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경 / Trace-scape

가갤러리 기획 3인展   2003_0906 ▶︎ 2003_1004 / 월요일 휴관

브렛 오스본_Anna Weather Hill_판넬에 유채_41.5×30"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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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906_토요일_04:00pm

참여작가_김을_이갑철_Brett Osbo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_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가갤러리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89번지 Tel. 02_792_8736

『흔경』전은 (흔적으로서의 풍경)전은 풍경과 인간, 그 두 개의 세계가 스미고 겹쳐지며 얽혀있는 지점을 보여준다. 모든 풍경에는 그 풍경을 바라보는 이의 기억이 함께 한다. 시선이 가 닿을 때 비로소 풍경은 성립한다. 풍경은 그 대상을 일정한 거리 속에서 조망하고 무수한 의미의 망으로 읽어내는 이의 가슴속에서 홀연히 떠오른다. 그것과 무관한 대상, 풍경은 없다. 그런 면에서 풍경 역시 인간적인 풍경으로 자리한다. 풍경은 인간의 해석을 기다리는 존재라는 얘기다. 선험적으로 자리한, 순수한 풍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브렛 오스본_Theodo's Hay Stackr_판넬에 유채_40×42"_1999
브렛 오스본_Lake frequented_판넬에 유채_64×46"_2003

풍경은 눈으로만 보여지는 것도 아니다. 풍경을 바라본다는 것은 한 개인의 육체가 그 풍경과 만난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바라보는 이의 눈/눈 달린 몸이 풍경을 본다. 읽는다. ● 풍경은 보여진다기 보다는 읽혀진다. 그것은 일종의 텍스트다. 따라서 하나의 풍경조차도 수많은 사람들마다 다르게 읽힌다. 그러니까 바라보는 자신의 몸에 깃든 모든 것들이 대상에 투영되고, 아울러 현재의 시간과 함께 과거의 시간 역시도 지금 이 풍경과 결합되어 부풀려지는 모종의 상념들 속에서 가능한 이미지의 출현이 바로 풍경화라는 장르이다. ● 이번 『흔경』전은 바로 그러한 인식 속에서 풍경을 다루는 작업들을 모아본 전시다.

이갑철_성철스님 가시던 날-해인사_흑백인화_1993
이갑철_호미를 든 노인-의령_흑백인화_1996
이갑철_찔레꽃과 할머니-합천_흑백인화_1994

이갑철은 흑백사진을 통해 풍경, 자연과 인간의 육체를 동시에 건져 올린다. 그는 한국의 풍경과 한국인들의 보편적이며 근원적인 정서와 삶의 문화를 포착해내는데 탁월하다. 오랫동안 자연과 함께 해온 한국인들만의 심성의 한 자락이 느닷없이 건져 올려져 보는 이의 몸과 마음에 매개 없이 조우하는 힘이 아찔할 만큼 긴장감 있게 조성된 사진이다.

김을_임야도 등본 2 / 지적도 등본_종이에 혼합재료_각 24×17cm_2003
김을_아리랑 고개 2_판넬에 유채_122×148cm_1999_부분
김을_아리랑 고개 2_판넬에 유채_122×148cm_1999

김을은 자신의 고향 땅, 산을 볼 때마다, 떠올릴 때마다 그 특정한 공간에서 생을 보낸 자신의 선친과 조상들, 혈육들을 가슴 아프게, 처연하게 떠올린다. 그에게 땅, 풍경은 단순한 물리적 대상이 아니라 무수한 가계(家系)의 흔적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그는 그 풍경과 함께 자신들의 조상들, 혈연들의 초상(두상)을 함께 그려낸다. 그것은 결국 자신을 찾아 나서는 일이자 자신의 뿌리를 더듬어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 풍경은 한 가족의 역사화이자 한국인의 보편적인 생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서사적인 역사화로서의 풍경화가 된다. ● 브렛 오스본(Brett Osborn)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자신의 고향, 집 주변의 숲과 함께 추억화 된 인물을 오버랩 시킨다. 기묘한 초현실주의 풍의 이 풍경그림에는 자연과 그 자연과 생을 함께 해온 이들의 기억, 흔적, 자취가 희미하게 떠오른다. 풍경과 인물의 경계가 슬쩍 지워지고 그 두 개의 세계가 넘나들면서 만들어내는 환영은 무척 매력적으로 상실과 죽음, 부재와 안타까운 이별의 아픔을 은은한 슬픔으로 적신다. ■ 박영택

Vol.20030906a | 흔경 / Trace-scap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