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_TRICK

제3회 동덕여대 미술학부 큐레이터전공 졸업기획展   2003_0827 ▶ 2003_0902

방명주_조성호 / 기서비_이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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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827_수요일_06:00pm

사회관계 속의 트릭 강소영_김영태_김형석_김지원_문주_박경일_양아치_양혜진 이동철_이태호_스튜디오 자양강장제

시각적인 트릭 고경호_기서비_박은선_방명주_유승호_유혜진 이광호_이주용_조성호_차상엽

준비위원회_김혜진_이은주 기획팀_호경윤_강소영_김민수_박윤나_이채영_이희영_조지영 전시팀_강성욱_김주현_박다미_우해미_윤남연_최소영_홍희진 디자인팀_진연경_최보미 홍보팀_김정덕_김소희_박미선_배정현_송민정_유영경_윤선정_정하연_황재희 지도교수_심상용_양지연_김성원 / 자문위원_김학량_안인기_임산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51-8번지 동덕빌딩 Tel. 02_732_6458

'트릭(Trick)'은 우리의 현대적인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의 일상을 채우는 구체적인 사건들을 접하던 어느 날, 혹 우리가 트릭에 둘러 쌓여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무엇에 속고 있는가, 또 나는 어떤 속임수에 가담하고 있는가.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답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우리를 속이고, 사회를 속이는 트릭들이 이미 곳곳에 산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그리드(Grid)의 구조로 촘촘하게 짜여진 트릭의 세상. 아무리 우리가 스스로의 의식을 놓지 않고, 진실을 추구하려 해도 그 시스템 속에 갇혀 길들어져버린 우리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실을 찾기는커녕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별하기조차 힘들다. ● 목적을 손쉽게, 교묘하게 이루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거기서 트릭은 시작된다. 예를 들면,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자의 욕망은 '화장'이라는 기제로 채워진 셈이다. 방송과 영화에서는 좀더 실제 같아 보이기 위해 세트나 특수효과 등의 트릭을 쓴다. ● 깊게 들어가 보자. 공동체 사회 속에서 개인들은 서로 관계를 맺고 산다. 복잡하게 얽힌 관계 사이에서 정치적, 경제적 권력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매우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가치로, 트릭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공동체사회를 지탱해나간다는 명목 하에 상호 간의 합의된 트릭이다. 또한 대중매체가 갖고 있는 거대한 트릭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사회적 트라우마(Trauma : 영구적인 정신적 장애를 남기는 충격, 외상)를 덮어 버리고, 또 다시 밝은 내일을 제시하면서 이 사회를 지탱시킨다.

문주_김영태 / 차상엽_이태호

한편, 『뉴욕타임즈』가 지난 밀레니엄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뽑힌바 있는 르네상스의 '원근법'. 당시 미술가들은 좀더 진짜 같이 보이기 위해서 '원근법'이라는 화면 속의 장치를 이용, 보는 이들의 눈을 속이고 공간지각능력을 속였다. 트릭은 이외에도 많은 '보여주기'의 방식들에 개입하면서, 미술사의 변천에 부단히 영향을 미쳐 온 요인이 되어왔다. 오늘도 여전히 우리는, 우리의 시선은 미술의 안과 밖에서 매일 속는다. ● 어제까지 진실이라고 알았던 것이 오늘에서야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거기서 오는 배신감이나 허탈감이란…. 하지만 속았다는 인식은 유익하다. 그러나 인간은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는 본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속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이렇게 트릭은 우리의 눈을 뜨게 하고 각성시킨다. 때론 흥미나 유희를 유발하기를 바라며 기꺼이 속아 넘겨주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트릭의 의미는 양가적이고, 변증적이다. 밝혀지지 않는-밝힐 수 없는-영역들이 점점 확대되고, 채우려 할수록 만족할 수 없는 욕구들로 인해 사회와 사회를 닮아 가는 미술은 끝도 없이 트릭을 양산한다. 예민한 시선들은 만연되어 있으면서도 숨겨진 그것들을 포착한다. 우리는 그러한 작가의 시선을 통해 힌트를 얻고자 한다.

고경호_강소영 / 김형석_이주용

동덕여대 큐레이터전공 예비졸업생들은 『트릭』전을 통해 이미 개념정리가 끝나버린 것 같은 기존의 가치기준과 보는 방식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재고해볼 것을 권고한다. 여기에는 한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잘, 아주 잘'봐야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인간의 욕망에서부터 시작된 트릭의 사례는 그 사회가 현대화 될 수록 정체를 드러내기보다 좀더 진짜같이, 매혹적인 모습으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의 주위에서 미소를 띠고 있는 트릭들, 트릭의 요인, 트릭에 대한 각성들을 찾아내자. 또한 트릭이 여전히 미술에서 유효한 문법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답을 달아보자. ■

박경일_양혜진 / 양아치_자양강장제

사회 관계 속에서의 트릭 ● 현대사회는 외모·학벌·능력으로 정체성을 확인하고 타인의 가치를 평가하도록 부추긴다. 그러나 이렇게 대상을 판단하는 시각은 자기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타자의 것이고 주어진 것이다. 또한 지극히도 사회적인 것이기에, 시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에 의해 구체화된다. 이렇게 가변적인 관점은 자신 본연의 모습이 아닌, 거짓된 자신의 모습을 만든다. 그렇게 잘 길들어진 모습을 다시 사회라는 거울에 비추어 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곤 한다. ● 우리는 보이지 않으면서도 틀림없이 존재하고 있는 사회적 욕구들을 소유하면서도 동시에 억압당하고 있다. 즉 소비하면서 동시에 공범자가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트릭이 작용한다. ● 현대인은 소비적인 삶에 있어서, 가치를 판단해줄 무엇보다도 명확한 수단을 탄생시킨다. 과거 서양의 귀족들은 옷의 한 귀퉁이에 자신의 이니셜을 표기하여 자기의 정체성을 찾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자신과 상관없는 남의 이름이나 귀엽고 앙증맞은 아이콘, 즉 명품브랜드마크를 새겨 넣어 획일화에 기꺼이 동참한다. ● 김형석은 딱지라는 어린 시절의 화폐 단위를 통해 '명품'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허영을 고발하고자 한다. ● 또한 강소영은 가짜 털을 이용하여 핸드백을 만들어 냄으로써, 어디까지나 '겉모습'에 의존하는 여성의 소비와 과시 욕망을 보여준다. 완벽한 자신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이제 유전자 조작과 인간복제라는 과학의 힘을 빌어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 이동철은 포유류건, 조류건 간에 달걀에서 태어나는 '난생'의 생물과 복제쥐를 만듦으로써 일률적인 것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일으킨다. ● 패션사진을 찍는 박경일의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은 '좀더 섹시할 것, 좀더 매력적일 것'이라는 이 시대의 슬로건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그들이 처해있는 상황 설정은 신비스럽고 초현실적인 인상이 강하게 녹아있는데 단지 그 뿐이다. 더 이상의 비판도 옹호도 없다. 가치중립적인 태도 즉, 입장의 애매모호함이야말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편리한 전천후 행동지침일지도 모른다. ● 이에 반해, 이태호는 작가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로의 권력을 인정하고, 인정받는 '증거물'에 지나지 않는 시상제도를 반대한다. 작가는 위에서 아래로 하사하던 시상제도를 탈피, 개인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시상기준을 내세워 상패를 직접 수여한다. ●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미술의 세계에서도 나름대로의 태도와 입장이 존재한다. 각자 자신의 가치기준을 정당화시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트릭을 쓰는 모습을 작품에서, 작가에서 그리고 미술계의 시스템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STUDIO자양강장제는 알 수 없는 전문용어들의 조합으로 성립된 미학적 개념들의 허구성, 스스로 위대해진 작가의 모습 등을 다루면서 미술과 사회 사이에 위치한 상이한 가치와 입장들을 조명한다. ● 문주는 이미 숨이 끊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삐 움직이지만 결국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강시의 모습에서, '모더니즘'이라는 닳아빠진 이념에 기대어 자신의 위치를 찾으려는 오늘의 미술을 떠올린다. ● 김지원은 캔버스로 대변되는 미술의 권력에 이의를 제기하며 때때로 캔버스 안에서 작고 큰 반란을 일으킨다. 우선 캔버스 틀에 비닐을 씌워 그림으로써 그동안 불투명한 캔버스 천에 의해 감춰졌던 십(十)자 각목의 존재를 폭로(?)시킨다. 또는 일반화된 직육면체 캔버스에 정사각형의 그림을 그리고 나머지는 그대로 방치시키기도 한다. ● 김영태는 광주 복개천에 흐르는 오염된 물을 다루되, 강한 명암대비나 노출기법을 이용, 격분하는 듯한 물살을 표현한다. 물의 강력한 시각적 이미지와 그 내면의 진실 사이에서, 우리는 대상에 대한 진부한 해석방식들을 전복시키지 않을 수 없다. ● 물리적 한계로부터 자유를 얻은 사이버스페이스에서도 트릭은 여전히 존재한다. 컴퓨터게임은 규범과 질서로 통제된 인간의 폭력 본성을 해소하는 창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 젊은이들은 사이버라는 또 다른 세상 속에 집을 짓고 산다. 양아치는 사이버스페이스의 한 켠에 자리한 '양아치조합'홈페이지에서 네트워크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 또한 양혜진은 아바타를 통해 이상적 자아를 실현하고 거기서 위안을 얻고자 하는 현대인과 조우하게 되는데, 그는 바로 작가 자신이었다. ■

이동철_유승호 / 박은선_김지원 / 유혜진

시각적인 트릭 ● 눈속임·착시·착시적 요인 등의 활용으로 눈의 물리적 제약, '본다'는 행위에 대한 재고를 담고 있는 이미지들이다. 트릭/탈트릭은 서구미술사의 가장 오래된 화두다. 모방, 재현…현실과의 관계에서 트릭은 넘기 어려운 장애거나 무한한 가능성이었다. ●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좇느라 숨이 찰 지경인 요즘의 미디어아트. 그 와중에 최소한의 기술을 이용하는 고경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우리는 고요한 밤에 강가에 서서 보름달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내 저절로 명상에 잠기게 되고, 자연 본성의 순수미를 찾게 된다. ● 기서비(KISEBY)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인간의 몸을 따로따로 분리시키고 다시 합성하여 전혀 새로운 풍경화로 제작한다. 원래의 몸의 형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이미지로 탄생되는 이미지들은 다시 패턴화 되거나 서로 엉키고 섞여 마침내 혼성(Hybrid)된 장관을 연출한다. ● 박은선의 평면 위에서 전개되는 공간성은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현실과 허구의 틈새를 허용함으로써 실재와 가상을 동시에 보여 준다. 이는 허구와 실제를 분극화하고 이를 회화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한 것이다. ● 방명주는 일생생활 속에 묻혀있는 사물 앞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러나 사물을 포착하는 것은 카메라의 렌즈가 아닌 바로 '작가의 눈'이다. 건조한 흑백사진이지만, 클로즈업·재배열 등 촬영 전과 촬영 중에 삽입되는 일련의 장치는 작가의 재기 발랄한 시각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 안개처럼 자욱하게 퍼져있는 깨알같은 점들. 잘 살펴보면 그것은 다름 아닌 글씨들이다. 유승호가 로트링 펜으로 한 글자, 한 글자…써나가면(그리는 것이 아니라), 결국 그림이 되는 것이다. '읽으면서'봐야하는 그림 또는 글자들은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에 일종의 화해를 시키는 그 만의 방식이다. ● 유혜진의 작업은 태초의 '에덴 동산'처럼 유토피아를 소망하는 현대인으로부터 시작한다. 한강이나 뚝섬유원지를 비롯한 일상적이고 현대적인 공간 한가운데 어느 날 난데없이 큰 꽃이 핀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 일인가. 그러나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꽃을 이루는 것은 꽃잎이 아닌 기형적으로 커진 파리떼다. ● 이광호는 그림 속에서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돌려서, 상징적인 방법들을 사용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관객에게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게 하는 그림 안의 사실적인 소재들은 자신의 내적 고백을 파악하게 할 수 있는 일종의 단서들이다. ● 이주용의 홀로그램 작업은 '인지 하지 못하는 부분' 들을 바라 볼 수 있는 시선을 제시한다. 드러내져야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숨겨져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들과 함께 시각적 효과로 드라마틱하게 연출한다. ● 조성호는 작업실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모티브로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 본 풍경을 연상시키는 작업을 한다. 작품 안에는 돼지, 소 같은 프라모델이 평면의 화면에 직접적으로 현존한다. 실재의 입체물이었던 오브제들은 화면의 풍경이 되면서 기묘한 일루전을 준다. ● 차상엽의 나무 조각들의 모양은 모두 제각각이다. 그러나 빛이 들어오는 순간, 어느새 조각들의 맞은편에는 다비드가 있다. 여기서, 다비드의 형상을 이뤄내고 만져지는 나무 조각이 진짜 다비드인가, 아니면 빛만 없어지면 금새 형상도 자취도 남지 않을 그림자가 진짜 다비드인가. ● 현대미술은 개념의 무도장이 되긴 했지만, 이렇듯 오늘의 작가들은 여전히 눈과 시선,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문제에서 눈을 못 떼고 있다. 이들은 내러티브에 의해 해석되기보다는 보이는 것 자체이기를 바란다. 트릭은 눈을 단련해 더 잘 보게 만든다. 트릭은 시선의 작동 속에서 시선의 각성을 키우기 때문에, 더욱 더 시각적인 트릭이 곧 비옥한 정신적 장치임을 인정해야 한다. ■ 동덕여대 큐레이터전공

Vol.20030831c | 트릭_TRICK / 제3회 동덕여대 미술학부 큐레이터전공 졸업기획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