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도둑맞은 남자와 30개의 눈

대림미술관 기획 패션 사진展   2003_0809 ▶ 2003_0907 / 월요일 휴관

고초_옷을 입은 사진_사진.낸골딘 / 의상.오시마 베르솔라토_컬러인화_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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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김중만_조세현_조선희_김용호_구본창_강영호_김한용_이창남_이건호_이재길 허호_조남룡_정용선_박경일_최금화_오형근_김상곤_안성진_한홍일 김현성_김보하_김한준_윤준섭_양현모_김지양_김욱_김우영 권순평_김동율_장루이 울프_고초(Gotscho)

후원_한국엡손_닥터 프린트_프랑스대사관_유럽사진의 집_대림산업 관람료_대인_4.000원 / 소인_2,000원

대림미술관 서울 종로구 통의동 35-1번지 Tel. 02_720_0667

사진에 옷을 입히는 남자 고초와 30인의 한국 패션 사진展 ● 오늘날 패션과 패션 사진은 독특한 예술의 한 장르를 형성하였다. 최신의 음악과 화려한 조명, 깎은 듯한 몸매의 미남 미녀들, 우아한 율동, 유명 디자이너의 의상, 헤어 드레서와 메이컵 아티스트의 연출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그 무엇보다 멋진 종합 예술이고 볼거리임에 틀림없다. 패션은 오늘날의 시대처럼 시시각각 변한다. 그 패션과, 마찬가지로 현대 예술의 총아인 사진이 만났다. 단순히 패션을 기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패션을 생각하기 위해서이다. 예술의 한 장르가 다른 예술 장르에 대해 말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조선희_first lady 6_의상.셀린, 이세미 미야끼 / 모델.줄리아나_디지털 프린트_2003
한홍일_데코 피가로 4_의상.GUCCI / 모델.이야미_디지털 프린트_2002

주문을 받아, 하나의 팀을 이뤄, 이미지를 제작하고, 화보로 만들어져 안방까지 배달되는 패션 사진은 기존의 예술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순수한 미학주의에 빠져 낭만적 예술 혼만을 불살랐던 고독한 모더니스트 예술가들의 초상은 이제 신화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다면 우리시대의 예술가는 어떤 모습일까? 오늘날의 예술은 사회적 권력과 지배의 구조가 어떤 방식으로든 예술 속에 반영된다. 이제 예술작품은 한 개인의 표현주의적 충동에 의해 발화된 순수한 형태로서만 고려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는 패션 사진을 새로운 예술로 떠오르게 한다.

권순평_Boboli_의상.보보리_디지털 프린트_2000
최금화_삼성반도체_디지털 프린트_2003

"오늘날 뉴욕의 두 갤러리 중 하나는 패션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고 '퍼플'지의 디렉터 올리비에 잠은 말한다. 사진과 패션이 최근의 예술계에 던지는 충격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증언이다. 패션 디자이너 아르마니는 2000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었다. 이것은 우리시대 미술의 스펙타클한 면모를 드러내는 전형적 사례로 패션과 패션 사진의 미술계 진입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경우였다. 예술은 변한다.

김중만_Alive-최연옥컬렉션 카탈로그_의상.최연옥 / 모델.이기용_디지털 프린트_2003
김용호_VOGUE 8_의상.손정완_디지털 프린트_2003

대림미술관은 이미 오래 전부터 패션과 사진에 관심을 가져왔다. 본 전시는 한국의 1960년대 패션 사진을 비롯해, 최근의 다양한 경향을 드러내는 국내 사진작가 30명의 작품과 고초의 '옷을 입은 사진'으로 구성됐다. 국내 작가들은 대부분 한국 패션 사진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현역들이다. 출품작은 패션 사진 이외에도 사회적, 문화적 컨텍스트를 적극적으로 해독하고, 분석하는 기회를 줄 수 있는 광고나 포스터, 그리고 달력 등에 사용된 상업적 이미지들도 포함돼 있다. 그리고 고초의 '옷을 입은 사진'은 고초 본인이 기획하고 자신이 모델이 되어, 그의 친구인 미국의 사진가 낸 골딘이 촬영한 후,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에 의해 제작된 의상을 사진에 직접 바느질해 입힌 독특한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실제의 옷과 사진으로 구성된 '옷을 입힌 사진'들은 이번 전시를 보다 드라마틱하게 만들며, 패션 사진의 정체성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을 제기하도록 유도한다.

쟝-루이 볼프_아트디렉터.박윤정 / 모델.Pozt dance_디지털 프린트_2003

풍부한 예산과 스폰서가 관계되고, 아울러 예술의 존엄성과 상업주의가 결합한 혜택까지 누리는 패션 사진은 우리 시대가 만들어낸 독특한 이미지이다. 물론 패션 사진이 이미지 홍수 시대에 편승하거나, 무의미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이미지를 생산해 냄으로써 성상파괴주의적 본능을 일깨워서는 안될 것이다. 대중 스타들을 동원해 은근히 선정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며, 명확한 타겟을 예상해 그들의 구미에만 맞춤으로써, 대중적 코드와 상업적 코드의 시녀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유혹과 예술적 모색 사이에서 이번 전시가 작은 지침이 됐으면 한다.

고초_옷을 입은 사진_사진.낸골딘 / 의상.아녜스 베_컬러인화_1996

고초의 옷을 입은 사진 ● 기획/모델_고초, 사진_낸 골딘, 의상_장 콜로나_안 드멜메스터_오시마 베르솔라토_조세 레비_마틴 마지엘라_더크 비켐버스_아녜스 베 ● 이 전시회는 일련의 예외적인 만남에서 구상되었다. 낸 골딘과 고초의 우정을 넘어 감동적인 일련의 초상화를 탄생케 했고, 고초는 이번 전시회에서 그 초상화들을 사용하고 있다. ● 오늘날 가장 활동적인 패션 디자이너들 중에서 선정된 일곱 명, 즉 아니에스 B. 더크 비켐베르그, 장 콜로나, 안 드멜르메스터, 마틴 마지엘라, 오시마 베르솔라토와 파리의 장 레비와 함께 고초는 고독하리 만큼 독창적인 공동 작품을 창조한다. ● 그는 옷을 입은 사진을 고안해 냈다. 옷을 입은 사진은 그 상태로 모델처럼 제시된다. 의상은 바느질되어 사진과 하나가 된다. 초상화는 조각이 된다. 품위 있는 성상파괴자인 그는 아무 것도 찢지 않고도 언제나 주름의 의미 속에서, 조심스럽게 계획되고 준비된 성상의 파편화를 보여준다. ● 손으로 꿰맨 정성을 들여 만든 것이다. 명주실이 가장 파괴적이고, 가장 파괴되기 쉬운 사진이라는 씨실 위에서 노닐고, 매이는가 하며 풀어진다. ● 20세기 말 예술 창작의 특성을 말해주듯 "옷을 입은 사진들"을 구성하는 일련의 사진 아상블라즈는 서술적 복합성을 드러낸다. 오브제로서 이런 기묘한 착상은 서로 긴밀히 연결된 표현 형태들(디자인, 퍼포먼스, 패션, 사진, 아상블라즈)의 가장자리에서 작용하며, 모두 아홉 명의 공동제작자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저자에 대한 질문을 새롭게 제기한다. 일곱 개의 사진 각각은 스포츠 센터에서 보디빌딩을 하는 사람을 실물 크기로 보여주고 있다. 매번 다른 패션 디자이너가 사진 촬영된 그의 신체의 크기에 따라 재단된 드레스를 사진에 직접 맞게 꿰매어 "입힌다". 최종적 봉합은 묘한 어색함과 긴장을 불러일으키며, 드레스의 우아함과 여성성은 보디빌딩 하는 남자의 극단적으로 남성적인 신체와 강한 대조를 이룬다. 순수함과 환상 그리고 매력이 넘치며, 섹시한 단순성을 지녔음에도 드레스들은 사진의 표면에 기생하면서 사진의 물질적 온전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금기를 깨뜨리는 강한 힘을 발산한다. 유동적이며 부피가 있는 이 드레스들은 방부 처리된 이미지들이 만드는 거울을 비웃는 듯하다. 벽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자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그리고 드레스들의 물리적 존재는 사진 촬영된 주체의 부재와 그를 둘러싼 무덤을 연상시키는 침묵을 강조한다. ● 이러한 사진 아상블라즈는 모든 분류에서 벗어나며 전통적인 분류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장애를 거만하게 내세우는 장애자처럼 모순과 비논리를 드러낸다. ■ 대림미술관

Vol.20030813b | 다리를 도둑맞은 남자와 30개의 눈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