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이치와 조화의 정신

김종학展 / KIMJONAK / 金鐘鶴 / painting   2003_0612 ▶ 2003_0710

김종학_불꽃_혼합재료_45×32cm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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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학 블로그_http://blog.naver.com/kimjonak

초대일시_2003_0612_목요일_03:00pm~06:00pm

송미령 갤러리 서울 강남구 청담동 80-21번지 주경빌딩 2층 Tel. 02_540_8404

김종학의 작품세계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1994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의 억압된 인간의 모습을 주제로 한 작업과 파리생활을 통해 얻어진 환경의 변화와 경험에 의해 시작된 자연물시리즈가 그것이다. 그전의 작품이 현대적이며 서구적이었다면 그 이후의 작품에서는 전통적이며 동양적인 감수성이 느껴진다. 연어의 모천 회귀라고 해석 할 수 있을까. 프랑스 체류기간 중의 경험이 그를 동양적 정체성으로 돌아오게 한 것이다.

김종학_포도_캔버스에 혼합재료_61.5×88.5cm_2003
김종학_포도_캔버스에 혼합재료_61.5×88.5cm_2003
김종학_잡초_캔버스에 혼합재료_61.5×88.5cm_2003

김종학의 작품에는 포도, 사과, 서양배 등 과실류와 새우, 오징어, 이름모를 풀 그리고 요즘 새롭게 시도하는 불꽃까지 모두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보아왔지만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자연의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그가 그린 일상의 생명체는 진지한 사실묘사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대로 그려진 것은 아니고 그의 내면을 통해 여과된 뒤 새롭게 탄생한 생명체이다. 그것은 즉 자연의 이치와 조화의 정신을 깊이 생각하면서 느껴진 자신의 감정과 정서 그리고 뜻을 표출한다는 문인화의 사의성(寫意性)과 일치하는 부분이기도하다. 이 이미지들은 거대한 화폭에 어울리게 크게 확대되어 전면에 놓여지는데, 형태의 과감한 생략과 단색 위주의 색채사용으로 주제를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다.

김종학_불꽃_혼합재료_72.5×91.5cm_2003
김종학_불꽃_혼합재료_51×61cm_2003

그의 그림에 나타나는 흑백대비의 화면은 간결한 형태로 전통회화를 보고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해주며, 사물의 과감한 생략과 강조는 내용의 함축과 은유라는 동양화의 기본정신과도 통하고 있다. 그가 주재료로 사용하는 포스터는 팝아트적 요소를 함유하고 있지만 그의 손을 거쳐 오래된 전통한지의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여러번에 걸쳐 반복된 붓질은 화면에 힘찬 선을 만들어주고, 그 결과 탄생한 마티에르는 작품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배경이 되고 있는 흰색은 한 단계 정화되어 그만의 독특한 화면을 형성하는데, 동양화에 있어서의 여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이 서양의 재료에 의해 완성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전통 산수나, 수묵담채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것은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오래된 편안함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종학_잡초_캔버스에 혼합재료_97×196cm_2003

그와는 대조적으로 2000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불꽃은 지금까지의 그의 작업과 매우 달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의 붉은색에 대한 관심은 박스형태의 캔버스에 그려진 사과그림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었으며, 모노톤의 채색 방법은 그의 다른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불꽃에서 그는 붉은색의 강열함과 화면을 가득 채우는 독특한 화면구성으로 꽃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동서양의 조화로운 만남이라는 말이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의 그림은 그 해답을 보여주는 듯하다. 문인화의 세계가 자연의 이치와 조화의 정신을 깊이 생각하면서 수묵의 표현적인 붓놀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그리는 경지라면 김종학의 그림은 현대화된 문인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송미령

Vol.20030616a | 김종학展 / KIMJONAK / 金鐘鶴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