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gpong

이지희 온라인展   2003_0830 ▶︎ ON LINE

이지희_pingpong_플래시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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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leejeehee.net

공간에 대한 의식은 운송수단의 발달과 더불어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사람의 두 다리에 의존하던 시대에서 말, 자동차, 비행기, 인공위성 등의 출현은 공간과 공간 사이의 거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물리적이고 지형적인 방해물도 거침없이 거두어버렸다. 전화에 이은 인터넷은 서로가 복잡하게 얽히어 무수한 정보가 실시간에 들어오고 나갈 수 있게 만들었다. 즉 웹을 이용한 인터넷은 방위의 개념이 없는 열린 공간으로서 어떠한 거리의 제약도 없애버리고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글로벌 시대를 개막하였다. 고유 전통보다는 서로가 섞여서 만들어지는 fusion이 큰 관심을 끄는 것도 당연시 되고 있다.

이지희_NEWS_플래시_2003
이지희_names_플래시_2003

이러한 시점에서 지구나 지도를 가지고 작업한다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지구는 이제 상상의 범위를 벗어난 거대한 존재가 아니며, 금방 손을 뻗치면(인터넷을 접속하면) 그 구석구석 까지 닿을 듯이 가깝게 느끼지는 작은 것으로 변하여 버렸다. 마치 세상이 자기 손안에 들어 온 듯한 착각이라도 느끼게 한다. 지도에서 굵게 그어져 있는 수 많은 선 이나 이름들은 실제 그곳에 가서 찾을 수 있는 존재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띄고 있는 것들이다. 즉 지구는 시각적인 설명 없이 다양한 나라들과 대륙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사실 Asia라는 대륙의 이름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지구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곳을 상상할 수 있다. 어쩌면 실제 아시아대륙을 보여주는 것보다 Asia라는 단어가 더 확실하게 그곳을 이해하게 해 줄 것이다. 이름으로 인식하고 있는 공간, 하지만 그 이름의 허구성과 적합성 마치 가상공간에 있는 많은 도메인 이름과 실제, 실제와 가상 또는 이름과 실물은 어느 하나만으로는 완전히 어떤 사물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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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희_pixels_플래시_2003

더불어 나의 관심사였던 공간의 인식방법에 대한 다양한 고찰을 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현재 지구본이나 지도를 만들어 지구를 인식하고 있다. 3차원적인 지구를 특별한 고안을 통해 2차원의 지도로 바뀌어야 할 때 피할 수 없는 허점들이 있다. 극점에 가까워질수록 지형이 더 확대되어 보이기도 하고, 가장 가까운 지점이 종이의 끝과 끝을 차지하면서 가장 먼 곳으로 바뀌어 버린다. 선과 면에 의한 차원의 변화와 그러면서 평면 속에 갇혀 있는 형태 3차원 공간을 2차원으로 바뀌면서 생겨났던 것과는 또 다른 공간의 개념을 지닌다. web에서는 파일 안에 또 다른 파일 그 안에 또 다른 파일처럼 점진적으로 세부적인 것에 들어가게 되어있다. 그러면서도 상위의 파일과 하위의 파일이 같은 선상에 나열될 수도 있는 재미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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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gpong 어찌 보면 엉뚱하다 싶은 제목이다. 초창기의 게임 중 pingpong이 있었던 걸 기억된다. 주고 받는 과정 속에 수많은 가지 수의 공의 움직임으로 인해 재미를 얻었었다. 작품 또한 content를 제공하는 작가와 이를 수용해줄 관객과의 주고 받는 interactive 가운데 재미가 더해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대부분 선택의 자유를 주는 듯하지만 좀 더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질 뿐 게임이라는 틀 안에서 끝나는 아쉬움이 있지만 말이다. 인간이라는 커다란 분류보다는 인종과 민족 나라에 의한 구분에 훨씬 익숙하고 편안해 하는 것이 우리의 속성이다.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 역시 작은 조각들로 이해되지만 한편으로는 커다란 하나의 개체임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다면 즉 macro한 시각과 micro한 두 개의 시각이 균형을 이루어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념이 다른 두 체제의 물꼬를 틀 수 있었던 작은 계기를 제공했던 pingpong을 생각하며, 내 작업을 가지고 관객에게 한 판 게임을 해보자고 권한다.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속해 있는 공간을 재인식하고 세계를 재미있게 보고 즐겼으면 한다. ■ 이지희

Vol.20030901b | 이지희 온라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