ● 관객은 차곡차곡 쌓인, 각자만의 세계에 갇혀 각기 다른 곳을 바라보며 등지고 또는 이웃하고 있는 현대인의 존재, 인간 조건과 마주한다. 자신의 얼굴과 자신을 대변하는 보편성을 띤 내면의 얼굴과 1:1로 대면한다. 여러 층으로 포개어진 삶의 양태인 아파트 생활을 연상하고, 검은 나무틀에서는 죽음을 예감하기도 한다. 어느새 관객은 자신의 존재를 떠올리며 돌아보게 된다. 김학균의 마스크 연작은 그러나 특정한 고통이나 이슈를 관객에게 강요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눈을 아래로 감은 채, 또는 내려뜬 채, 침묵 속에 우리를 사유의 내면 공간으로 천천히 이끈다. ■ 염혜정

Vol.20030610a | 김학균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