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들여다보기

김주호展 / KIMJOOHO / 金周鎬 / sculpture   2004_0507 ▶ 2004_0520

김주호_세상 들여다보기_철판_87×36×20cm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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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4_0507_금요일_06:00pm

학고재 본관 Hakgojae Gallery, Space 1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 Tel. +82.(0)2.720.1524~6 www.hakgojae.com www.instagram.com/hakgojaegallery www.facebook.com/hakgojaegallery

소통을 향한 실존적 의지_김주호의 '세상 들여다보기'내 안에 있는 생(生의) 목소리는 / 그대 안에 있는 인생의 귀에까지 미치지 못합니다. / 그럴지라도 / 우리, 서로 외로워지지 않도록 / 이야기 나누며 살아갑시다. (칼릴 지브란, 「모래와 거품」) ●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기 좋아한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도 나를 발견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 인간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도록 태어난 존재이다. 다른 사람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다른 사람이 있다. 그 사실이 나에게 위로를 주고 삶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라고 가르친 예수의 기도는 종교적인 구원조차 인간의 상호 연대 위에서 이뤄지는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 그러나 이렇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도록 태어났음에도 우리는 외롭다. 진솔하고 순수한 소통이 이루지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다른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고 싶어한다. 세상의 형편을 보다 분명하게 알고 싶어한다. 작품 「세상 들여다보기」가 일러주듯 김주호의 예술 세계 또한 소통을 향한 우리 본능적이고도 실존적인 의지를 또렷이 담고 있다.

김주호_꽃과 한 몸이 되다_나무에 채색_87×86×20cm_2003
김주호_같이 노래해요_질구이_68×57×16cm_2003
김주호_기념촬영_나무에 채색_54.5×76×13.5cm_2003

김주호의 작품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소재들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그렇게 평범하지 않다. 그의 작품은 매우 소탈하고 유머러스해 보인다. 반면 그의 눈썰미는 날카롭기 그지없다. 언뜻 보면 귀여운 장난감 같이 보이고, 달리 보면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은 만다라처럼 다가온다. 더불어 웃을 수 있고 더불어 사색할 수 있어 그의 작품은 아름답다. 여유도 있고 진지한 성찰도 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들여다보고 싶은 우리 이웃의 모습, 나아가 우리 자신의 모습이 그의 직품 속에는 생생하게 살아 있다. ● 그 ?허허실실?의 조형을 통해 우리가 매일같이 궁금해하는 우리의 모습을 살펴보자.

김주호_속마음 보인다_나무에 채색_91×50×19cm_2004
김주호_백화점에서_나무에 먹_99.5×60×25cm_2000
김주호_휴게실에서_질구이_64×39×21cm_2002
김주호_나들이_나무에 채색_81×50×18cm_1997

「속마음이 보인다」는 강아지를 안고 있는 남자와 여자를 묘사한 작품이다. 우연히 공원에서 만난 듯한 두 남녀는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는 듯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기둥처럼 서 있는 두 사람과 달리 그들이 안은 강아지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있다. 마음이 통했다는 얘기다. 두 남녀도 지금 그렇게 서로에게 다가가고 싶어하는 듯하다. 하지만 인간의 소통은 동물들만큼 그렇게 순수하게, 즉발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마음은 굴뚝같이 원하지만 격식과 경계의 장애가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저렇듯 속마음이 보이는 걸! ● 「기념촬영」은 온 가족이 모여 그 단란함과 행복을 영원한 기록으로 남기는 장면을 포착한 작품이다. 부모나 자녀나 고만고만해 보이는 모습이 꽤 앙증맞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들 사이에서는 묘한 중력이 작용한다. 모두들 엄마를 향해 몸이 살짝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아마 그것은 이렇게 포즈를 잡은 저들도 의식하지 못한 현상일지 모른다. 그렇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모든 가족간의 유대는 엄마에게로 통한다. 엄마는 가족의 근원이자 가족의 둥지이다. 이 집을 들여다본들 저 집을 들여다본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가정의 행복과 평화는 바로 이 관계의 구조가 안정적으로 정착돼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사람의 삶은 보이는 힘보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더욱 강력하게 통제 받는다.

김주호_내 속으로_화강석_81×24×20cm_2004 김주호_사랑_화강석_80.5×24×20cm_2004
김주호_백 년 만의 외출_나무와 철에 채색_154×127×60cm_2003

이처럼 우리의 ?일상 본색?을 탁월한 관찰과 표현으로 낚아 올리는 김주호는 이런 생활의 표정을 넘어 사회적, 현실적 문제들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형상화하기도 한다. 물론 거기에도 특유의 유머와 여유를 덧칠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사실 사회적인 불합리나 비리문제에 대해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느끼는 분노는 단순히 악을 경계하게 하는 수준을 넘어 진정한 연대의 문을 여는 단초가 된다. 내가 다른 사람 안에서 동일한 분노로 일어선 또 다른 나를 볼 때 그것만큼 동질감을 강하게 주는 것도 없다. 재미있는 것은, 김주호는 그런 동질감조차 허허 웃으며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 「새로운 우상」은 안하무인격으로 세계를 지배하려 드는 미국을 표현한 작품이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한쪽 손을 높이 들고 서 있다. 그 손에는 피를 쏟는 물고기가 들려 있다. 품에 안고 있는 책에는 저항하는 사람이 그려져 입은 남자가 한쪽 손을 높이 들고 서 있다. 그 손에는 피를 쏟는 물고기가 들려 있다. 품에 책에는 저항하는 사람이 그려져 있다. 횃불과 독립선언서를 든 자유의 여신상을 패러디한 이 작품에서 우리는 오늘날 미국의 진정한 우상이 무엇인지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이 시대 미국의 진정한 신은 무력이다. 미국은 힘이 모든 것을, 심지어 진정한 평화까지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라크 전쟁을 일으킬 수 있었겠는가? 눈을 부릅뜬 이 조각상처럼 미국은 오로지 무력만이 민주주의와 자유, 평화를 가져온다고 외친다.

김주호_1인시위_나무에 채색_87×16×15cm_2004
김주호_당선 후 흐름도_종이에 먹과 수채_48×65cm_2004
김주호_가슴을 친다_화강석_66×22×18cm_2001 김주호_시인_화강석_73×22×17cm_2001
김주호_자가진단 관찰도_종이에 먹과 매직펜_48×65cm_2004
김주호_가슴을 친다_나무에 먹_83×27×28cm_2000 김주호_금단증세-눈알이 돈다_나무에 먹_93×16×13.5cm_2004

「1인시위」는 작가 개인이 경험한 비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1인시위를 묘사한 이 작품은 거리로 나가 1인시위라도 하고 싶은 작가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한다. 김주호는 최근 한 중개업체의 의뢰를 받아 마니산 조형물 공모에 응모해 그의 작품이 당선됐다. 그러나 그를 내세워 군청으로부터 낙찰을 받은 중개업체가 그를 빼돌리고 제작한 결과 작가가 납득하기 어렵게 작품이 세워졌다. 이 과저에서 군청 족도 석연치 않은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워낙 사건의 전개과정이 복잡해, 작가는 「당선 후 흐름도」라는 도표 형식의 드로잉까지 제작해 자신이 당한 비리를 고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노여운 경험이었지만, 이를 남의 일인 양 담담하고 유머러스하게 형상화한 김주호의 작품에서 우리는 예술가로서 오랜 세월 사람들과 세상을 깊이 관찰해온 조각가 특유의 안목과 지혜를 본다.

김주호_새로운 우상_나무에 채색_99×27×20cm_2004 김주호_1인시위_나무에 채색_74.5×18.5×20cm_2004
김주호_굳어버린 악수_종이에 콜라주_32×43cm_2002
김주호_잡아_종이에 먹과 콜라주_32×43cm_2002

김주호의 작품들을 다시 가만히 들여다보자. 세상이 보인다. 그렇게 우리가 세상을 들여다보면 세상 또한 우리를 응시한다.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든 그 순간 그것들 역시 우리를 바라본다. 그것이 세상과 사물의 이치이다. 우리가 본 것의 실체를 알고 싶다면 그것들의 시야에 들어온 우리의 모습도 보아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나와 그가 하나인 것을 안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가 된다. 세상의 진실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이처럼 두 개의 눈이 필요하다. 세상을 향한 우리의 눈, 그리고 우리를 향한 세상의 눈. ●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 사랑하고 싶다.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주헌

Vol.20040507b | 김주호展 / KIMJOOHO / 金周鎬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