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惟하는 巨像群

백재현 조각展   2004_0114 ▶ 2004_0120

백재현_思惟하는 巨像群 : 人類의 肖像-무덤_200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갤러리 라메르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4_0114_수요일_05:00pm

갤러리 라메르 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번지 홍익빌딩 Tel. 02_730_5454

思惟하는 巨像群 : 人類의 肖像-무덤 ● 젊은 조각가로 발돋움하는 백재현은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졸업과정의 하나로 조각 개인전을 마련하였다. 그는 여기서 고개를 숙인 채 사유하는 듯한 일렬로 늘어선 인간 군상을 제시하면서 "인류의 초상-무덤"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것은 작가가 인류의 종말이나 잔해를 연상하면서 현대문명 전반이나 현대인의 일그러진 초상에 대한 부정적 사고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걷잡을 수 없이 범람해버린 물질문명의 대안으로서 정신문명을 제시하려는 시도이다. ● 그 조각군은 종대(縱隊)로 나열해있는 거대한 인체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들은 비례에 있어서나 볼륨에 있어서도 등신상보다 큰 스케일을 가지고 있어서 라 메르 화랑의 실내공간을 압도하며 관람자에게는 숭고미를 제시한다. 그 인체들은 한결같이 머리를 숙인 채 버티며 직립해 있는 형상이다. 그 인체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물러서는 듯 버티고 있는 화석화된 자태는 분명히 물질문명의 패배를 자인하는 헤라클레스처럼 거인화 된 현대인을 상징한다.

백재현_思惟하는 巨像群 : 人類의 肖像-무덤_2003
백재현_思惟하는 巨像群 : 人類의 肖像-무덤_2003

그러한 인체의 거의 모든 부분들은 마치 작가가 점토를 손가락으로 짓눌러 붙여가며 빚어놓은 듯하다. 그것은 완벽한 피부를 지향해온 클래식한 조각에서 벗어나 현대인의 투박하고 거친 숨소리를 느끼게 해주는 인상주의나 추상표현주의의 모던한 조각의 특성이 있다. 볼록 튀어나온 배, 딱 벌어진 어깨, 디스크를 엎어놓은 듯한 유방, 허리에 박혀 있는 플라스틱 파이프 형상, 왼쪽 삼각근에 붙여 놓은 알 수 없는 표식, 손바닥을 벌리거나 쥐고서 전방을 지향하는 진지한 자태나 인체 표면의 단층 지어진 윤곽이나 절단된 발가락, 복부에서 등으로 만들어 놓은 좁은 투공 등의 형태적 요소와 짙은 색상의 파티나 처리는 현대인의 탐욕, 자만이나 무이성적 경향의 상징언어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한 인간의 모습은 이미 인간의 모습을 벗어나 기계에 의해 움직이는 로봇의 모습이나 다름없다. 반면에 그 인체에 오브제로 부착한 흰색 형광색의 나비나 나무뿌리 등은 이러한 경향에 대한 반발이자 대안으로서의 형상이며, 동시에 인간 영혼의 선악 개념도 내재하는 형상이다. 그러한 작가의 대비적인 형태 감각은 분명히 물질문명에 대한 직설이자 동시에 비유이기 때문에 관람자의 예리한 주의력을 요청하고 있다.

백재현_思惟하는 巨像群 : 人類의 肖像-무덤_2003

그러한 인체들은 마치 물질문명의 폐품화된 파편들을 보는 듯하다. 작가는 인간이 빚어놓은 이 물질문명 세계가 이제는 그 한계에 부딪히고 있음을 직감하고 있다. 작가가 순동주물로 인체 부분들의 주형을 본뜨고 나서 그것들을 일일이 용접해 나간다. 그럼으로써 그가 제시하고자 하는 바는 영혼과 육체를 가진 현대인의 인간으로서의 본래 형상이 이제는 마치 단순히 쌓아 놓은 물질의 덩어리이거나 치밀하지 않게 용접해 놓은 폐품들의 집합이라는 인식이다. 따라서 그는 그러한 물질문명의 돌파구가 오로지 정신문명으로의 회귀에 의한 것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조각가 백재현은 인간이 그 본래 자리로 회귀해야만 한다고 사유하는 그러한 조각군을 통하여 오늘날 현대인이 직면하고 있는 당면과제를 직시하고 겸손한 자아발견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 최병길

Vol.20040113a | 백재현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