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yramids

유인호 조각展   2003_0910 ▶︎ 2003_0916

유인호_Pyramid_ALC블럭, 석고_210×210×200cm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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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910_수요일_05:00pm

갤러리 라메르 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번지 홍익빌딩 Tel. 02_730_5454

존재의 진화와 작가의식의 구조 ● 유인호는 이번 작업에서 물질의 형식과 인간적 삶이 만들어내는 의미의 관계를 예전보다 좀더 적극적으로 발전시킨다. 이런 평가가 가능한 것은 그동안 작가가 절제된 표면구조를 지닌 사각형, 삼각형 등의 기본적인 형태들을 통해 물질형식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에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작품들에서 그는 표면적으로는 형태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고 있지만 피라미드라는 형식을 도입해 그동안 외면해 왔던 인간적 삶이 가지고 있는 의미, 즉 인간과 사물의 형식과 본질에 대한 탐구에서 삶과 삶이 만들어내는 실존적 조건들에 대한 탐구로 나아가고 있다. ● 피라미드는 인간의 역사에서 형식적 규모나 형태가 가지는 의미보다는 인간 역사의 풀리지 않는 문제들에 대한 언급과 관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적인 변화의 차원에서 생각해본다면 유인호는 예전의 작품에서 물질의 본질을 통해 이 세계 바라봄으로서 의도적으로 작품에 인간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어 냈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작품에서 작가는 피라미드라는 형식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관련된 의미의 차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유인호_Pyramid_스티로폼, 모래_170×170×110cm_2003
유인호_Pyramid_철_170×170×110cm_2003

나는 1998년 그의 작품이 마주하고 있는 이 세계의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그의 작품의 본질이 구성하는 환경을 개념적 환경이라 정의했었고 그 환경과 대결하는 실체로서 작품이 서로 맺게 되는 관계를 반부정적인 공간(semi-negative space)이라고 정의했었다. 이런 판단이 가능한 것은 예전에 주로 사용했던 그의 작품의 물질적인 재료들이 유리와 철 같은 인간 역사의 초기에 속하는 원시적 매체로서 평가될 수 있는 그런 것들에 의해 구성되어 왔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들에서 그런 물질적 본질의 영역으로부터 멀리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작품의 특성상 이번에는 물질과 작가가 바라보는 삶의 내용들에 대한 관계가 그의 작품의 구조를 결정하는 물질적인 주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의 여정에서 의미가 매체의 속성과 더불어 그의 형식적 시도들을 설명하는 주요 미학적 도구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렇다고 작가가 예전의 반부정적 공간이라고 혹은 중성적이라고 규정했던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고 예술적 내용에 대한 의미의 영역만을 작품의 주제로 설정하고 있다고 말할 수 는 없다. 그의 작품에서 본래 피라미드라는 형태의 거대함이 주는 압도감과 인상이 재현되어 있고, 피라미드라는 자체가 이미 현재 우리들에게는 그 기능을 넘어 물질적인 본질과 더불어 신화적인 거대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타협점 안에서 그는 피라미드를 통해 재료의 물질적인 본질과 그가 지향해온 삶과 물질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객은 여기서 그가 생각하는 삶이 혹은 삶의 내용과 작품의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 것인가 궁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하 구체적인 해답을 찾기는 힘든 것 같다. 작가가 인간으로서 이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가 삶의 내용을 결정하고, 작가가 사용하는 재료들을 그의 삶의 내용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취급할 수도 없을 것이고, 그리하여 관객은 작품의 질료와 내용과의 관계 안에서 어떤 통일적인 논리성을 발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가 사용하는 매체의 미니멀한 형식들은 관객의 사유가 작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유인호_Pyramid_스테인리스 스틸_170×170×110cm_2003
유인호_Pyramid_화강석_170×170×110cm_2003

이번 그의 피라미드 작품에서는 물질적인 구체성과 개념적인 구체성을 발견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면으로 여전히 그의 예전 작품들에서 보이듯이 이 두 경계의 모호한 관계가 발견된다. 그러므로 그는 여전히 작품에 관객의 자유로운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 면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작품의 물질적 구조가 가지고 있는 폐쇄적인 완결성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는 물질적 속성 자체가 변화해 가는 듯한 작품의 발전 과정에 대한 접근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의 구조적인 지향은 우리가 삶을 지향하는 방식의 상징적 의미들이 논리적인 계열성을 획득하면서 진화해 가는 방향과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정용도

Vol.20030913b | 유인호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