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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진展 / JANGHEEJIN / 張僖晉 / painting   2004_0504 ▶ 2004_0522

장희진_캔버스에 과슈와 젤_130.4×194cm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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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맥화랑 서울 종로구 소격동 87-1번지 Tel. 02_720_9912

수평의 줄무늬 창窓-내밀한 풍경風景「..., 프랭크 스텔라의 그림은 상징적이지 않다. 그의 띠들은 붓이 캔버스 위를 지나간 길이다. 이 길은 오직 회화로 통한다.」_칼 앙드레(Carl Andre)_프랭크 스텔라의 "띠무늬 그림"에 부쳐 ● 어느 날, 장희진의 그림을 조심스레 지켜보며 많은 상념에 사로잡히게 된 나는 색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 「여름날 저녁 Les soirs d'ete」이란 제목의 앙드레 가뇽(Andre Gagnon)의 연주를 듣는 것처럼..., 그녀의 그림들은 강한 색의 표현으로 펼쳐진 풍경의 단편들이다. 바이올린의 현처럼 생겨난 「수평의 줄무늬 창」에서 흘러나오는 풍경들은 너무나 감미로운 색의 향기로 가득하다. 그 화려한 색의 형태는 다양한 풍경들과 함께 무한한 추상적 이미지 속으로 스며들게 한다. 만약, 우리가 「수평의 줄무늬 창」 사이로 풍경을 바라본다면 그 풍경은 전혀 다른 이미지로 비춰질 것이다.

장희진_캔버스에 과슈와 젤_80×200cm×3_2004
장희진_캔버스에 과슈와 젤_97×194cm_2004

우선, 그의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복잡한 나뭇가지 사이사이를 둘러쌓는 금빛의 화려한 조각하늘은 고흐 Van Gogh의 황금빛 「카페 테라스의 밤 풍경」을 연상케 한다. 자연스런 나무의 형상들은 저녁 하늘을 품에 않으며 그 하늘은 빛으로 찬란하게 되살아난다. 그것은 밤의 불빛이 지니는 힘을 한껏 발휘하는 색의 연금술사가 만들어낸 결과물 중 하나가 된다. ● 한편, 그의 그림이 간직한 수많은 회화적 요소들 중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것은 반복적이고 수평적 인 구조와 자연(나무) 이미지의 선택이고 지극히 제한된 두 가지의 색으로 자연(나무)과 그 사이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의 그림 속에서 한 가지 의문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붉은 휘장으로 둘러 쌓인 「수평의 줄무늬 창」이다. 그 창이 화면의 전부를 이룰 때, 커다란 나뭇가지와 연결되어 그 창은 추상 - 구상의 자연이 되기도 하고 영화의 한 장면을 장식하는 수평의 배경 막처럼 보여져서, 창과 풍경의 이중적 이미지를 드러낸다. ● 히치콕크의 영화 「이창 Fenetre sur cour」에서 연출되는 영화 속 남자의 눈에 비춰진 창 밖의 풍경은 여인의 모습이다. 이와 대조되는 장희진의 그림 속에 반영된 풍경은 「수평의 줄무늬 창」에 의해 접히거나 펼쳐진 상태의 이미지를 계속해서 만들기 때문에 움직이는 자연의 이미지의 창출로 느리게 움직이는 영화의 장면들을 상기시킨다.

장희진_캔버스에 과슈와 젤_45×45cm_2004
장희진_캔버스에 과슈와 젤_45×45cm_2004

장희진의 그림은 납작한 평면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계획된 입체 줄무늬 창을 만들기 위한 축척(Accumulation)의 연속이 진행되는 단계이다. 그의 작업 과정 속에서 캔버스는 들어가고 나온 요철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기 시작한다. 회화의 필수조건들에 흥미를 갖는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띠무늬 그림」과 같이 장희진의 그림은 회화의 통로를 요철의 형식으로 처리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의 그림은 회화의 본질적인 길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회화의 뼈대를 구축해 나간다. 그가 회화를 통해 전달하고자하는 내밀함의 목적은 가장 이성적인 수평적 구조의 틀 위에 지극히 감성적 풍경의 색채와 이미지를 덧입히는 것이다. ● 장희진 그림 안에서 발견되는 것은 아이러니(irony) 회화의 다양한 해석이다. 그의 그림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방법적 전략들 중 하나는 감상자의 눈에 현상된 필름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가져 다 주는 것이다. 즉, 자연을 소재로 찍은 사진으로 다시 크기와 색채를 변형시켜 인쇄된 이미지라던가, 확대된 풍경사진의 이미지를 두 가지 색으로 제한시킨다던가 하는 것은 작가 개인이 의도한 새로움의 길로 가기 위한 회화의 전략이다. 다시 말하자면, 사진에서 운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포착된 사진 적 이미지는 작가 개인의 표현기법에 의해 새롭게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예술가는 재창조된 이미지를 다시 캔버스 위로 장소를 이동시킨다. 결국, 그의 그림은 처음 출발했던 자연의 이미지는 어느새 사라지고 확대된 새로운 자연의 이미지가 나타난다. 이러한, 혼성 적 hybrid 회화표현의 현상은 아마도 다양한 매체의 발견과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된 예술에 대한 깊은 응시가 될 것이다.

장희진_캔버스에 과슈와 젤_97×162cm×2_2004
장희진_캔버스에 과슈와 젤_20×20cm_2004

어느 날, 장희진의 그림을 조심스레 지켜보며 깊은 상념에 빠졌던 첫 인상처럼, 지금도 체리나무의 향기가 색으로 풍겨날 것 같은 느낌과 쪽빛 바다가 연두색 하늘과 나뭇가지로 변화할 것이라 기대와 상상을 해본다. 그의 그림은 작가 스스로가 선택한 가장 주관적이고 시적이며 절제된 색의 혼합으로 이루어진 압축의 산물이다. ● 끝으로, 그가 그의 그림을 통해 내게 안겨준 인상은 색의 감정들 사이에서 「수평의 줄무늬 창」인 동시에 「내밀한 풍경들의 응시」에서 녹아드는 사유의 공간을 끊임없이 채워나가기 위한 예술가의 엄청난 노력의 기운이다. 지금까지 장희진의 회화작업이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의 작업은 세계안에 현존現存하는 것을 색과 형태 사이로 스며들게 하여 회화와 예술의 접합 점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고 계속해서 진행시켜야할 중요한 예술적 과제라고 당부해 주고 싶다. ■ 한광숙

Vol.20040517a | 장희진展 / JANGHEEJIN / 張僖晉 / painting