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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미술스튜디오 한국-뉴질랜드 작가 교류展   2004_0514 ▶ 2004_0528

서혜연/Yen se_Se's family portrait_설치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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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514_금요일_05:00pm

뉴질랜드_Jae Hoon Lee_Gabriel White_Tyler Steven Fox_Yen se 프로젝트 그룹_이동시점 (이정민_정주연_성인제_원종임)

창동미술스튜디오 서울 도봉구 창동 601-07번지 Tel. 02_995_3720

빈 방 있어요? ● 한참 목적지를 향해 무거운 발길을 옮겨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자는 한 여관 프론트에서 빈방을 찾고 있다. 그곳에 짐을 풀고 에너지를 충전해 비로소 그 미지의 공간, 새로운 세계를 모험하기 위해 다시 씩씩하게 길을 나설 참이다. 프론트 안내데스크에 팔을 괘고 설레임과 함께 약간은 긴장된 목소리로 내 뱉는 첫마디, "빈 방 있어요?"는 한국과 뉴질랜드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국적의 젊은 작가 8명이 창동미술스튜디오에 문을 두드리며, 그리고 우리 미술계를 향해 결코 짧지 않은 여정을 떠날 채비를 하는 것이다. 그들은 파랑새를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지만, 파랑새를 창조해 낼 공간을 찾았다.

이정민_Blind Trip_단채널 비디오 영상_00:09:30_2004
정주연_78-87 기억 속을 헤매다_설치_2004

공간의 개념으로서, 특히 'Free Space(빈방)'는 21세기 문화적 맥락과 유목주의적 정체성의 접점으로, 이 시대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써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또한, 버지니아 울프는 「나만의 방」에서 '여자는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하여 「방」이 창조적 삶의 작은 영역임을 밝히고 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예술가에게는 더욱이, 지나치게 꽉차있는 가시적 공간으로부터 절대의 공간, 풀이의 공간, 단절의 공간으로서의 '나만의 방'이 필요하다. 철저히 소외된 공간,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 안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방'을 찾는 것이다.

성인제_Untitled_장지에 채색_130×162cm_2004
원종임_내부의 그늘_설치_2004

뉴질랜드에서 활동하는 4명의 작가들은 각각 교포 1.5세로 두 문화 사이에서 성장하며, 또는 장기 여행자로, 또는 미군으로 일하며 한국을 경험했다. 그리고 다시 예술가가 되어 한국에 돌아와 잠시 머물다 또 다른 목적지로 향할 것이다. 14개월 동안 한국을 여행하며 셀프 카메라를 찍은 가브리엘 화이트 (Gabriel White)는 전혀 뜻이 통하지 않는 언어권을 경험하는 동안 자신의 세계 안에서 시간적, 논리적 순서 또는 법칙을 뒤섞어 완전히 다른 스토리를 구성해낸다. 4대의 스크린을 통해 보여지는 이야기들은 4장으로 구성된 소설 같지만, 공시적으로 돌아가는 4개의 필름은 시점에 따라 끝없이 다른 이야기들이 구성되고, 관객은 끝내 완성된 스토리를 읽을 수 없다. 한국인 관람객의 입장에서, 문화적 외계인의 시각으로 만들어 낸 이 하이퍼텍스트 영상은 일종의 코미디 장르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출신 작가 타일러 폭스 (Tyler Fox)의 비디오 시리즈 작업 '홍수(Flood)'는 도시에 생활하며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현금 지급기, 주차권 지급기, 버스티켓 지급기와 같은 기계에서 물이 마구 쏟아지는 초현실적 이미지를 만들어 현금만능주의와 같은 사회정치적 문제를 제기한다. 한 편, 한국계 뉴질랜드 작가들은 신체적, 유전적 특성에 포커스를 맞추며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정체성 탐험을 시도한다. 7명의 뉴질랜드인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해 만든 디지털 프린트와 한 켠에 쌓인 랜티큘러 스티커로 극도의 애매모호함과 이질적인 공간을 연출한 서혜연(Yen Se)은 교포 1.5세로서 뉴질랜드와 한국문화 사이에서 동시에 느끼는 소외감 (alienation)과 혼란, 고통, 후회, 그리고 희망 등의 복합적 감정을 가시화 시키며 자신의 정체성을 풀어 가는 과정을 보인다. 유전적, 사회적 특성을 소재로 한 또 한 명의 한국계 뉴질랜드 작가 이재훈은 100명의 오클랜드인 얼굴을 직접 스캔하여 이미지를 조작해 실재와 허구적 공간 사이의 전위를 시도하며 다른 문화 안에서 적응과 조화의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영역을 확장시킨다.

Tyler Fox_Flood_다채널 비디오 영상_2004
Gabriel White_Attention Span_다채널 비디오 영상_03:00:00_2004

프로젝트 그룹 '이동시점'의 작가 4명은 한국화를 전공하고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 시도를 통해 끊임없이 미지의 섬을 찾아간다. 뿌연 비닐 방 안 아른하게 암시된 존재의 공허감을 드러내는 원종임의 설치작업 '내부의 그늘'에서 방은 카타르시스의 묘약이며 안타까움과 처절한 고독에서 자신을 풀어 가는 아픔의 풀이공간, 세상과 사람을 다시금 생각하는 절대믿음의 공간으로 보인다. 한 편, 성인제는 자기 내면의 '방'으로부터 타인의 세상을 들어다보려고 노력하며 영원한 이질감, 고독감, 그리고 인간사 소통의 문제를 서정적인 상상력으로 표현해낸다. 거의 잃어버릴 듯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찾아 나선 정주연은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들고 정신 없이 흘러간 세월을 역행하여 시간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아련한 기억의 조각을 짜 맞추어 고지도를 만들어 언제라도 다시 먼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이정민의 비선형적 스토리텔링 영상작업, 'Blind Trip'은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 '노르웨이', 그 곳 전시에 작품을 내며 떠난 일종의 가상 여행이다. 그것은 단순히 공간적 의미의 '여행'이라기 보다 작가의 삶의 여정과 판타지에 대한 지각 과정이다.

이재훈/Jae Hoon Lee_One Hundred Faces_단채널 비디오 영상_2003

과연, 우리들의 '빈 방'은 어디 있는가. 이 문제는 파랑새를 찾아 나서는 일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은 분명 그 누구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작은 육신이 앉고 누울 수 있는 최대 최소의 공간이며, 환상과 허위를 통하여 끝내는 깨달아 가는 창조의 공간일 것이다. 따라서 그 「방」은 자신의 새로운 출발로서 시작인 것이다. ■ 조주현

Vol.20040516b | 창동미술스튜디오 한국-뉴질랜드 작가 교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