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DNEY AFFORDABLE ART SHOW

복부희 회화展   2003_0828 ▶ 2003_0831

복부희_infinity_비단에 석채_122×244cm_2003

Gallery S·p Sydney 2 Danks Street Waterloo NSW 2017, AUSTRALIA Tel. 61_02_9318_0448

복부희의 작가 노트에는 유난히 '호흡', '바람', '숨결' 같은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이들의 공통된 성격은 비가시적이고 비물질적이고 더욱이 형상화하기 힘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는 자신이 그려내야 할 대상으로 이런 것들에 집착하고 있다. 이 작가는 그림 그리는 일의 중독성을 알고 있는 지 모르겠다. 그림 그리지 않고는 일상의 지난함을 견뎌내기 힘들고, 어떤 때에는 그림과 자신이 하나가 되어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그런 찰나적 느낌을 경험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작가는 자신의 호흡을 그대로 실어 나르는 그림의 매혹에 빠져 있다.

복부희_infinity_석채에 안료_161×135cm_2003
복부희_infinity_석채에 안료_161×135cm_2003

1998년 「몽상-부유」라고 타이틀을 붙인 첫 번째 개인전에서 복부희는, "눈에 보이는 세계를 재현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재현 할 수 없는 것, 우리들 마음에 흔적을 남기고 흐르다 사라져 버린 것들, 유동하며 떠도는 것들을 안타깝게 안착시키고자 하는 것이 그림일지 모르겠습니다. 물이나 공기, 바람 같은 혹은 호흡 같은 것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나의 마음과 상상력을 무한히 자극하는 것입니다. 이 매력적인, 그러나 결코 볼 수 없고 재현할 수 없는 안타까운 것들을 이렇게 헛되이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라고 고백했다. 이런 까닭으로 애초부터 그의 그림에는 대상을 재현해 내고자하는 회화의 전통적 방식이 거부되고 있다. 영국의 풍경화가 터너(William Turner 1775-1851)의 안개그림처럼 복부희는 물, 공기, 바람 같은 유동적인 대상의 표현을 위해, 미세하면서 때로는 광택을 지닌 균질한 입자로 화면의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물감을 흘리거나 뿌리거나 스며들게 하거나 닦아 냄으로써 지극히 자연스러운 화면을 만들어 내는데 몰두하고 있다. 간혹 자연물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의 화면에 살며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바람결처럼 스치고 지나가거나 다지고 다져진 배경 속으로 흡수되어 버리고 만다. 복부희의 화면은 물질성에 더욱 예민해지고 때로는 과감한 드로잉적 요소를 받아들임으로써 점차로 회화의 본질에 다가가려 한다.

복부희_infinity_석채에 안료_122×244cm_2003
복부희_infinity_석채에 안료_122×244cm_2003

이제 복부희는 자신의 표현의지를 보다 회화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전히 식물의 씨앗, 잠자리 날개, 목련꽃, 열매, 폭포 등등 이름 붙이기에 따라 얼마든지 그 모습을 달리 할 수 있는 자연의 이미지에 기대어 서 있기는 하지만 그런 이미지들에 구속되거나 결박된 듯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이미지에서 비롯된 형상들은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유연하게 화면에서의 포지티브(positive) 이미지와 네거티브(negative) 이미지를 구성하며 긴장감을 유도하고 있다. 먹의 검은 색이 지닌 풍부함 역시 적극 활용하면서 대리석 가루를 섞어 사용하는 석채(石彩) 방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영리함도 보이고 있다.

복부희_infinity_석채에 안료_244×366cm_2003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그림으로 표현함으로써 회화의 본질을 진지하게 파악하고 있는 이 작가에게 그림은 간절한 소망임에 틀림없다. 생명을 이어주는 호흡과 같은 간절함에서 이 작가는 자신의 숨결을 그림으로 가다듬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간절함으로 계속 정진할 때 그림은 작가에게 새롭고 가능성 있는 지평을 열어 보여줄 것이다. ■ 최은주

■ 복부희 작품전 / 그림과 하나되기, 작가의 숨결 조선일보미술관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61 / Tel. 724_6328 2003_0520_화요일 ▶ 2003_0526_월요일

Vol.20030830c | 복부희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