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류인 5주기 추모전

故류인展 / RYUIN / 柳仁 / sculpture   2004_0218 ▶ 2004_0307

류인_그와의 약속_브론즈_160×70×30cm_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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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218_수요일_05:00pm

모란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28번지 백상빌딩 B1 Tel. 02_737_0057

작업일지 ● "하고 싶은 일 중에서 조각가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큰 충격과 정직함에서였다. '작품은 보여주는 마술', '작가는 시대에 필요한 사기꾼' 따위의 말은 흙을 손에 쥐면서부터 나와 무관하게 되었다.'작가는 말이 많아선 안돼. 작품으로 보여야 해!' 귀가 닳도록 들어온 말이다. 그때마다 나의 가슴에는 하나의 둥글지 못한 돌이 박혀버렸다. 이 돌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고통이다. 이것을 간직하고 작품에 임할 때에는 어떤 짓거리든 소화해낼 수가 있을 것이다. 혼자만의 만족, 혼자만의 방법적 문제의 제시를 나는 싫어한다. 작품은 결국 우리가 살아 숨쉬고 있는 현실에 대한 깨우침이며, 살아있는 모습과 이유에 대한 되물음이며 확인이다. 작가로서 이것조차 잃는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나만의 노래를 주장하고 혼자서만 만끽하는 음정은 더 이상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형태에서 나는 내 모든 것을 되찾아보고 싶었다. 비를 맞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좀더 가깝게 느끼도록 표현해 보고 싶은 충동이 가슴에 와 닿았다…."

류인_어둠의 공기_브론즈_151×70×33cm_1989
류인_하산_합성수지_110×80×58cm_1987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조각을 택했지만 재료인 흙 자체가 좋기도 했어요. 물감은 지독한 냄새가 나지만 흙은 피부로 호흡할 수 있어요. 다정다감한 고향을 느끼게 하는 재료가 바로 흙이라 평면의 회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울림이 있었어요."● "대학 4학년 때엔 기하학적인 것에 유기적인 것을 융합해 형상성을 배제한 실험작업을 했었죠. 그러나 이런 작품들에선 표현의 불확실함과 왠지 겉도는 감을 느꼈습니다. 내용보다는 재료에 빠지기 쉽고, 또 주제에 대한 안일함이 생기게 되더군요, 현대미술이 지니는 일반적인 관념과 형식논리에 빠지는 것보다 나의 체질에 맞는 것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인체를 소재로 한 형상성 있는 작품이 등장하게 된건 지도…. 대학원 과정에선 본격적으로 기본적인 모델링 공부를 철저히 해, 인간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시작했습니다. 초기엔 여체작품도 했었죠. 그러나 여체는 美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엔 충분하나 제가 의도하는 강렬한 힘을 표현하는 데엔 부족하더군요. 남체보다 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미흡했었죠." ● "작품은 공기 중에 매우 힘차게 던져진 것이라 할 수 있죠. 그 던져짐 속의 공기와 파장, 전율로 조각을 느낄 수 있는 거고요. 이야기만 많고 던져짐이 약한 것은 조각적인 표현이라 할 수 없습니다. 공간 속에 덩어리를 다루는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되게 되면서, 대지 위에 편안하게 놓여진 모습이 아닌 공간 속에 힘차게 던져진 덩어리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류인_급행열차-시대의 변_합성수지_220×118×1550cm_1991_부분
류인_급행열차-시대의 변_합성수지_220×118×1550cm_1991

"작품은 보는 사람과 함께 숨쉴 수 있어야 합니다. 단지 아름다움으로만 만족할 수 없는 바로 우리의 삶 자체이기 때문에…."● "빈 공간을 작품이 차지함에 따라 작품은 그 공간의 공기를 빼앗는 것입니다. 공간 속에 힘차게 던져진 작품이 만들어내는 파장이 바로 작품의 '진정한 크기'며 작가의 정신력이죠. 외면적인 크고 작음과는 상관없이 작가의 솜씨, 성실성, 정확한 주제, 리얼리티가 모두 포함되어 있을 때 그 파장은 커집니다."● "인간의 모습은 나의 사고를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입니다. 관객과 불필요한 설명 없이 명료하고 정직하게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체 자체의 형태적 신비로움에 매료됨은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그러한 소극적인 자기만족적 취향을 떠나 인체를 하나의 표현도구로 물질화 시킴으로써 나의 의식과 에너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류인_입산Ⅲ_합성수지_210×130×110cm_1987

"예술이 아름다움을 찾는 건 일종의 의무지만 탐미주의자들이 말하는 그런 아름다움이란 것에는 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을 가치가 없습니다. 혼자만의 만족을 저는 싫어합니다. 작품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깨우침이며 살아있음의 확인입니다. 우리 젊은 세 개들은 이 땅의 현실이 주는 억압에 고통 받고 또 이를 이겨내려 합니다. 그 모습들을 담고 있습니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조각뿐이라면 그 조각을 할 수 있는 육체적 조건이 되지 못하는 것이 고통스러울 때가 많다. 반면 그만큼 내 작품이 조용하지 못한 것은 그 조건과는 달리 더욱 내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어떤 것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부턴가 덩어리에 대해 깊이 빠졌다. 그것도 대지 위에 편안하게 놓여진 모습이 아니라 공간에 힘차게 던져진 덩어리 말이다. 그 덩어리는 어딘가 내려앉고자 하는 모습이 아니다. 육중한 덩어리기 때문에 더욱 끌어내리려는 중력을 세차게 거부하는, 어디론가 더 위로 터져나갈 듯한 힘을 덩어리 내부에 간직한 모습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류인_숨소리Ⅱ_합성수지_195×60×53cm_1989

"흙으로 조금씩 붙였다 뗐다 하는 작업이 내겐 어울리는 것 같다. 이렇게 하나씩 붙여가다 보면 마치 이놈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듯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조각은 항상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터인데 그 공간만큼 공기를 차지하고 있다. 조각이 살아있는 것도 거기 있는 공기를 잡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다."● "조각은 인체를 표현목적이 아니라 표현수단으로 삼고 있다. 조각을 보고 있으면 자연히 그 속에서 터져 나오는 느낌, 말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내 작품은 자연히 작품 내부에 갖추어진 심리적인 내면구조, 갈등, 억압된 상태를 드러내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또 그러기 위해서 나는 인체를 부분적으로 압축시킨다든지, 상반신을 절단해서 생략해버린다든지 주제를 강하게 나타낼 수 있는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다든지 해서 인물을 왜곡시킨다."● "조각은 일단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보는 이와 함께 숨쉴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장식으로 그쳐서는 안 되는 바로, 우리의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만 많고 던져짐이 약해서는 이미 조각적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류인_지각의 주_브론즈_253×170×145cm_1988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공부를 꽤 열심히 했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여체(女體)도 많이 다루었는데, 인간의 의지나 에너지 등을 표현하는 데는 아무래도 남체(男體)가 낫다는 결론을 얻어 오늘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스스로를 억압했던 인체를 통한 탐색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스러워야 한다고 느끼게 됐다"● "물론 분노에 가까운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긴장된 만큼 이완된 곳도 있어야하고 결정적으로는 작은 희망 같은 바람을 살짝 불어넣어주는 여유까지 있어야 한다."● "나는 주변에 보이고 느껴지는 모습들을 내 눈으로 정직하게 해석하려 노력한다. 이러한 모습들을 단지 미화시키거나 형태적인 변형, 재료의 실험만으로 그치기는 싫다."

류인_밤-혼_브론즈_235×26×27cm_1986_부분

"나에게 달려드는 충격적인 감흥이 곧바로 되살아나는 것이 조각하는 제일 큰 매력이다. 또 조각은 에너지 전달이 가장 확실하고 또 감정이 직접 전달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가까운 곳에 있는 현실을 지켜보고자 노력하겠다. 내 이웃의 고통과 동 세대의 갈등을 계속 작품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 "작품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깨우침이며 살아 있음의 확인입니다. 우리 젊은 세대들은 이 땅의 현실이 주는 억압에 고통 받고 또 이를 이겨내려 합니다."

류인_조각가의 혼_흙_74×48×32cm_1986

"내 손을 거친 그들이 메마른 이 시대에 한 인간으로 남아주길 원했고 함께 하는 공기를 정열의 뜨거움으로 데워 그 숨소리가 서서히 가슴으로 밀려와 주길 바랐다. 그러나 그의 얼굴 뒤엔 묘한 표정의 그늘이 받치고 있어 결코 순탄치 않은 숨겨진 본성이 바로 그 정체이다. 현실을 곱게 보지 못하는 그는 어두움을 습관처럼 지니고, 불안한 이중성이 천성으로 배어나, 선악의 두 얼굴이 그의 표정인 것이다. 단 하나 희망적인 측면은 자신을 되씹어 볼 줄 아는 그의 불안한 지혜의 가능성이다. 바로 이것을 믿고 그를 녹슬게 하는 부조리한 현실 앞에 한편의 인간 드라마를 진행시킨다." ● "환기시켜가며 서둘러 지져대던 철근 쪼가리들 앞에 혼란스러웠던 감정들이 흙을 주무르면서부터는 비로소 세상이 조용해지기 시작한다. 다시 머리는 맑아지고 시야가 넓게 들어온다. 흙을 만지면서부터 인간의 본성을 생각했고, 내가 살아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거듭되는 오판 속에 지켜야 할 자존심을 흙 속에 묻어놓았다. 오늘도 이 흙에 스스로 젖어들면서 나의 두께를 확인해본다. 무엇보다 흙은 숨결의 전달이 가능했고 그 감정을 정직하고 직접적이기 때문에 인간의 복잡한 심리표현에 최적의 수단이었다. 그 이유로 흙 앞에 나는 진지해야만 했다." ■ 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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