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은 초상

조연진 회화.설치展   2003_0827 ▶ 2003_0902

조연진_너를 묻지 않는다_아크릴, 혼합재료_14.4×8.9×3cm_2003

초대일시_2003_0827_수요일_05:00pm

종로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44번지 Tel. 02_737_0326

한동안 나의 시선은 내방에 갇혀 있었다. 한때의 상실감에 여전히 미쳐 있던 탓과 게으름 때문이었다. 나의 눈과 귀가, 머리와 손이 주정뱅이처럼 무력하게 여겨져 부끄러웠다. 세상은 언제나 월요일이고 비가 내리고, 해가 뜨고 지고, 노을이 붉고, 달이 퍼렇게 감도는 것을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하게 존재하는 인간을 기억해야했다. 나는 그들, 혹은 나에게서 내안의 나를 발견한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는 사람은 항상 슬프다. 이 세상은 늘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라는 법어가 떠오른다. 슬프다......라는 말은 인간에 대한 진한 사랑으로 대치할 수 있지는 않을는지. 그렇다면 난 인간에 대한 사랑이 진한 걸까. 그보다는 자아를 버리지 못해 마음의 짐을 진 것은 아닐까 ......

조연진_눈감은 초상_아크릴, 혼합재료_14.4×8.9×3cm_2003
조연진_내안의 나_아크릴, 혼합재료_14.4×8.9×3cm_2003
조연진_거울빛에 흐려지다_아크릴, 혼합재료_14.9×8.9×3cm_2003
조연진_It never entered my mind_아크릴, 혼합재료_14.4×8.9cm×1_2003_부분

삶의 사사로운 변함을 시시때때로 예민하게 감지하는 사람은 일상의 상처 속에서 자신을 저당 잡히는 수도 있다. 나는 그 상처 속에서 나를 저당 잡히기보단 저당 속에 빠지는 것을 즐긴다. 어쩌면 이는 진한 허무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페시미스트의 서글픈 일상일 수도 있다. 나에게서 스치듯 흘러가는 사람들의 풍경들은 미소짓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로테스크하기도 하며, 스산하기도 하고 때론 가녀린 표정들로써 현재를 살고 있는 나의, 타인의 내면의 초상이며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수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따뜻하다는 것은 뭔지, 가난의 외로움은 뭐고 기억된다는 건 뭔지...... 독립된, 자기만의 작은 세계에 갇힌 인간 존재의 개인적 감수성에 대해 이야기 하려한다.

조연진_날개_아크릴, 혼합재료_14.4×8.9×3cm×1_2003_부분
조연진_날개_혼합재료_14.4×8.9×3cm×1_2003

아무리 즐거운 연극이라도 여운이 쓸쓸한 이유는 아마 짙은 화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난 광대에게서 연민의 정을 느낀다. 언젠가 그 광대가 멀리 날아갈 것이다. ■ 조연진

조연진_It never entered my mind_아크릴, 혼합재료_14.9×8.9×3cm×1_2003_부분

Vol.20030824a | 조연진 회화.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