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를 덜어내는 조각들

김윤신 조각展   2003_0609 ▶ 2003_0616

김윤신_대리석_110×100×70cm_2003

초대일시_2003_0609_월요일_05:00pm

가산화랑 서울 강남구 청담동 9-2번지 Tel. 02_516_8888

김윤신의 조각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평화로움에 잠기게 한다. 들뜬 기분을 가라앉게 하고, 한 점 불안함이 없는 안정된 정서에 동참하게 한다. ● 이 차분한 정서의 소통은 곱고 치밀하게 연마되어, 윤기를 머금은 대리석 표면과 각 부분들의 막힘 없는 윤곽들로 특징 지워지는 단순하고 소박한 형태에 기인한다. ● 김윤신의 조각이 인체를 다룰 때에는, 인체의 리듬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 동행되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그 세부들이 한두 개의 큰 양감의 흐름에 묻히기도 한다. 수직과 수평의 안정된 구조 속에 앙망하고 기원하는, 김윤신의 조각들은 다만 돌을 깨고 다듬는 물리적인 과정의 결과물 이상이다.

김윤신_대리석_120×89×60cm_2003
김윤신_대리석_87×76×68cm_2003

그의 형태들은 인체의 조형적인 변형과 해석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돌출했다 다시 함몰하곤 그 맺힘 없는 표면의 흐름과 나부끼는 듯한 운동에는 어떤 마음의 차원이 개입해 있다. ● 그가 무수히 돌을 깨 나가는 과정에는 주어진 돌의 무게를 덜어나가는 소유들을 덜어내려는, 애틋한 비유가 내재되어 있다. 덩어리로부터 깨어지고 도려내어진 것들은 돌 조각만은 아닐 터이다. ● 그것들은 인생의 묵은 짐이며 해묵은 때이기도 하다. 하나의 대리석 덩어리를 마주하고서, 덜어내고 비우려는 마음은 어디까지 진행되어야 하는가? ● 마음깊이 내재된 원형에 도달할 때까지다. 겨우 지탱할 수 있는 두께에 마지막 정이 닿을 때까지!

김윤신_대리석_69×31×21cm_2003
김윤신_대리석_30×90×45cm_2003

내가 아는 한, 조각가 김윤신은, 차가운 돌을 다룰 때조차, 따뜻하게 전달되는 그런 마음을 가진 작가이다. 또 그 마음은 자신이, 혹 신의 아름다운 돌을 그저 소모하는 것이 아닌지 자문하기도 하는 겸허한 마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마음이 다만 윤리적 겸손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대리석 앞에서, 그것을 결코 재료로만 취급하거나,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아는, 예술가의 마음이요 결연한 자세이기도 한 것이다. ● 바로 이 마음에 의해 김윤신은 돌에 감격하고, 그것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것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둘려주기도 하는 것이다. ■ 심상용

Vol.20030612b | 김윤신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