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율

배석빈 회화展   2003_0625 ▶ 2003_0701

배석빈_깊이_캔버스에 유채_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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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625_수요일_05:00pm

갤러리 라메르 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번지 홍익빌딩 1층 Tel. 02_730_5454

평면 위에 있는 원은 세상의 어떤 형태보다 완전하며 그 둘레와 지름과의 비율은 항상 일정하다. 원은 어디에도 모자람이 없고 넘치는 부분도 없다. 원주율(Pi)은 반복되지 않고 끝없이 계속되는 무한소수로 나타난다. 거기에는 자연스러움만이 갖는 완벽함 그리고 끝까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신비로움이 있다(처음 3에서 출발한 Pi 값은 수년 전 컬럼비아 대학교의 데이비드와 그레고리에 의해 소수점 아래 22억6백32만1천3백36자리까지 계산되었다). 무한대라는 이 매력적인 대상은 그것에 대한 관심에서 마음을 떼어놓을 수 없게 만드는 것 중 하나다. 원주율로 드러나는 자연스러움의 완전성을 생각하다가 나는, 어떤 학자의 연구 결과-남미 대륙의 하천 100개를 표본으로 40년 동안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강줄기의 형태가 변해 가는 하천의 실제 구간과 직선 거리간의 비율을 측정한 결과 그것들은 모두 원주율의 근사 값과 같았다는 사실-를 접하고 충격과 흥분으로 가슴이 설렜었다.

배석빈_경주와 Angel_캔버스에 유채_2003
배석빈_물길_캔버스에 유채_2003
배석빈_깊이_캔버스에 유채_2003

원주율은 자연에서 우리 눈으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가장 냉정한 것과 가장 부드러운 것의 관계인 것이다. 그 뒤로 나에게 원주율은 자연현상에서 우리가 법칙이라 부르는 것들의 총체적 성질이 되었다. 그것은 파악되지 않는 베일에 쌓여있으므로 다만 기적이라든가 신의 섭리라고도 일컬어지는 세계의 본성인 것이다. 그중 하나가 샘으로부터 나와서 시간의 흐름과 압력의 변화에 따라 길을 만들어 가는 물줄기이고, 그밖에 나뭇가지와 풀잎이 성장함으로 뻗어 가는 선; 천체 이동의 궤적, 공기의 흐름 등 일 것이다.

배석빈_온도차_캔버스에 유채_2003
배석빈_깊이_캔버스에 유채_2003

한없이 넓고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울란바토르 상공에서, 사람의 손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른 아침 낮게 뜬 해는 골짜기를 선명하게 파헤쳐 입체감을 더해주었다. 그 붉은 황토색 고원의 갈래갈래 주름들은 숙연해지도록 원주율을 되새기게 하는 물길, 바람길 바로 그것이었다. ■ 배석빈

Vol.20030626a | 배석빈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