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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효남展 / BAEHYONAM / 裵孝男 / sculpture   2004_0505 ▶ 2004_0511

배효남_양자선택-자연/문명_합성수지_가변크기, 설치_2004

초대일시 / 2004_0505_수요일_05:00pm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신관 서울 종로구 세종로 81-3번지 Tel. 02_399_1111 www.sejongpac.or.kr

자연과 문명간에 부유하는 현대인의 단상 ● 인간은 자연에서 나아 문명에 길들여진다. 우리 역시 오늘날 문명의 이기들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현대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좋든 싫든 간에 이에 통제되며 살아가고 있다. 이동전화, 컴퓨터, TV, 자동차등 현대사회의 이기(利器)들은 없으면 불안하고 있으면 불편하다. 아울러 우리는 과거 우리들이 자연, 즉 실재의 공간에 순응하며 살아갔듯이 컴퓨터가 구현해낸 사이버스페이스 즉,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공감각적 환상'을 실재의 공간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명의 이기들은 다채널 소통방식으로 인하여 인간에게 무한한 표현적 가능성과 무수한 이미지의 홍수를 쏟아 붇지만 일시에 잊혀져 무용지물이 되거나 퇴락한 도시민의 값싼 기호를 충족시키는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는 문명의 이기들에 길들여진 자아의 모습은 무엇이며, 더 나아가 내면적ㆍ심리적 존재로써 인간의 참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또한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배효남_양자선택-자연_합성수지_가변크기, 설치_2004
배효남_양자선택-자연_합성수지_가변크기, 설치_2004_부분
배효남_양자선택-자연_합성수지_가변크기, 설치_2004_부분
배효남_양자선택-문명_합성수지_가변크기, 설치_2004
배효남_양자선택-문명_합성수지_가변크기, 설치_2004_부분
배효남_양자선택-문명_합성수지_가변크기, 설치_2004_부분

배효남은 이러한 문명사회의 소모품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잊고 이에 집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환기시키고, 자연과 문명의 중간지대에서 부유하고 있는 자아의 모습을 각성코자 한다. 컴퓨터, 자동차, 휴대전화와 같은 문명사회의 편린들은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충족시키고자 고안되었으나, 이제는 인간생활을 옥죄고 구속하는 처치 불가능한 장애물이 되어 버렸다. 생활의 편익을 추구하고자 선택한 모든 문명의 이기들이 오히려 있음으로 해서 불편한 이율배반적 형국인 것이다. 인간 삶의 형식을 하루아침에 바꿔버리고 자연인으로써의 인간의 권리조차도 약탈해간 이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이러한 문명의 이기들 속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입장은 무엇인가? 이러한 자문자답과 함께 인간관계가 사슬처럼 얽혀있는 부산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작업장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 스스로의 존재론적 위상을 고민하다 보면, 어느덧 작가는 고전적 의미의 '자연인'으로 환생하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문명과 자연의 '주변인'인 우리의 위상은 무엇이며, 자연인으로써 문명에 어떠한 자세로 다가설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선택적 지표가 제시된다. 그것은 자아의 실존에 관한 의미 부여이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철학적 질문이기도 하다.

배효남_존재의 바다_알루미늄, 청동_17×48.5×48.5cm_2004
배효남_선택Ⅰ_청동_75×100×35cm_2004
배효남_선택Ⅱ_알루미늄_24×30×7cm_2004

배효남이 이번 전시의 주제로 내건 양자택일(alternative)은 이러한 문명사회에 대한 비판적 환기이자,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입장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기도 하다. 이를 표현하기 위하여 배효남은 자연의 일부분인 인간과 이들이 지적 활동을 통해 이루어낸 문명을 대립적, 또는 상보적 관계로 상정하고,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오늘날에 처한 우리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응시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 방법적 수단으로 작가는 여러 인공물과 자연물을 대비시킴으로써 기계문명의 발달에 따른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어떠한 의미로 바라 볼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배효남_나비의 선택_알루미늄_각 44×44×17cm_2004
배효남_동행_알루미늄_38×38×38cm_2004
배효남_접속_합성수지_150×83×83cm_2004

이를테면 작품 「접속」은 다중 네트워크시대에 인터넷 중독, 휴대전화 중독에 빠져 이제 회생불가능의 상태에 빠진 현대인에 대한 메타포이다. 또한 「선택Ⅰ」은 도구의 활용을 통해 문명을 일구어 낸 인간의 손과 자연의 순환을 상징하는 원을 대비시켜 문명과 자연의 이중고리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인간의 처지를 환기하고 있다. 「양자선택」은 현대문명이 가져다 준 편리함과 이의 이면에 감추어진 구속과 부자유를 상징적으로 대비시키고 있다. 인체는 외형적 형태미보다 내면적 세계관을 표상하고 있는데, 다소 충격적으로 보이는 이러한 표현방식은 자연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의 표층과 심층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문명에 관한 올바른 인식과 능동적인 선택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또한 시각적 이면의 환기를 통하여 자연에서 생명존재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문명발전의 바람직한 방향과 그 올바른 선택은 어떠한 것이라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거리를 관객과 공유하고자 하는 작가적 고뇌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는 자연과 문명을 대립적 관계로 보기보다는 상보적 관계로 봄으로써 언제든지 양자택일, 또는 선별선택이 가능하다는 문명적 낙관론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배효남_양자선택-자연_합성수지_가변크기, 설치_2004_부분
배효남_양자선택-문명_합성수지_가변크기, 설치_2004_부분
배효남_양자선택_2004

한편 이번 배효남의 개인전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그가 차용한 이미지들의 배열방식과 그의 조각이 발산하는 엄청난 힘의 파장이다. 『터미네이터』의 사이보그(cyborg)를 연상시키는 인체형상이 주는 역동성은 현대사회에서 문명의 이기들에 의해 점유 되어가는 인간성의 상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부조형식으로 표현된 자연, 또는 인공의 이미지들은 실물을 캐스팅하거나 작가가 직접 묘사한 것들인데, 각각의 형태들이 하나의 인식소를 형성하여 전체적으로 주제를 환기시키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마도 배효남의 작품이 이렇게 우리에게 설득력을 확보하는 이유는 작가의 장인적 노고와 예술가적 기지가 극적으로 조화된 때문일 것이다. ■ 이경모

Vol.20040508c | 배효남展 / BAEHYONAM / 裵孝男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