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르시소스씨...

신영미 회화展   2004_0305 ▶︎ 2004_0326

신영미_self-portrait_판넬에 아크릴채색_180×120cm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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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305_금요일_06:00pm

아트스페이스 휴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4-1번지 B1 Tel. 02_333_0955

흐릿한 자아의 풍경 ● 1. 완벽한 조화를 이룬 아름다움 보다 다소 부족하거나 결핍된 면이 사람을 더욱 유혹하는 매력이 있기 마련이다. 오래 전 나르시소스가 그러했다. 그의 얼굴은 완벽한 균형의 미에서 약간 모자란 듯한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나르시소스가 오래 살려면 자신의 내면의 본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며, 자기의 얼굴의 아름다움을 몰라야한다고 예언한다. 지나치게 아름다운 용모가 나르시소스를 죽음에 빠뜨린다고. 후에 나르시시소는 요정 에코의 분노를 사, 호수로 유인되어 자신의 얼굴을 보고는 마침내 자신의 모습에 매혹되어 하염없이 호수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다 물에 빠져 죽는다. ● 신화는 일반적으로 인식의 문제와 존재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동시에 진정한 아름다움의 문제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인간의 탄생과 죽음, 신의 존재, 선과 악, 자연사물의 존재... 인간은 자신의 혹은 가족의 죽음을 앎으로써 자기존재감을 갖게 된다. 타자들의 죽음을 앎으로써 자아의 삶과 그리고 자아의 죽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부재와 결핍이 욕망을 낳고 그 근원적 대상이 된다. 그 대상은 존재를 극도로 소모시킨 후 완전히 비어버린다. 나르시소스의 아름다움에 얽힌 신화 또한 인간이 마치 신의 모습을 보면 그 광휘에 죽음에 이르듯 궁극의 아름다움이 죽음을 불렀다. 미는 존재의 완전한 소진으로 미끄러진다.

신영미_self-portrait_판넬에 아크릴채색_60×30cm×2_2003
신영미_in the mirro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5×90cm×3_2003
신영미_옷장_판넬에 아크릴채색_190×140cm_2004

2. 나르시소스 이야기는 존재의 허상과 미를 향한 욕망의 낭만적 신화이다. 이 이야기에는 단순히 겉모습의 아름다움에 대한 교훈적 내용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어떤 완벽한 미가 아니라 다소 결핍된 미, 즉 결핍이 본질적 요소로서 관련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호수에 반영된 자신의 허구적 이미지에 대한 시선의 몰입이 소유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의 이미지로부터의 소외현상과 함께 나타난다. 나르시소스의 예에서 나타나는 자아를 반영하는 이미지의 신화는 현대에 이르러는 역전된다. 오히려 이미지로 인해 자아가 형성된다. 후기 구조주의이론가들에 의하면 이미지의 혹은 언어의 효과 또는 권력의 효과가 자아를 만들어낸다고 본다. 자아는 사실 사물, 타자들에 의해 구조화되고 작동한다. 신영미의 그림은 이러한 이해의 맥락에서 볼 수 있다. ● 신영미의 작업에는 나르시소스의 이야기와 다른 형태의 자기 이미지에 대한 시선이 나타난다. 전체적으로는 팝적인 가벼움의 형식을 통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다양한 조건과 상황 혹은 사건들 속에서 반복해서 보여준다. 아니 익명의 인물의 모습이 무수히 반복해서 상호참조를 통해 비로소 신영미라는 한 개인이 구성된다. 존재의 결핍 혹은 존재로부터 소외된 현대인의 정체성을 화제畵題로 삼아 익살스런, 그리고 다소 기묘한 상황 속에서 신영미의 허상들이 '거울효과'를 만들어낸다. 거울이미지는 자아의 신화를 만드는 원형이다. 거울 효과가 만들어 내는 자아는 본질적으로 실재와 허구의 경계에서 무한히 진동하며 가상성과 허구성으로 구조화된다.

신영미_부엉씨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5×75cm_2004
신영미_번데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0×30cm_2004

이렇게 조성된 신영미의 흐릿한 이미지 자아들이 거주하는 그림은 엷은 표층에 가볍게 얹혀진 형태와 색상이 있는 유쾌한 냉소적 풍경이다. 보는 이는 결코 화면 속으로 들어갈 수 없이 다만 그림의 피부에만 맴돌며 바라볼 뿐이다. 시선에 꽂히는 이미지들이 끝없이 유동할 뿐이다. 신영미의 그림에는 결코 응집하거나 고정되지 않는 확산하는 경계와 유동하는 층위가 투과되는 과정이 나르시소스를 환기시킨다. 나르시소스를 흠모하는 요정 에코의 메아리가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과 그에 대한 아름다움의 죽음의 복수의 신화적 맥락을 구성한다. 신영미의 그림은 소녀에서 여성으로 그리고 인간으로 하나의 개체로 변신해 가는 과정을 또 다른 유쾌한 형태로 신화의 공간으로 만든다. 그녀의 이미지 공간은 다분히 후기구조주의의 메아리가 울리는 평평한 협곡이다. 자아라는 거인이 사라진 풍경이 존재의 빈자리를 반영하며 무의식적 차원의 매혹으로 다가온다. ■ 김기용

Vol.20040228a | 신영미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