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밖에·나다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사진展   2003_1210 ▶︎ 2003_1216

본 전시와 더불어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단행본 사진집 『눈·밖에·나다』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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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1210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곽상필_김문호_박영숙_성남훈_안세홍 염중호_이재갑_최민식_한금선

덕원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5번지 5층 Tel. 02_723_7771

사진가들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에 뿌리깊은 '차별'의 현재를 드러내고자 한다. 우리 사회는 성별과 나이, 장애, 인종, 피부색, 출신민족, 출신국가, 출신지역, 가족상황, 성적 지향, 사회적 신분, 종교, 사상, 정치적 의견 등 다양한 차이가 무수히 존재한다. 그러나 차이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를 위계화 시켜 차별로 만들어 버린다. ● 또한, 다소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느낌이 나는 차별이라는 용어 보다 '소외'와 같은 언어로 표현하면서 차별의 현실을 드러내길 꺼려했다. 이렇듯 차별은 외화된 행동보다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의식의 문제가 더욱 깊다. ● 이를 사진에 담아내는 일은 무척 난감한 일이었다. 사진은 이미지를 포착해 형상화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진가들은 차별의 현장을 포착하는 일이나 직접적인 이미지를 생산하기 보다는 차별의 대상이 되거나 차별 받는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이를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차별의 현장에서 차별이 아닌 인간의 진솔한 삶의 향기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아홉 명의 사진가들은 다양한 차별의 현주소 가운데 장애인, 혼혈인, 이주노동자, 성적소수자, 그리고 노인문제라는 다섯가지 주제에 카매라 앵글을 맞췄다. 차별이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두터운 애정과 신뢰를 현장에서 발견해냈다. ● 장애인 문제는 '비장애인' 사진가 성남훈과 '시각장애인' 혜선이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진 '대화'가 있고, '중도장애인' 곽상필이 장애인의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이야기가 있다.

성남훈_흑백인화_2003

성남훈은 하루하루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16세 소녀 혜선이의 일상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돋보기에 의지해서 핸드폰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는 모습, 서로의 느낌을 확인하기 위해 손으로 몸을 더듬고, 그 감촉을 느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 보이지 않는 거울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그 낯선 모습 속에서 안타까움과 아름다움이 함께 묻어나온다. 성남훈은 사진가의 시선이 아닌 혜선이 '자신'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들려준다. 그의 사진에는 세상을 볼 수 없는 답답함이 여백의 억제를 통해 드러나지만 혜선이의 밝고 고운 희망의 이미지 역시 잔잔하게 흐르고 있다. 시력은 잃어가지만 꿈을 무럭무럭 키우고 있는 혜선이는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곽상필_흑백인화_2003

곽상필에게 사진은 좌절과 절망의 늪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희망을 얻게 한 '친구'였다. 그는 뇌경색으로 중도장애인이 된,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을 사진과 함께 했다. 그의 사진은 조금 어색하다. 편마비로 인해 한 손으로만 카메라를 잡고 작업하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순간을 보고도 자신의 의지와 속도로 그 순간을 잡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는 부족함이 드러난다. 하지만 제주도 곳곳을 돌면서 담은 장애인들의 모습에는 '장애인' 사진가 앞에서만 드러내는 따스한 눈빛이 녹아 있다.

이재갑_흑백인화_2003

인종과 민족, 그리고 혼혈의 문제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사진 작업도 이루어졌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외국 군인에서 이주노동자로 '혼혈'을 출산하는 방식도 변화했다. 국경을 뛰어넘는 자유로운 이동은 국가, 인종, 민족의 개념에 있어 인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갑의 사진은 '또 다른 한국인'이 있음을 증명한다. 한민족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인 단일민족의 신화를 폭로한다. 한국 전쟁과 외국 군인 그리고 한국 여성. 전쟁은 서로 다른 민족과 인종의 피를 섞는 역할을 했다. 한국 전쟁이 그들을 잉태하고 출산했다. 혼혈, 그것은 현실이었지만 우리들은 부인하고 망각하고자 했다. 우리와 다른 외모를 하고 있는 그들이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고, 우리의 이름을 가지고 있고, 우리의 말을 자연스럽게 건넨다. 겉모습의 차이에서 우리가 느끼는 거부감과 이질감은 극단적인 편가름의 시작이다. 사진 속 주인공들의 눈빛은 우리들에게 이렇게 묻는 듯하다. "편견 없는 눈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가?"

김문호_흑백인화_2003

김문호의 사진은 국경의 벽을 넘어선 지구 가족의 모습이 한국 사회에 정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가 규정한 외형적인 국경은 이미 사라졌다. 이제 외국인 노동자들은 단순한 여행객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한국인과 가족을 이룬 '이주자'들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지구 가족이 되어버린 현실을 낯설어하고 거부한다. 방글라데시 시어머니가 한국을 방문하여 함께 찍은 가족사진은 부인할 수 없는 현재이다. 그들의 편안치 않은 표정은 편협한 단일 민족 강박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듯 하다.

안세홍_흑백인화_2003

우리들의 마땅치 않아 하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노동자는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한국 경제를 버티어주는 '산업 역군'들이 되어가고 있다. 안세홍은 한국의 노동자들이 떠나버린 열악한 작업 환경, 영세한 사업장을 움직이고 있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을 담았다. 불법체류자라는 딱지는 차별을 합리화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안세홍은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다가선다. 그들이 한국 사회의 이방인인 것처럼, 사진가 역시 그들에게 이방인일 터이다.

한금선_흑백인화_2003

역사 속의 고려장이 현실로 되돌아오고 있다. 과거에 고려장은 가족의 문제였지만 이제는 사회의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한금선은 독거노인들과 넉살스럽게도 다정한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그의 사진에는 극단적인 분절음이 배어 있다. 가족과의 관계가 단절되거나 해체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모습을 단지 외롭게만 느끼기에는 서러움이 밀려온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역설적으로 가족은 해체되고 고립화해 가는 역설을 보여준다. 이미지라는 극히 정서적인 표현과 기사체의 간명한 정보 텍스트가 어우러져 이미지의 실체가 현실로 다가온다.

염중호_흑백인화_2003

시각 장애인을 위한 보도 블록은 공사장이 막아버렸거나 무심코 주차해놓은 차에 막혀있다. 시각 장애인이 걸어 다녀야 할 길이 갑자기 끊어져 버렸다. 당사자만이 그 위험성을 알 뿐이다. 직장 여성의 유니폼은 여성과 학력의 차별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일반인의 지갑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특별한 공간도 사회적 신분의 격차를 느끼게 하는 현장들이다. 염중호의 공동작업은 우리가 무심하게 스쳐지나온 현장을 찾아냈다. 이제 일상화되어 잘 드러나지 않는 차별의 현장이 풍경화처럼 다가선다.

최민식_흑백인화_2003

이러한 차별의 현장에서 건져낸 사진들과 최민식의 오래된 사진은 아직도 유효한 우리 삶의 진실이다. 최민식은 부드럽고 뽀얀 피부로 단장한 우리의 모습 속에 감추어진 어둡고 추운 과거를 들추어내고 있다. 반면 거칠고 주름진 일상의 삶 속에서 피어나는 풋풋한 삶의 진한 내음도 담고 있다. 가난과 불평등 그리고 소외의 현장을 담은 그의 사진은 철저하게 '배부른 자의 장식물적 소유물'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가장 낮고 더러운 땅에 입맞추고 있는 그의 사진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서민의 삶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드러낸다. 그는 모든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꿈꾸고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

Vol.20031210a | 눈·밖에·나다_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