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의 공간

주하영 회화展   2003_0903 ▶︎ 2003_0909

주하영_활기와의 만남_한지에 혼합재료_96×530cm_2003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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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903_수요일_06:00pm

갤러리 썬앤문 서울 종로구 관훈동 30-9번지 청아빌딩 2층 Tel. 02_722_4140

주하영이 바라보는 이 세계는 셀 수 없이 많은 존재들이 자신들의 생의(生意)를 분출하는 곳이며, 그러하기 때문에 가장 활발히 생동하는 곳이다. 진실로 우주의 별들은 가장 정교한 수(數)와 기교를 지니고 있고, 그들은 나름대로의 운동을 통해 절묘하게 연주를 하고 있다. 또한 언제 배우기라도 한 듯 각자의 삶의 터전을 능숙하게 만들어내는 온갖 동물들은 한층 활기찬 동작으로 살아있음을 표현한다. 동시에 우리들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또한 다른 사람들의 곁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있으니, 이 세계는 생의를 표출하는 개체들로 충만한 곳이며, 세계 자체 또한 이러한 의지에 다름 아니다. 지금 작가는 단 한번의 정지함도 없이 계속되는 저 의지의 발산을 형태 속에 담아내려고 한다. 작품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저 형태들은 고정된 포즈에 안주하기를 거부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나름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작가는 사람의 움직임 가운데에서도 온 몸을 통해 나타나는 커다란 움직임을 그리고 있는데, 이렇게 커다란 형상들은 역동성을 극대화한 표현이다. 또한 먹과 호분의 강한 대비는 커다란 움직임을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시각적 효과를 보여준다. 결국 가장 자유로우면서도 가장 힘이 넘치는 움직임들을 형상화함으로써만이 세계에 충만한 생기(生氣)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하영_활기와의 만남_한지에 혼합재료_96×530cm_2003
주하영_활기의 공간_한지에 혼합재료_200×500cm_2003

우리의 삶을 일궈내고 있는 바로 이 힘은 가장 본질적인 것이자 영원한 것이지만, 순간순간에 가장 역동적으로 드러난다. 작가는 바로 저 순간 안에 놓여 있는 본질을 표현해내고자, 가장 왕성한 힘을 발산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 순간은, 지나치면 사라져버리는 특정시점도, 정지된 현재도 아닌, 이전과 지금과 다음을 한 호흡처럼 잇고 있는 가장 역동적인 순간이다. 작가는 재료의 특성을 이용하여 손끝의 예리한 터치를 응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표현은 움직임과 그것의 포착된 순간을 동시에 극대화한다.

주하영_활기의 공간-빠져들다_한지에 혼합재료_94×218cm_2003
주하영_활기의 공간-표류_한지에 혼합재료_78×192cm_2003

작가는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그리고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을 향해 몸을 돌려 바라본다. 고정된 하나의 방향을 거부하고, 이제 위로 아래로 그리고 뒤로 한껏 몸을 젖히고 맞이하게 되는 그 모든 것들로 다가가려 한다. 작가는 여러 방향으로 몸을 던지는 형상들을 시리즈로 제작함으로써, 세계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 그리고 세계로 뛰어드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방향을 바꿈으로써 더 많은 세상과 만나게 되고, 이 만남을 통해 그들이 지니고 있는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들여 그 에너지와 하나가 되는, 이러한 과정은 또한 작가 자신이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여러 방향으로 향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작품시리즈는 주변에 서서 소극적으로 세계를 바라보기보다는, 저 생동하는 세계 속에 자신을 던지고 그것과 일체가 되고자하는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주하영_활기의 공간_한지에 혼합재료_190×120cm_2003
주하영_활기의 공간_한지에 혼합재료_190×120cm_2003
주하영_활기의 공간_한지에 혼합재료_190×120cm×3_2003

예술이 세계를, 그리고 그것의 본질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면, 주하영의 작품은 자신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열정이 세계의 생동하는 본성과 만나 분출되는 공간이다. 우리는 이 공간을 통하여, 그림 너머의 활기찬 힘을 보고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또 다른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 배혜림

Vol.20030903a | 주하영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